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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인터뷰]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이 말하는 '진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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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정유정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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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이 말하는 '진짜 행복'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에 완전한 행복 있을 수 없어"
"완전한 행복 추구하려 집착하게 돼"
"결핍 · 불운도 내 요소…불행 받아들여야 행복의 의미 알 수 있어"
"자신의 행복할 권리와 더불어 타인의 행복 존중할 책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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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진/앵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분의 소설 한 권쯤은 읽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최근에 나온 소설 '완전한 행복'도 상당히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정유정 작가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유정/소설가: 안녕하세요?

▷ 주영진/앵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 '완전한 행복' 읽으신 분들도 많겠습니다만 또 아직 못 읽으신 분들도 많을 텐데 말이죠. 제가 얼핏 책 속의 글을 봤는데 제목에는 행복이 있는데 정작 책을 읽으면 좀 뭐라 그럴까요? '좀 무섭다, 우울하다 이런 느낌이 드는데 묘하게 책을 놓을 수 없다' 이런 분들이 많더라고요.

▶ 정유정/소설가: 이게 '완전한 행복'이라는 제목을 처음에 봤을 때 제 책을 자주 읽었던 독자들은 '정유정과 완전한 행복, 그러면 스릴러다'. 제가 이제 스릴러만 쓰는 게 아니고 성장소설도 쓰고 판타지도 쓰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어떤 장르일까 궁금해하셨는데 '완전한 행복' 하고 딱 나오니까 그러면 스릴러다 이렇게 생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 주영진/앵커: 그게 아마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7년의 밤'이나 이런 책들 읽으신 분들이 아마 그런 생각을 많이 갖고 계신 것 아닙니까?

▶ 정유정/소설가: 맞아요.

▷ 주영진/앵커: 저도 '7년의 밤' 영화는 본 기억이 나는데 약간 무서웠어요, 그때 영화 보면서.

▶ 정유정/소설가: 아, 그러셨어요?

▷ 주영진/앵커: 그런데 그런 책의 내용은 그렇게 돼 있는데 행복이라고 하는 말씀을 하시고 싶으시니까 책 제목이 완전한 행복 아닙니까? 완전한 행복은 가능하다입니까, 불가능하다입니까?

▶ 정유정/소설가: 인간이 완전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인간이 추구하는 것에도 완전한 게 있을 수가 없겠죠. 그걸 추구하다 보면 그게 집착이 될 거고 강박이 될 거고 그러면 결국은 정반대의 결과를 어떤 파국을 가져올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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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진/앵커: 이 책 내용 중에 등장인물이 하는 대사 중에 하나가 '행복은 뺄셈이야'라고 하는 부분이 아마 많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행복은 뺄셈이라고 하는 말이 오히려 무서운 말이다라고 하는 그런 서평 같은 것도 많이 봤어요. 저건 무슨 뜻에서 저런 대사가 들어간 걸까요?

▶ 정유정/소설가: 불행에 어떤 가항성이 있는, 내가 불행해질 가항성이 있는 그런 요소들을, 삶의 요소들을 하나씩 다 제거하는 방식으로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그런 어떤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내 인생에서 불행만 제거하면 나는 행복해질 거야' 이런 강박을 가지고 있어서.

▷ 주영진/앵커: 얼핏 들으면 맞는 말처럼 들리기는 하는데.

▶ 정유정/소설가: 논리적으로 들리는 말인데 실상 들여다보면 우리 삶이 논리에 맞지 않듯이 이 이야기도 실상 들여다보면 그게 아닌 거죠. '제거'라는 이 단어 안에 포함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적인 불행일 수도 있지만 그게 사람일 수도 있는 거거든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래서 굉장히 위험한 말인 거죠.

▷ 주영진/앵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고 싶어 하죠.

▶ 정유정/소설가: 그렇죠.

▷ 주영진/앵커: 행복하기 위해서 아마 일하는 것도 행복을 위해서고 일이 끝나고 난 이후에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시간도 행복하기 위해서 갖는 것이고 취미도 그렇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아마 같은 맥락에서 그런 것 같은데 늘 행복하고 싶어 하는데 늘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게 삶의 모순인가요, 어떤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유정/소설가: 저는 행복이 어떤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행복이라는 것은 감정의 경험이거든요. 어떤 상황을 경험함으로써 겪을 때 오는 순간 같은 거거든요. 이 순간을 위해서 산다는 것은 조금 위험한 생각이 아닌가. 저는 되게 그게 이상하게 여겨져요. '나는 행복이 내 인생의 목적이야'라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게 맞는 말인가 생각하거든요. 행복이라는 것은 그냥 우리가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 혹은 누군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든가 사랑하는 사람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든가 이럴 때 느끼는 순간순간으로 쌓이는 감정의 경험이지 이게 어떤 실체가 있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행복은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내가 행복해야지라고 행복하기 위해서 그 일을 하면 할수록 더 도망가는 게 행복이 아닐까. 자기 삶에 불행도 있고 결핍도 있고 불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 주영진/앵커: 사람은 참 여러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아마 조금 전에 이재명 지사 인터뷰도 잠깐 보셨겠습니다마는 대선을 앞두고 사람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아마 저 후보가 되면 내 삶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하는 기대도 있을 거예요. 나아진다고 하는 부분에는 아마 행복이라고 하는 그런 측면도 물론 있겠죠. 또 하나는 '저 사람이 되는 것이 옳아, 그게 정의야'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도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평범한 국민으로서 유권자로서, 작가가 아니라. 그런 어떤 중요한 선거 때 작가님은 또 어떤 생각 갖고 투표하시는지도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 정유정/소설가: 저는 스토리텔링이 후보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스포츠도 우리가 스포츠에 승자, 스포츠를 좋아하는 게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우리가 열광하는 것이 반드시 우리나라가 이긴다 이게 아니거든요. 거기에 뒤편에 깔려 있는 스토리텔링을 보고 되게 열광하거든요. 대표적인 예로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여자 배구 보면 4위였지만 챔피언처럼 우리 국민들이 맞아들였잖아요.

▷ 주영진/앵커: 그렇죠.

▶ 정유정/소설가: 그게 바로 우리나라 대표단이 보여준 스토리텔링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통령을 뽑을 때도 그 스토리텔링을 봐요.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고 어떤 과정을 걸어왔고 그러면 그 사람의 세계관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뭐 저 사람이 과연 정치적 철학을 가졌느냐,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 아니면 대통령이 되는 게 목적이냐 이런 걸 좀 보고 싶은 거죠. 그런 걸 보면서 대충 마음의 결정이 투표 당일이 되면, 투표 때가 되면 대충 이제 결정이 되는 것 같아요.

▷ 주영진/앵커: 제가 순간적으로 드린 질문인데도 작가님 말씀에 아마 많은 분들이 또 동의하시고 나도 그런데라고 하는 생각도 갖고 계신 분도 많을 것 같고요. 제가 우리 정유정 작가님의 말 중에 저는 이 부분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어요. '언제부터인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적인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이 바로 수상한 징후다'. 이건 어떤 뜻으로 하신 말씀입니까?

▶ 정유정/소설가: 그게 SNS가 활성화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런 징후가 읽히더라고요. 그러니까 나를 내세우고 '나는 특별해', '내가 세상의 중심이야'. 그런데 사실 아니거든요. 그리고 자기애와 또 어떤 자존감이 굉장히 높아야만이 그 사람이 루저가 아닌 것처럼 그렇게 미디어라든가 책이라든가 그런 에세이들도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나왔잖아요. 그게 되게 이상했어요. 자존감이 높아야 좋은가?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사실 저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자존감이 높지 않은 사람은 높지 않은 사람대로의 장점이 있어요. 특히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은 높지 않은 자존감으로 인해서 굉장히 타인과 자기 자신에게 예민하거든요. 예민함으로 인해서 그 세워놓은 레이더에 딱 걸려드는 게 보통 사람과 다른 어떤 섬세한 부분들이 걸려들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자존감이 낮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나쁘고 자존감이 높다 그래서 굉장히 좋고 그런 거 아닌데 하나같이 다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 내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면서 날마다 언박싱 이래서 명품 옷 입고 유튜브에 이렇게 하고 그러면 그걸 보다가 또 어느 순간에 소위 '현타'라 그러죠. 요즘 친구들 말로 현실 자각이 되는 거예요.

▷ 주영진/앵커: 그렇죠.

▶ 정유정/소설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런 것들이 다 자기 과시, 자기 자신을 부풀리는. 고양이가 자기보다 센 적을 만나면 꼬리를 이렇게 꼬리 펑이라고 그래서 꼬리를 이렇게 너구리처럼 부풀리거든요, 세게 보이기 위해서. 마치 그런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러면 인간관계에는 그런 허세가 끼어들면 진실해지지가 않고 소통에 장애가 생기는 거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이렇게 괴리가 큰 사회가 돼요. 그래서 되게 염려하는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그거였어요. 제가 SNS를 하지는 않는데 제 아들이 SNS를 하니까 가끔씩 이렇게 보여주면 들어가서 이렇게 건너건너 가게 되잖아요. 보면 그런 것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되게 걱정스러웠어요. 그래서 이전 작품인 '지니지니'를 내기 석 달 전에 이 다음 작품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자기만의 어떤 행복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나르시스트의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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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진/앵커: 지금 말씀 들으면서 사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그런 생각도 하게 되네요. 누구나 자기가 소중하고 괜찮아, 나만 괜찮으면 돼, 내가 나를 사랑하면 돼. 그런데 모두가 다 그런다면 이건 또 어떻게 할 것이냐.

▶ 정유정/소설가: 그렇죠.

▷ 주영진/앵커: 저 사람도 자기가 소중하다고 하고 저 사람도 자기가 소중하다고 하면 나는 행복할 수 있지만 그럼 저 사람의 행복은 내가 어떻게 해 줘야 하지? 이런 어떤 갈등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겠네요.

▶ 정유정/소설가: 그럼요. 그러니까 자기가 행복할 권리와 더불어서 타인의 행복에도 자기가 책임이 있어요. 그러니까 내 권리와 책임 이 사회에서 균형추를 잘 잡아야 하는 거죠. 너무 타인의 행복에만 양보를 하고 배려를 하면 내 삶은 너무나 피폐해져요.

▷ 주영진/앵커: 그렇죠.

▶ 정유정/소설가: 그리고 또 내 삶만 추구하면 타인의 삶이 피폐해지죠. 그러니까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배려도 하고 양보도 하고 또 저쪽으로부터 배려도 받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거든요. 그 얘기하고 싶었어요, 소설에서.

▷ 주영진/앵커: 우리 작가님 소설을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면 기존에 읽으신 분들 평가가 좀 서늘해지기는 한데 다시 한번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느끼게 된다, 참 이상하다. 이런 다른 분들의 독후감을 여러분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노래라고 저희 작가들에게 알려줘서 저희가 한번 들어볼까요? 상당히 강한 노래네요. 'Storm'이라고 하는 노래인데 말이죠. 이 노래 또 좋아하시는 이유는 어떤 이유입니까?

▶ 정유정/소설가: 제가 스톰을 좋아해요.

▷ 주영진/앵커: 정말 스톰을?

-예, 진짜 스톰을 좋아해요. 눈보라도 좋아하고. 그러니까 자연이 대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걸 보는 게 되게 좋아요. 좋다고 하면 이상한가요?

▷ 주영진/앵커: 아니죠, 아니죠. 누구나 또 그럴 수. 그래서 'Storm'이라는 노래, 바네사 메이의 이 노래도 좋아하시네요.

▶ 정유정/소설가: 예.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정유정 작가님과의 인터뷰 시간이 짧아서 너무너무 아쉬운데요. 아주 짧게. 예전에 간호사도 하셨고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직장생활도 하셨고. 그러다가 소설을 쓰겠다. '사람들이 아마 내가 쓴 소설 좋아할 거야' 라고 하는 생각을 갖게 된 건 언제입니까?

▶ 정유정/소설가: 저는 어려서부터 작가가 꿈이었어요. 어려서부터 대학 때 국어 교수님이 꼭 작가가 되라고 하셨어요, 저에게. 그래서 그 말이 되게 힘이 됐어요. 그동안에 여러 길을 돌아왔잖아요. 그러면서 되게 힘이 돼서 작가가 되었다고 이제 찾아가 뵙고 싶은데 이미 돌아가셨어요.

▷ 주영진/앵커: 작가님은 그러면서 아주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행복하시죠?

▶ 정유정/소설가: 네, 행복합니다.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정유정 작가와의 따뜻한 인터뷰였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정유정/소설가: 감사합니다.

▷ 주영진/앵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시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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