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재 신뢰 타격
금융위도 사실상 반대 입장
국회 정무위 논의 수면 아래로
일각선 편면적 구속력 도입 주장 여전
향후 금감원 기조 변화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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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앞서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의 난색과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결로 금융감독원 제재에 대한 신뢰가 타격을 받으면서, 그동안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주도 하에 강력히 추진됐던 금감원의 '편면적 구속력' 법제화가 그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법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의 DLF 재판과 관련, 법원은 우리은행의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위반은 인정했지만, 핵심이었던 CEO 징계를 포함한 금감원의 나머지 처분 사유는 인정하지 않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 취소 판결이 나왔다. 앞선 금융위의 부정적 입장에 더해 재판 결과도 좋지 않게 나옴으로서 금감원이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편면적 구속력 도입은 물 건너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편면적 구속력은 지난해 8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금융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주요 내용은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사건에 대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일반 금융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사의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안에 대한 '재판상 화해' 효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관련 논의가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대체로 편면적 구속력과 관련해 찬반 양론이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편면적 구속력 찬성 측은 △분쟁조정 실효성 제고 △전문성, 경제력 및 정보가 부족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은 △금융사의 재판청구권 침해 △분쟁조정 취지상 '합의'가 아닌 '강제'를 하는 것은 제도 취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윤석헌 금감원장이 물러나고 금융위에서도 난색을 표하면서 편면적 구속력 입법 동력은 조금씩 사그라드는 모습이 나타났다. 금융위에서는 금융사의 재판 권리 박탈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편면적 구속력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감원이 DLF 소송전에서 CEO 중징계를 관철시키지 못하며 패소함에 따라 편면적 구속력 입법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는 관측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의 제재가 정당성을 잃고 신뢰가 떨어지는 순간 편면적 구속력 도입 명분도 그 수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국회에서도 더 이상 이에 대해 논의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최근 금감원도 원장이 바뀌면서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적으로 편면적 구속력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것이 더는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무위 일각에서는 애초 금감원의 편면적 구속력 입법 시도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야당 소속 정무위 의원은 "입법은 금융위원장 소관이고 금감원장은 그러한 권한이 없는데,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 윤 전 원장이 월권하고 있었던 셈"이라면서 "금융위 및 금융사와의 과도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차원에서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김명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편면적 구속력 부여시 조정 효력이 재판상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사법적 적용을 받게 되며 그 위헌성 여부에 대해서도 엄격한 심사를 받는 대상이 된다"면서 "이를 위해 분조위의 사법 절차에 준하는 독립적 지위 확보 조치와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제한적 보장 조치가 채택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취임한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이 "금융 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라면서 시장 친화적인 성향을 드러냄에 따라 앞으로 금감원의 기조 변화가 나타날 지에 금융권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헌 시절 금감원은 CEO 징계 등 이전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갔는데,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으로 귀결된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금감원의 감독 방향 수정이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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