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전격 인상하며 가계빚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기준금리가 점진적으로 올라 내후년에는 3%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통화당국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 걸맞은 수준까지 금리 인상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이를 인지하고 '빚투'(빚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는 27일 매일경제와 서울대 경제학부가 공동으로 기획한 '한국의 미래를 바꾸는 경제정책' 릴레이 인터뷰에서 "2023년 이후에는 잠재성장률과 물가 수준에 맞춰 기준금리가 3%대로 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국민들도 앞으로 그 정도까지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대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잠재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 나라가 감당할 수 있는 금리"라며 "현재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최소 3%"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전날 2021~2022년 우리나라 평균 잠재성장률을 2.0% 수준으로 추산하며 올해 물가상승률을 2.1%로 내다봤다. 기술적으로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가 3~4% 선까지 올라가도 경제가 버틸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관련해 김 교수는 팬데믹(코로나 대확산) 등 복합적인 변수가 많아 내년까지는 급격한 인상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기준금리가 1~2% 범위에서 움직이다가 내후년에 2% 선을 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매일경제가 한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 이자 부담은 11조8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2분기 말 기준 가계빚은 '빚투' 열풍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10.3% 급증한 180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官주도 뉴딜은 성장에 毒…기업의 기술혁신이 경제 이끈다"
2023년 돈풀기·기저효과 약효끝
정부주도 물량공세는 한계뚜렷
규제 철폐·생산성 향상이 먼저
저출산·고령화 해법은 대외투자
당국, 해외주식 과세 완화하고
연기금 국외투자도 활성화해야
금리인상, 시장영향 크지않을것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고착화할 것이라는 염려가 적지 않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성장의 원인은 금리 문제가 아니라 기술혁신과 발전이 일어나지 않고 있어서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재정정책 통화정책 약발이 떨어지면 곧 성장률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려면 기업규제 완화로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총요소생산성이 0.9%포인트로 1%포인트 이내에서 정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자본과 노동력을 쏟아부어도 장기 성장률이 높아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4% 성장을 전망했는데 절반은 기저효과 때문이다. 나머지 절반은 엄청난 규모의 확장재정정책과 이례적인 통화완화정책 덕이다. 그런데 내년 이후에는 재정과 통화정책 약발이 떨어지면서 상당히 어려워질 거다.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쳐 성장이 더 타격을 받겠는데.
▷저성장은 금리 탓이 아니다. 이미 인상 방향에 대해 한국은행이 언급을 많이 했고 장기금리에도 어느 정도는 반영이 됐다. 게다가 한 번에 0.25%포인트씩 올린다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길게 보면 기준금리가 올라야 가계부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도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성장의 핵심 원인은 무엇인가.
▷간단한 성장이론에 따르면 자본축적이 충분히 이루어진 뒤에는 기술발전 속도와 경제성장 속도가 비슷해진다. 예를 들어 미국은 코로나19 이전 연간 경제성장률이 2~3%씩 나왔는데 미국의 기술성장 속도가 2~3%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도 기술발전 속도를 높여야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저성장에서 벗어나려면 기술혁신과 발전, 생산성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
―기술혁신 이룰 수 있는 비책이 있나.
▷현대 경제에서 기술혁신과 기술발전은 주로 민간기업에서 일어난다. 정부 주도로는 어렵다. 정부가 혁신적인 기술을 가려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혁신과 기술발전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규제 철폐와 생산성 확대가 이뤄져야 하며 정부가 시장경제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물량공세를 펴서는 저성장 구도를 탈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는 정부 주도로 성장을 하겠다고 한다.
▷우리 정부에 기술혁신을 가려낼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생산성 향상, 혁신,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정부 주도 정책이 많다.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비롯한 노동정책과 소득주도성장정책, 한국형 뉴딜 정책이다. 정부가 주도해 물량 위주와 규제 위주로 해보겠다는 건데 이건 성장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정책이다.
―한국형 뉴딜은 어떤 문제가 있나.
▷정부가 추구하는 한국형 뉴딜에 시장 위주로 가자는 얘기가 없다. 정부 주도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주로 공공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거다. 이건 성장에 독이 되는 것으로 안 하느니만 못한 정책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정책 실패가 겹치면서 사정이 더 악화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확장재정 약발이 떨어지면서 연간 성장률이 1%대, 0%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
―성장을 가로막는 또 다른 리스크는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대응이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됐다. 델타 변이 사태가 확산하더라도 경제에 영향은 예전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다. 방역문제 다음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상화, 가계부채와 정부부채 등 당장 많이 쌓인 빚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는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자영업자와 좀비기업을 어떻게 선별해 신산업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정부가 유망산업으로 업종 전환을 할 수 있게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신산업 전환을 전제로 지원해야 한다. 장기적인 성장 능력을 제고해 경기 부양을 안 해도 2~3%나 그 이상 성장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저성장의 원인으로 고령화 문제도 거론된다.
▷자산을 축적해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늙어도 돈 있는 늙은 나라가 되면 그나마 낫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외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냥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고위험, 고수익 투자처에 장기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수익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1980~2019년 각국 국제투자대조표를 분석해 개별 국가 국민이 해외 주식, 채권 등 대외자산 등에 투자해 얼마큼 수익을 냈는지 분석했더니 한국은 지난 40년간 대외자산에 투자하는 동안 연평균 3%씩 손실을 본 것으로 나왔다. 미국(3.5%), 일본(0.5%) 같은 선진국은 물론 멕시코(-0.58%), 필리핀(-0.78%), 인도(-1.62%)를 비롯한 신흥국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는 성적이다.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도 한국 대외자산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효율적인 투자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수익률이 높고 가치 상승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외자산 투자를 늘려야 한다.
―더 공격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른바 '서학개미'가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 금융자산, 부채 비중이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돼 앞으로 거래가 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등 통상환경이 난항에 빠지며 교역으로 돈 벌기도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무역 흑자를 통해 대외 투자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지만 점차 무역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 국제 금융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부채 문제를 언급했는데 그로 인해 현재 자산 상태는 버블에 가까운가.
▷현재 자산 상태가 버블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자산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했다는 거다.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것은 그만큼 내려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국민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난 1년 반 동안의 증시는 대충 아무거나 사도 올라가는 장이었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면 위험하다.
―대표적인 자산 버블로 부동산을 이야기하는데.
▷아직 상승세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지금은 추가 공급이 거의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부동산은 공급이 부족한데, 갖고 있는 사람이 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목표를 바꿔야 한다. 현 정부는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전적으로 실패했을 뿐 아니라, 모로 가도 집값만 안정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많은 국민이 좋은 주거환경에서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책 목표가 맞춰져야 한다. 가격 안정화가 그러한 목표의 수단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목표 자체가 완전히 잘못돼 있기 때문에 국민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정책이 나오는 거다.
▶▶김 교수는…
△1967년 서울 △1990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6년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 △1997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 △2003년 고려대 경제학과 부교수 △2005년 한국은행 조사국 자문교수 △2007년 아시아개발은행 컨설턴트 △2009년 한국한미경제학회 회장 △2014년 국제결제은행 자문역 △2015년 한국경제학회 사무국장 △2016년 제46회 매경이코노미스트상 △2009년~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환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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