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서 아프간 넘어온 위구르족 약 3천명…'중국 난민' 신분
"탈레반, 중국 환심사려 위구르족 넘겨주는 '뒷거래' 우려"
지난 2월 터키서 열린 위구르족의 중국 규탄 시위 |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 정착한 위구르족이 탈레반과 중국의 밀착 기류 때문에 남모를 공포에 떨고 있다고 CNN 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위구르족은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다가 당국의 탄압을 피해 아프간으로 건너왔으나 탈레반이 정권을 쥐면서 다시 중국으로 추방될까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45년 전 아프간으로 온 투한(가명)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 내 위구르족이 사는 신장(新疆) 자치구는 아프간과 맞닿아 있는데, 투한은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어 낯선 땅으로 건너왔다.
아프간에서 이방인으로라도 사는 게 중국 수용소에서 고문, 성폭력, 강제 노동을 당할까 봐 공포에 떨면서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아프간에서 미국이 완전 철수하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암흑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후 탈레반과 중국 당국 사이에 밀착 기류가 일면서 투한을 포함한 아프간 내 위구르족은 언제 중국으로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떠는 처지다.
투한은 "수년 간 사는 게 힘들긴 했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은 최악"이라며 "우리가 위구르족이라는 걸 들키는 건 시간 문제다. 우리는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투한처럼 아프간에 터를 잡은 위구르족은 3천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조지워싱턴대 션 로버츠 교수는 설명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신장 지역을 손에 넣은 당시 아프간으로 건너왔다.
또 일부는 중국 문화대혁명이 말기로 접어든 1970년대 중반 정치적 혼란을 피해 아프간행을 택했다.
많은 위구르족이 아프간 시민권을 땄지만 이들의 신분은 여전히 중국 난민으로 돼있다.
또 정착 2세대에게도 같은 신분이 적용된다고 CNN은 전했다.
실제로 1976년 신장에서 아프간으로 온 위구르족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한 남성은 고향이 아프간 수도 카불인데도 신분증에는 '중국 난민'으로 적혀있다고 CNN은 예시했다.
이들은 이제 중국도, 아프간도 아닌 제3국행을 바라기도 한다.
터키로 간 위구르족 남성은 "아프간에서 나오고 싶어하는 위구르족 100여명을 알고 있다"면서 "탈레반이 중국과 뒷거래로 협상해 위구르족을 중국으로 돌려보낼까 봐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탈레반이 5월부터 본격화한 미군 철수를 틈타 아프간 거점을 속속 함락시켜나가던 7월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중국 톈진(天津)을 방문해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바라다르는 중국을 "훌륭한 친구"라고 칭했고, 왕이 부장은 탈레반이 "아프간의 평화, 화해, 재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탈레반이 이처럼 중국의 환심을 사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아프간 집권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는 셈법이며, 그 수단의 하나로 위구르족을 중국 손에 넘겨주려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로버츠 교수는 짚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탈레반에 돈줄을 끊은 상황에서 탈레반은 국제사회 인정, 자금 지원 등을 목적으로 중국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또한 아프간을 포함한 인근 국가에서 위구르족을 다시 신장으로 끌고 오는 데 최근 몇년 간 유독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6월 발표된 '위구르 인권 프로젝트' 집계에 따르면 1997년부터 세계 곳곳의 위구르족이 중국으로 추방 또는 인도된 사례가 최소 395건에 이른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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