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필리버스터에 여론 역풍도 감안…본회의 하루 전 지도부 고심 거듭
처리 의지 보여온 송영길 당내 의견수렴·당정청 조율…최종 결정 주목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가 8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김동호 기자 =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예고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8월 처리' 목표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아예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연기하는 쪽으로 기운듯한 흐름이다.
다만 강경파를 중심으로 개혁입법을 신속히 완수하자는 요구도 여전해 당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간 강경론을 이끌어온 송영길 대표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8월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강경 기류는 며칠 새 약해졌다"며 "숙의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도부의 다른 인사도 "내일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며 "송 대표가 많은 의원의 얘기를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임위에서 법사위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법안을 밀어붙여온 민주당이 본회의 처리 연기 쪽으로 선회 흐름을 보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카드로 배수진을 친 영향이 크다.
30일 본회의에 언론중재법이 상정되더라도 무제한토론이 시작되면 8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31일까지는 물리적으로 의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어차피 '8월 처리'가 무산된 만큼 야당 및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숙의의 시간을 거치는 것이 일방처리에 따르는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당정청은 이날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언론중재법 처리 방안을 조율했다.
법안 일방처리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 전달 등 우려에 대한 의견이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은 30일 오후로 잡힌 본회의에 앞서 최고위원회의, 의총 등을 차례로 열고 최종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어서 막판 강온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내에는 언론중재법 강행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당 선관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허위보도에 대한 고위·중과실 추정 규정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며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은 정보의 유통을 봉쇄하는 사전적 규제로 위헌적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낙선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해버리면 어쩔 수 없이 민주주의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5개 언론단체가 제안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중심으로 보완책을 찾자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기국회 내에 법안을 마련, 처리한다는 식으로 시한에 합의할 수 있다면 특위 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법안처리 시기를 일부 조정하더라도 9월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 초반에는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관측 역시 여전하다. 무엇보다 여권내 친문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강경파의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이날 강성 지지층 일부는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당내 의원 10여 명의 전화번호를 SNS로 공유하고 문자폭탄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그간 언론중재법 처리 의지를 밝혀온 송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투톱 사이에서도 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송 대표는 이날 한 인터뷰에서 "더 늦추면 대선 정국에서 부담된다. 논의가 충분히 숙성되면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의지를 밝혔지만, 구체적 처리 방침에 대해서는 주변에 "결정된 바 없다"고 언급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대표는 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11대 7로 재배분한 것과 관련해 "야당이 뒤집어씌운 독주의 족쇄를 벗어던진 만큼 수술실 CCTV법, 공정한 언론생태계 조성 입법, 사법개혁과 2단계 검찰개혁 입법 등 민생 개혁과제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며 개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건 바 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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