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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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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양자 대결인 野 대선경선, 역선택 방지 미지수 [레이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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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지난 5일 마라톤 회의 끝에 대선 경선에 당원투표 비중을 높이고 경쟁력을 묻는 문항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역선택 발생 가능성 차단에 나섰다. 당초 100% 여론조사로 예정됐던 1차 예비경선 중 20%를 당원투표로 재할당해 자당 지지층 여론을 듣고, 최종경선 단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1대1 가상 양자 대결을 여론조사 질문지로 구성해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막겠다는 거다.

가상 양자 대결의 질문 문항은 후보의 적합도 대신 상대당 후보보다 "경쟁력이 있는가" 취지의 질문이 들어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른바 '역선택'을 막기 위한 시도는 여론조사가 경선에 처음으로 도입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 단계에서부터 이어져온 논쟁이다. 여론조사에서 후보의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가, '상대당 후보에 대한 경쟁력'을 묻는가의 여부 역시 맥을 같이한다.


역선택 방지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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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 가상대결 방식은 역선택 방지 여부를 두고 벌어진 갈등 끝에 도입된 고육지책이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적합도 조사(방식보다는 역선택 방지 효과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국민의힘 후보 네 명만을 두고 적합도를 물을 경우 부담 없이 역선택을 시도할 수 있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의 양자 대결을 물을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거다.

반면 질문 방식을 어떻게 설정해도 조직적 역선택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A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질문지 구성을 어떻게 준비하는지와는 상관없이 역선택을 하려면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재명 혹은 이낙연 대신 다른 후보 한 번 찍는 게 어렵지 않다"면서 "적합도를 묻나 경쟁력을 묻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역시 "4월 재보선 당시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과정은 당이 다르니 각각의 지지자가 달랐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같은 당 안의 후보를 뽑는 과정이라 질문 방식이 큰 변수가 되긴 어렵다"고 했다.


누구한테 유리할까

선관위의 이번 결정에 대한 또 다른 관심사는 이번 결정이 특정 후보에 이점으로 작용할 것인가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홍준표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부터 윤석열 후보, 중도 확장성을 노리는 기타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다양하다.

우선 경선 방식이 홍 후보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홍 후보는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지지층 중 작지 않은 수가 민주당 지지자인 만큼 1대1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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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발표된 세 개 여론조사 범보수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 중 홍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은 30%대로 윤석열 후보의 경우보다 4~5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B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홍 후보에 실제로 '역선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이 홍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팩트"라면서 "1대1 가상 대결로 넘어갈 경우 민주당 지지자는 홍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 지사가 민주당 최종 후보로 결정될 경우 1대1 강대강 경쟁이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지지층 표심이 홍 후보의 상승세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지사가 '사이다 발언' 등을 통해 강성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만큼 이재명을 막을 후보는 홍준표 같은 강성 정치인이라는 심리가 작용할 가능성에서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센 자'가 나오면 '센 자'를 붙여야 한다는 심리에서 홍 후보로 지지가 몰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중도 확장성이 높은 주자가 의외의 약진을 보일 가능성도 관측된다. C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1대1 방식을 포함해 경쟁력을 묻는 방식은 중도 확장성을 지닌 인사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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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홍준표 의원이 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1.9.7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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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참고용"

여론조사의 질문 방식과 여론조사 비율 등 '디테일'의 싸움은 여론조사가 당 경선에 활용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당 내부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최초로 활용한 2007년 대선부터 끊이지 않고 돌출해왔다. 그런만큼 정치권과 일부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들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당 경선에 직접 활용하는 것은 멈춰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여론조사 업체 D관계자는 "여론조사는 공표할 때도 표본오차와 함께 발표한다"면서 "말 그대로 어느 정도의 오차가 있고, 참고용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정교하게 여론조사를 구성해도 역선택, 질문지 구성을 두고 시비가 없어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당의 대선 후보는 당원들이 뽑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면서 선거인단 투표로 경선을 진행하거나 적어도 선거인단 투표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당정치의 기본은 당이 후보를 결정하고, 국민은 이 결정을 심판하는 구조"라면서 "선거인단 투표를 다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조사 도입 이유는 민심과 당심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에서 출발한 점이 있는데,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준석의 당선이 민심과 당심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증명한 바 있지 않냐"고 덧붙였다. 또 "최초로 여론조사가 경선에 활용된 노무현-정몽준 사례의 경우는 당내 경선이 아니라 단일화 상황"이었다면서 "당 내부 경선 과정에 활용하는 게 적합한지는 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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