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물난리 처음", 알려진 피해 빙산 일각…중장비로도 복구 역부족
길 복구된 뒤 찾은 현장…흙·돌로 뒤덮여 하천과 밭 구분도 안 돼
무너진 포항 죽장면 주택 |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말 그대로 수마가 할퀴고 간 자국이 아니고 뭐겠능교."
오랜만에 햇살이 비친 2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포항 죽장면은 제12호 태풍 '오마이스'와 저기압에 따른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23일부터 24일 사이에 208.5㎜ 비가 내렸다.
특히 24일 오후에는 3시간 동안 129㎜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그런 만큼 죽장면 일대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동안 죽장면 비 피해는 면사무소 소재지가 있는 입암리를 중심으로 알려졌다.
입암리 죽장시장 일대에서는 주택 60채, 상가 30채, 차 25대가 침수됐다.
입암리에서 북쪽인 청송으로 가는 국도 31호선 입암교 연결도로가 폭우로 유실돼 이 일대 통행이 금지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입암교 북쪽지역 피해는 언론을 통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연합뉴스 취재 결과 그동안 알려진 죽장면 비 피해는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비 피해로 다닐 수 없던 입암교가 응급 복구된 뒤 찾아간 죽장면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입암교를 지나자마자 나타난 풍경은 그동안 포항 시내에서 죽장면 입암리까지 봐 온 풍경과 완전히 달랐다.
포항에서 가장 오지로 꼽히는 죽장면은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있고 하천 주변에 마을이 형성된 곳이 많다.
그러다가 보니 이번 비에 하천이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하천 주변 집과 논·밭은 쑥대밭으로 변해 성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돌 쌓인 주택 |
맨 처음 찾아간 현내리 70대 주민의 집은 침수가 됐을 뿐만 아니라 집 옆 사과밭이 상류에서 내려온 돌과 흙에 파묻혔다.
농사용 기계인 관리기와 비료 200포대가 물에 떠내려갔다.
한 주민은 "물고기가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고 설명했다.
맞은편 한 주민 집도 침수돼 물에 씻기 위해 내놓은 세간살이가 마당을 가득 채웠다.
문제는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란 점이다.
하천 주변 둑, 경사면과 그 주변 길과 밭은 여기저기 물에 떨어져 나가면서 움푹 팬 곳이 많았다.
반면 일부 구간은 상류에서 내려온 돌과 흙이 쌓여 하천이 주변 밭과 높이가 비슷해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하천 지형이 바뀐 곳이 많았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산비탈에 자리 잡은 사과밭은 산에서 내려온 돌로 원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봉계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마당까지 돌과 흙이 밀려와 쌓인 집이 많았고 한 창고는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굴착기로 복구작업을 하던 한 작업자는 "워낙 큰 돌이 많아 웬만한 중장비로는 돌을 꺼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하천과 길, 밭이 모두 돌로 덮여 주민 설명이 없으면 구분하기 어려웠다.
92세 주민은 "평생 이곳에서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 봤다"고 말했고 67세 주민도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평생 처음 봤을 정도로 피해가 심하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포항에서 가장 고지대 마을로 알려진 두 마리로 가는 도로 일부 구간은 폭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 통행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월평리에서도 보이는 풍경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한 주택은 한쪽이 무너져 내렸고 다른 집 창고는 무너져 있었으며 하천 역시 돌로 가득했다.
주민은 "집 주인은 물난리가 난 뒤 자녀 집으로 임시로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합덕리와 석계리에서는 불어난 하천물이 밭을 휩쓸면서 아예 지형이 달라진 곳이 많았다.
고추밭, 사과밭, 양배추밭은 돌과 자갈로 뒤덮여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둑이 무너지고 다리 난간이 유실됐으며 하천은 온통 돌로 뒤덮였다.
포항시는 죽장면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피해 조사와 함께 응급 복구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강덕 시장은 "피해 상황을 보고 주민을 만나니까 눈물이 다 날 지경"이라며 "피해를 복구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돌 쌓인 주택 마당 |
흙과 돌이 뒤덮은 밭 |
종이처럼 구겨진 도로 |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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