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등 내각 구성원 대부분 유엔 제재 대상
여성 '0', 포용적 정부 구성 약속도 어겨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약 3주만에 새 정부 구성을 발표한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샤리아법)에 따라 통치할 것임을 천명했다. 새 정부를 이끌 총리 대행으로는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 때 외무장관과 부총리를 맡았던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가 임명됐다. 이 밖에 국방장관 대행에는 물라 무함마드 야쿠브, 외무장관 대행에는 모울비 아미르 칸 무타키가 임명됐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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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이슬람 무장정파 탈레반이 포용적인 정부를 구성할 것임을 약속했음에도 새 과도 정부 내각에 편향된 인사들만 포함되면서 서방국가들의 인정을 받기 더 어려줘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도정부 내각은 과거 탈레반 정권 1기(1996~2001년) 및 서방 국가와 20년간 전쟁을 치르는 동안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로 구성됐다.
과도 정부 내각에 임명된 구성원들 33명에는 여성들이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고 소수민족 출신도 3명뿐이었다.
미국 평화연구소 소속 전문가인 아스판다르 미르는 과도 정부를 구성하는 인물 대부분이 탈레반 창시자인 물라 오마르와 가까운 사람이거나 이 조직이 처음 시작된 장소인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내무부장관 대행에 임명된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 시라주딘 하카니를 포함해 총리 대행을 맡은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등 대부분의 인사가 국제 테러리스트로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하카니 네트워크'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고 시라주딘을 테러혐의로 수배 중이며 그를 잡기 위해 최고 1000만달러(약 117억원)의 현상금을 제시했다.
시라주딘의 삼촌이자 FBI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붙인 칼릴 하카니도 난민·송환 장관에 지명됐다.
서방국가들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인사들이 대부분 내각을 구성하면서 새 과도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로한 구나라트나는 "탈레반이 정부를 구성한 방법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아프간은 앞으로 유엔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탈레반의 새 정부에 대해 "이것은 임시 내각"이라며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행정부와 국가안보팀의 어느 누구도 탈레반이 세계에서 존경받고 가치 있는 구성원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들(탈레반)은 어떤식으로든 인정을 받지 못했고, 우리는 그들에 대해 평가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다른 협력국들과 함께 우리는 아프간인의 기본 인권, 특히 여성 권리를 보호해주길 바란다"며 "이 같은 맥락에서 전날 아프간으로부터 들려온 소식은 낙관적일 수 없다"고 탈레반 과도 정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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