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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르포] 메타버스 채용행사 '취준생 아바타' 긴줄…대기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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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게더타운 플랫폼 활용 구인행사…직접 접속해보니

게임하듯 입장, 진지한 상담…"교통비·밥값 아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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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메타버스 채용설명회 '채용의 나라'에 입장하기 전 캐릭터를 생성하는 모습. (게더타운 캡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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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넥슨의 북미사업 분야에 지원하고 싶은데,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아직 졸업을 못했는데, 6개월 인턴십에 참여할 방법이 있을까요?"

메타버스에서 제대로 된 채용설명회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가상현실이라 불리는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채용설명회는 오프라인 설명회와 다름없이 심도 있는 질답이 오갔다. 어쩌면 오프라인 채용설명회보다 더 '효율적이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채용설명회가 갖는 본연의 취지는 살리되,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교통비에 밥값, 대기시간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1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이용해 온라인 채용설명회 '채용의 나라'를 개최했다. 사실 메타버스를 이용한 기업 행사는 처음이 아니다. 최근 코로나 19의 영향 아래 대면간 접촉이 제한되면서 기업들은 신입사원 교육부터 연봉협상 용도로도 메타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단, 게임사가 주최하는 메타버스 행사는 이번이 처음. 게임사가 구현한 가상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직접 접속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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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메타버스 채용설명회 '채용의 나라' (게더타운 캡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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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용 설명회도 게임처럼

시작은 여느 '게임'과 다름없었다. 넥슨으로부터 제공받은 링크에 접속하자 자신의 아바타와 닉네임을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나타났다. 헤어스타일부터 상의, 하의, 모자 등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었다. 가상세계 속 '나'를 대체하는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다.

캐릭터 생성을 마치자 조선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상세계가 펼쳐졌다. 넥슨은 1996년 출시한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의 맵 중 '부여성'을 그대로 가상세계에 구현해냈다. 조작법도 게임 같았다. 일반적인 PC게임처럼 키보드 W·A·S·D를 이용해 상·하·좌·우로 움직였다. 혹 학창시절 경험한 고전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이리저리 맵을 돌아다니다 보니 '출석체크'라는 간판이 달린 큼직한 대문과 마주했다. 문 양옆으로 '스태프'가 서 있었고, 십여 명의 참석자가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석체크는 '육성'으로 진행됐다. 아바타가 아바타가 만나면 카메라가 켜지며 '화상 대화'가 가능했다. 참석자가 "김민수 출석체크 부탁드립니다"고 말하면 스태프가 명단을 확인 후 "입장하세요"라 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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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메타버스 채용설명회 '채용의 나라' 상담 대기실 모습 (게더타운 캡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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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현실인가, 가상인가

맵은 실제 '채용 설명회' 현장을 그대로 가상세계에 옮겨 놓은 듯했다. 대기표를 뽑을 수 있는 무인단말기부터, 대기의자, 그리고 개인 상담실까지 채용 설명회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이 모두 구현돼 있었다.

무인단말기 앞으로 다가가 키보드 'X'를 누르자 상담을 신청할 수 있는 양식이 등장했다. 그곳에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를 적고 '제출'을 누르면 잠시 후 스태프가 이름을 호명했다.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맵의 구석진 곳으로 이동해 1:1 개인 상담을 가지는 구조였다.

한층을 더 올라가니 Δ넥슨코리아 Δ넥슨지티 Δ넷게임즈 등 인턴채용에 참가하는 넥슨 자회사의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이곳은 개별 상담이 아닌 '단체 상담' 형태로 진행돼, 기업 담당자와 참석자 간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한 취업준비생이 "넥슨의 해외사업 파트에 지원하고 싶은데,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을 녹여내야 할까요?"라 묻자 채용담당자는 "해외 게이머는 국내 게이머와 특성이 다르다. 해외 게임 산업에 대해 공부한 경험을 담아내시면 좋을 것 같다. 언어적인 부분도 기본 비즈니스 매너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각종 '스펙' '인턴십 과정' '직원 처우' 등 현실 채용설명회와 다름없는 질답들이 오갔다. 두 사람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참석자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마이크와 카메라를 끄고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가 대화가 끝나면 조심스레 마이크를 켜 "제가 질문해도 될까요?" 물었다. 비록 가상세계지만 참석자들의 행동은 '현실'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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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메타버스 채용설명회 '채용의 나라' 상담실 모습(게더타운 캡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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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준비생 "교통비·밥값 아껴서 좋아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채용설명회 시작 직후 이후 동시 접속자가 200명을 상회하며 서버가 10~20초 이상 지연되는 '렉'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채용설명회를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신선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맵 한쪽에 설치된 방명록에 한 참가자는 "단순히 줌(화상대화 플랫폼)을 이용하기 보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니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며 "온라인에서도 현실처럼 채용설명회가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글을 적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렉이 심했지만 게임사의 획기적인 시도에 깜짝 놀랐다"며 "기업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채용설명회를 열긴 했지만, 제 입장에선 교통비 아끼고 밥값도 아끼고 아주 좋은 방향인 것 같다"고 참석 후기를 남겼다.

넥슨 니트로스튜디오 채용 담당자는 "참석자들이 대기시간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오니 지루함을 느끼지 않아서 좋았다"며 "대부분 채용설명회라기보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하고 있어서, 저도 재미있게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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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메타버스 채용설명회 '채용의 나라' 방명록 (게더타운 캡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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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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