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 인권 보장 요구…"공허한 약속에 싫증났다"
탈레반 "시위 통제불능…강경대응 나설 것"
2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헤라트에서 여성들이 딸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면 부르카 착용을 받아들이겠다며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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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성차별적 폭력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여성들을 폭력적으로 해산시켰다.
탈레반은 4일(현지시간) 위험을 무릅쓰고 인권 보장 운동을 펼치기 위해 대통령궁으로 걸어가려는 여성들을 향해 최루탄과 후추 스프레이를 뿌렸다고 BBC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탈레반 조직원들은 총기 손잡이로 여성들의 머리를 때리기까지 했다.
미군이 철수한 뒤 지난 2일 수십명의 여성들은 아프간 중서부 헤라트와 카불에서 '여성의 지원 없이는 어떤 정부도 안정적이지 못할 것'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고 탈레반 조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려워하지 마. 우리는 함께 있어"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여성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정부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탈레반에 요구했다.
다만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탈레반은 이들이 정부에서 일하는 것은 허용하겠지만 여성에게 장관직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탈레반은 여성들의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음에도 여전히 시위가 통제 불능 상태에 있다고 주장하며 강경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탈레반은 집권 1기(1996~2001년) 기간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여성 인권을 무참히 탄압했다.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전통복)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고, 남성 동행자 없이는 외출할 수 없었으며, 남편이 없는 여성이나 미혼 여성 또는 13세 이상 소녀들을 탈레반 조직원과 강제로 결혼시켰다.
그러던 탈레반은 집권 2기(2021년 8월~)에 들어서면서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밝히는 등 과거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탈레반 대변인은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 가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이 일하고 공부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면서 부르카를 엄격히 강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냈다.
그러나 탈레반의 통치하에 생활하게 될 여성들은 공포에 떨며 길거리에서 사라졌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아지타 나지미는 "25년 전 탈레반이 집권했을 당시 나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며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2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헤라트에서 여성들이 딸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면 부르카 착용을 받아들이겠다며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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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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