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수처 압수수색 '인해장벽' 저지…"야당 탄압 멈춰야"
"밀리면 야권 궤멸" 위기감… '정치공작 프레임' 키우는 野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웅 의원이 10일 밤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 중인 공수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1.9.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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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민의힘이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을 '제2의 김대업 사건'으로 규정짓고 본격적인 정쟁(政爭)에 돌입했다. 대선국면 한복판에서 유력 대권 주자와 제1야당이 공멸할 수 있는 대형 악재가 터지자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정국 전환의 고삐를 좼다.
11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저녁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무리한 압수수색 시도는 야당의 대선 경선 기간 중에 이뤄진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공수처 3부는 지난 10일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하고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 사무실, 차량 등 5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김 의원의 국회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했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11시간30분 대치 끝에 무산됐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인해장벽'을 쌓고 공수처의 불법적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김 의원과 변호인을 동행하지 않고 일부 범죄사실만 언급한 채 영장을 집행한 점, 압수물 대상에 적시되지 않은 보좌진의 PC 및 서류를 조사한 점, PC 자료 추출 과정에서 혐의와 관계없는 사실을 수집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불법 압수수색을 했던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특히 공수처장이 분명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국민의힘이 '고발 사주' 의혹의 물줄기를 여권의 '정치공작'으로 전환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본다. 여당 주도로 설치된 공수처와 야당 의원들이 대치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도 '여야 대결' 구도를 강화하는 장치라는 해석이다.
10일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김웅 의원의 부재 동안 진행된 공수처의 김웅 의원 컴퓨터 압수수색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불법적인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1.9.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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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야권 괴멸'이 초래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게 감돌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웅 의원이 '핵심 당사자'로 엮여있어 유력 대권 주자와 정당 지지율이 한꺼번에 주저앉을 수 있어서다.
당 핵심관계자는 "고발 사주 의혹이 야당에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윤 전 총장이 낙마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충격파가 당으로 전이되면 야권 지지율 전체가 동반하락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웅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결사 저지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윤 전 총장과 당의 '연결고리'인 김 의원에 '보호막'을 형성, 국민의힘이 고발 사주 의혹에 휩쓸리는 사태를 차단해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동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대여투쟁'을 무기로 국면 전환을 꾀할 전망이다. 대검찰청과 공수처가 비정상적으로 신속하게 수사에 나선 점을 빌미로 '정치공작설'을 키우는 한편, 제보자와 사실관계에 대한 의혹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단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검사가 건넸다는 고발장에 대해 "법조인이 썼다고 볼 수 없고, 전후 모순되고 시기적으로도 문제점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조작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웅 의원도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것에 두고 우회적으로 '배후설'을 암시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 당시에도 제보자가 누군지 알게 되면 매우 충격적인 이유들과 제보 목적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며 "(배후가) 여권 누구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많은 내용이 밝혀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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