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목숨 건 아프간 여성들의 외침, 폭력으로 답한 탈레반[플랫]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탈레반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주말 목숨을 걸고 인권 보장 요구 시위에 나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탈레반은 최루탄을 쏘고 경고 사격을 하며 폭력으로 답했다. 여대생들은 눈을 제외한 온몸을 가리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억압적인 교육 규정도 공식 발표했다.



시위 나선 여성들에 폭력으로 답한 탈레반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4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최루탄과 공포탄 등을 발사해 여성 시위대를 해산시켰다고 보도했다. 톨로뉴스가 공개한 영상에는 총을 든 탈레반 대원들이 거리에서 여성들을 해산시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탈레반 조직원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9월 3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내에서 여성들이 교육과 취업등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소라야는 로이터통신에 “탈레반이 여성의 머리를 때렸고 여성들은 피투성이가 됐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이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거나 폭행하는 장면은 찍히지 않았지만, 일부 게시물에는 상처를 입은 여성의 얼굴이 나오기도 했다.

아프간 여성들의 시위는 지난 2일 서부 헤라트에서 시작됐다. 여성 50여명이 거리로 나와 현수막과 팻말을 들었다. 일부는 부르카 없이 얼굴을 드러냈으며 선글라스를 쓴 사람도 있었다. 이어 시위는 수도 카불에서도 이어졌다. 여성들은 3일부터 대통령궁 인근에서 교육과 취업 기회, 자유 등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총으로 무장한 탈레반 대원이 거리를 순찰하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목숨을 걸고 목소리를 냈다.

여성들은 “우리는 모두 함께다. 억압을 깨뜨릴 것이다” “여성이 없는 국가는 곧 언어가 없는 곳과 같다”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자유가 우리의 신조다”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대신, 머리에 히잡을 둘렀다. 한 탈레반 대원이 시위대를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화가 나 돌진하면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여성들의 연이은 시위는 탈레반이 과거 집권기(1996~2001년)에 자행한 여성 탄압이 재연될 것이라는 공포에서 비롯됐다. 당시 여성들에 대한 교육이 금지됐으며, 일할 기회도 박탈됐다. 눈을 포함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는 외출할 수 없었고 탈레반 대원과의 강제결혼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여대생은 눈 제외한 온몸 가려야”



탈레반은 여대생들의 복장과 수업 방식을 규정한 세부 지침도 발표했다고 5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반드시 ‘아바야’(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통옷)’를 입고 ‘니캅’을 착용해야 한다. 과거처럼 ‘부르카’를 착용하라는 규정은 없었으나 ‘니캅’ 역시 눈을 제외한 얼굴과 대부분을 가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밖에 수업은 남·여학생끼리 나누어 진행해야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커텐을 쳐서라도 공간을 분리하도록 했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과 섞이지 않도록 5분 일찍 수업을 끝내야 하고, 남학생들이 완전히 교실에서 떠날때까지 대기실에 머물러야 한다. 여학생들은 여성 교원에게만 수업을 받도록 하고, 여성 교원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처신이 바른 ‘노인 남성 교사’를 채용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향신문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지난 3일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 앞으로 교육과 취업 등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여성들의 시위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현지 언론은 탈레반이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며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고 전했다. 카불 |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AFP통신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계획이다. 우리는 여성 교원도, 여성들을 분리시킬만큼의 강의도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여성들이 학교에 가는 것이 허용한다는 사실은 큰 진전”이라고 했다. 탈레반의 이번 지침은 아프간의 사립 대학이 월요일 개교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아프간의 사립 대학들은 탈레반의 첫번째 통치가 끝난 2001년 이후 급증했고, 이후 20년간 아프간 여성들의 대학 진학률도 크게 늘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카불 점령 직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억압적인 지침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현장에 있는 탈레반 대원들은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으로 쏴 죽이고 광고판의 여성 얼굴을 검게 덧칠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윤정 기자 yyj@khan.kr
심윤지 기자 sharpsim@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