◆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을 건축 개념이 아닌 생물학의 시선으로 관찰한다. 소나무·철쭉·개미·집먼지진드기·아메바 등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그 삶에 서사를 입혀 아파트를 공존의 공간으로 담아낸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미지의 세계로, 경이로운 생물들의 흔적과 복잡다단한 삶의 모습을 동시에 가리킨다.
"번식을 위해 짝짓기를 할 때 집먼지진드기는 서로 가까이 붙는다. 끌어안는다고 해도 좋겠다. 사람이 끌어안는다고 하면 서로 마주 보고 안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영국 왕립농업대학 B. J. 하트의 논문에 따르면 집먼지진드기는 서로 반대 방향을 보며 밀착한다. 더 괴상한 것은 그 상태로 상당히 오래 지낸다. 하루, 이틀 정도 그렇게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암컷의 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암컷은 마치 수컷을 업은 것과 같은 모양으로 돌아다니며 일상생활을 하기도 한다. 이틀이라 해도 일생이 석 달인 집먼지진드기 입장에서는 삶의 3%를 그렇게 암컷이 수컷을 업은 채로 사는 셈이다. 100세 시대를 사는 사람에 굳이 비유해 보자면, 사랑에 빠진 남녀 한 쌍이 있는데 여성이 남성을 3년 동안 업고 다니는 것과 같다."
(곽재식 지음/북트리거)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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