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미술의 세계

'벼리'와 '우주'…만화와 신화·동화 넘나드는 비비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Z세대가 사랑하는 작가] 비비조 조혜윤

연속 매진...내년 2월 프랑스 파리서 개인전

"요시모토 나라 같은 작품성·대중성 갖고 싶어"

아시아경제

인터뷰_조혜윤 작가(활동명 비비조)./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비비조(조혜윤·38)는 발랄하다. 본인은 ‘쎄보인다’고 했지만 첫 인상은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 소녀(벼리)의 크고 검고 새침한 눈을 닮았다.

비비조는 지난 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어반브레이크(URBAN BREAK) 2021’에 참가했다. 코로나19도 ‘힙한’ 감성의 아트페어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비비조가 이 전시회에서 출품한 17점은 첫날 대부분 팔려 이틀 만에 모두 임자를 만났다. 코로나 시국에 얻은 성과였다. 프로선수가 성적과 연봉으로 본인의 존재를 증명하듯 전업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느냐로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

“지난 4월 개인전이 터닝 포인트가 됐고, 어반브레이크 아트페어에서 좋아졌다는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으면서 더욱 힘을 얻었어요.”

비비조는 최근 2~3년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고 했다. 슬럼프는 5~6년 주기로 찾아왔다.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2010년 대학원 졸업 후 두려움과 기대가 섞인 채 전업 화가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 해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이 소장되는 행운이 찾아왔다. 첫 번째 터닝 포인트였다. 전업 작가로 출발한 그에게 용기와 이유를 줬다. 그렇지만 슬럼프는 빨리 찾아왔다. 작가는 “당시 작품은 화려하지만 어두웠다”고 회상했다. 작가의 초기작품에는 민화와 신화, 만화적 요소가 함께 결합해 있었다.
아시아경제

Was I the one who was there 97.0 X 130.3 cm Acrylic, oil pastel on canvas 202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5년 청작미술상 수상은 그에게 두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됐다. 200대 1의 경쟁을 뚫은 수상으로 그는 세상에 작가로 이름을 조금 더 알릴 수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 마니아였어요. 제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란 나잇대라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그렸죠. 일본의 화가 요시모토 나라는 회화적인 요소와 상품성,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가라 좋아하는데 저도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비비조는 “요즘 MZ세대는 인스타그램에 명품 대신 (미술)작품 자랑을 한다”고 했다. 트렌드가 바뀌었고 감성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비비조의 작품은 MZ세대에 더 인기가 높다.

조카가 태어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비비조의 그림 속 주인공의 모습도 한층 밝아졌다. 그림 속 주인공 벼리는 옅은 미소를 띠기도 하고, 고개를 15도 각도로 기울여 발랄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작품 속에는 그가 조카들에게서 느끼는 생명의 신비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투영돼 있다.
아시아경제

Hang in there! 41.0 X 31.8 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비조는 “과거에는 아크릴 물감과 에어스프레이를 사용해 그림을 그렸다”며 “지금은 붓으로 아크릴 바탕에 오일파스텔을 사용해 그리는데 작업방식을 바꾼 이후 작업에 더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는 세밀하게 하되 배경은 오일파스텔로 러프하게 그리는데 프랑스에서도, 어반브레이크 아트페어 때도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비비조의 재료와 기법, 질감의 변화가 확연히 드러난 건 2019년이다. 이즈음 작품에는 남자아이(우주)와 사막여우를 캐릭터화 한 시니(신의에서 따온 이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내면과 주변의 변화는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비비조가 10년 남짓 공들인 작품집 속 140여점에는 신화, 만화, 동화 같은 세계를 넘나드는 변화가 확연히 느껴졌다.

작가는 올해 다시 전환점을 맞았다. 프랑스 파리 현지 갤러리 ‘메종 오즈먼(Maison Ozmen)’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난달 이 갤러리가 전시한 비비조의 작품 12점은 현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솔드아웃(매진)'됐다. 올해 12월에는 현지로 작품을 보내 그룹전에 참여하고, 내년 2월에는 파리로 직접 가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인스타그램은 작가의 날개이자 든든한 매니저가 됐다. 비비조는 다음 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뱅크아트페어와 대구아트페어(11월)에도 참여한다.
아시아경제

On a starry night 41.0 X 31.8 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