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하수처리장 등 도시 기능 유지를 위한 필수 시설들이 지자체 간 갈등으로 들어설 곳을 찾지 못하고 있고, 광역교통 인프라스트럭처 확충마저 줄줄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장의 경우 입지가 결정되더라도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치려면 증설까지 최소 6~7년은 걸릴 수 있어 인프라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졸속으로 입지 선정에만 매달린 결과 정작 도시계획에 필요한 '내실'은 전혀 챙기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다.
29일 국토교통부와 과천시 등에 따르면 3기 신도시로 지정돼 2025년까지 7000가구 안팎의 주택공급이 예정된 과천지구 하수처리장 증설 위치를 놓고 과천시와 서울 서초구의 갈등이 불거졌다.
과천시가 3기 신도시 과천지구 조성 등에 따른 하수처리량 증가에 대비해 서울 서초구와의 경계 지역에 하수처리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서초구의 강한 반대로 국토부는 부랴부랴 입지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란 과천시의회 의장은 "서울시 주거 안정을 위해서 과천시에서 그린벨트까지 희생하며 3기 신도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데 국토부가 하수처리장까지도 서울시 편을 들어주면 지자체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수처리장 증설이 지체될 경우 주택이 줄줄이 입주하면서 생활하수 처리량 증가에 따른 인프라 대란이 불가피하다. 과천시 환경사업소에 따르면 현재 과천시 하수처리장의 일평균 처리 용량은 2만1000t으로 최대 처리 가능 용량인 2만4000t에 근접했다. 국토부가 내년까지 과천지구 신도시 지구계획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기존 처리장만으로는 하수 처리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당장 과천 주공6단지를 재건축한 '과천 자이' 2099가구가 올해 하반기에 준공 예정이다.
과천지구뿐만이 아니다. 3기 신도시와 택지지구 가운데 부천 대장지구와 남양주 평내지구 등도 하수처리장 신설과 쓰레기 소각장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 반대 등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공급 정책은 도시계획이 먼저 설계되고 진행돼야 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신도시 입지부터 급하게 발표하는 잘못된 관행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환 기자]
집값 잡겠다고 쫓기듯 발표하더니…3기신도시 곳곳 인프라 '펑크'
하수·쓰레기 처리 걱정하게 생긴 과천·남양주·부천
고양창릉도 열병합발전소 진통
국토부 "지자체가 풀어야" 뒷짐
LH도 비용부담 얘기에 난색
"기반시설 무조건 혐오하는
주민인식도 개선될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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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건설이 시작됐지만 하수처리장과 쓰레기소각장, 발전소 같은 기피 시설 입지를 두고 신도시 인접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갈등이 불거져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이 '수렁'에 빠졌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올해 1월 평내·호평지구 인근에 하수처리장을 신설하는 계획을 환경부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평내·호평 주민들이 하수처리장 입지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안으로 꼽히는 진건 하수처리장 증설도 첩첩산중이다. 진건·다산 주민들은 평내·호평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언제까지 진건 지역에서 처리해야 하느냐며 맞불을 놓고 있다. 결국 환경부는 지난 5월 남양주시에 계획 수정을 요구했고 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 26일 지구계획이 승인된 평내·호평지구에 인접한 왕숙·왕숙2지구에 앞으로 주택 6만8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남양주시는 3기 신도시(왕숙·왕숙2)와 양정역세권 등 대규모 개발과 신규 택지 공급이 예정되면서 하수 처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하수처리장 신설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 인프라 확보에 비상이 걸린 건 하수처리장뿐만이 아니다. 올해 안으로 지구계획 승인을 목표로 하는 고양 창릉지구에서는 열병합발전소와 쓰레기소각장 건설 계획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바로 인접한 향동지구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이 입지로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역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부천 대장지구는 악취 문제가 심각한 굴포 하수처리장 지하화를 추진했지만 지난해 무산됐다. 투자비가 총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난색을 표하면서 지구계획에서 빠졌다.
부천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신도시 개발과 함께 하수종말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개발지구 내에 편입시켜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국토부에서는 처리장에 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단순히 구조물만 올려서 하수처리장 뚜껑을 덮는 것으로는 실질적인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매듭을 풀어야 할 정부는 사실상 지자체에 책임을 떠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구 지정 단계부터 전문가들이나 지자체 관련 부서들도 참여하는 형태로 회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받는 등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그럼에도 충돌은 있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지자체 차원에서 타협을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생활필수 인프라 거부 현상은 신도시 입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예고됐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속도전만 벌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부랴부랴 주택 공급에만 방점을 두고 입지를 선정하다 보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힐 수밖에 없는 도시기반시설 입지에 대한 고려와 주민 갈등 조정이 정책 검토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렸기 때문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기반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 범위 내에서 택지 개발이 이뤄지고 신도시가 건설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전부 반대로 했다"며 "주택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어느 날 갑자기 '신도시 하겠다'는 식으로 발표하다 보니 하수처리장 입지 등이 사전에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뒤늦게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땅값에 호재가 되는 시설만 환영하고 그렇지 않은 '혐오시설'은 무조건 배척하는 사회적 인식도 풀어야 할 문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환경기초시설은 주민들에게 재산상의 손해로 다가오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민들이 합의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어메니티(지역의 장소·환경·기후 따위가 주는 쾌적성) 요소를 도시계획 과정에서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연호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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