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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남자로만 채워진 아프간 임시정부…FBI 일급수배자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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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강경파 포진…관타나모수용소 출신도 고위직 줄줄이 차지

여성·소수민족 포용 목소리 외면…국제사회 지지 회의적

연합뉴스

탈레반 대변인이 7일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시정부 구성을 발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임시 정부는 미국의 지명수배를 받는 인물들을 포함해 강경파가 대거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인권을 탄압해온 탈레반은 내각을 전부 남자로만 채웠다.

7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방송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프간 임시정부는 1990년대 집권 당시와 2001년 이후 20년간 서방 군과 싸우는 동안 조직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로 채워졌다.

정부 수반이 된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대외적 인지도는 낮으나 탈레반 창설자 무하마드 오마르와 가까운 창설 멤버 중 하나이며 이전 탈레반 정부의 집권 말기에 수뇌부에 있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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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2인자'로 여겨졌던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제1 부수반을 맡았고, 창설자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는 국방부 장관에 내정됐다.

내무부 장관에 지명된 시라주딘 하카니와 난민·송환 장관으로 내정된 칼릴 하카니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각각 1천만 달러,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오랫동안 수배해 온 요주의 인물들이다.

시라주딘의 아버지이며 칼릴의 형제인 잘랄루딘 하카니가 창설한 '하카니 네트워크'는 탈레반 연계 조직으로 다수의 테러 공격과 납치를 자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 당국은 2020년 1월 납치된 이후 소식이 끊긴 미국 민간인 마크 프레릭스가 하카니 네트워크에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압둘 하크 와시크 정보국장, 물라 누룰라 누르 국경·부족부 장관 등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던 전력이 있는 4명도 고위직에 포함됐다.

이들은 탈레반에 붙잡힌 미군과의 교환 협상 끝에 2014년 풀려났다.

AP통신은 "이번 내각 인선은 포용과 중용을 촉구하는 많은 목소리를 거스른 것"이라면서 "아프간의 전 정부 인사들이 부패했다고 믿고 수용하지 않으려 하는 탈레의 수만 명 대원에게 절을 하는 듯한 인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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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 가니 바라다르(앞줄 한가운데)가 다른 인사들과 함께 앉아 있는 모습. 지난 8월 공개된 영상 캡처. [로이터=연합뉴스/자료사진]



여성은 한 명도 내각 구성에 끼지 못했다. 발표된 3쪽짜리 성명에서도 소수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보호는 있었지만 여성의 권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프라밀라 패튼 유엔여성기구 총장 대행은 성명을 내고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한다는 약속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개에 실망과 경악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내각은 또한 탈레반 지도부의 주류인 파슈툰족 출신이 대부분으로 민족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탈레반은 아울러 과거 집권 당시 가장 논란을 샀던 부처이자 이슬람 법의 극단적인 해석을 집행하는 조직인 '미덕 촉진·악덕 방지부'를 되살렸다.

이런 임시정부 구성은 탈레반이 카불 장악 이후 대외적으로 내보였던 유화적 제스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따라서 탈레반이 아프간의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외국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아프간 예산의 최대 80% 가량이 국제사회에서 나오고 있는데, 카타르에서 거의 매일 인도주의 목적의 물자가 공급된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국제통화기금(IMF)은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아프간 자산을 동결했다.

CNN은 이번 인선은 외국 정부들의 우려를 잠재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과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탈레반이 반대파와 여성, 소수 종교, 소수민족을 어떻게 대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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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 열린 한 탈레반 행사 [AFP=연합뉴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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