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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을 당했다는 후배의 폭로에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했던 시인 박진성(43)씨가 후배 시인과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부장 윤도근)는 지난 19일 박씨의 후배인 시인 A씨 부부가 박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박씨는 A씨에게 800만원, A씨 배우자에게 2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박씨는 A씨를 상대로 맞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박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2016년 12월 한 문학잡지에 박씨에게 스토킹을 당한 것으로 유추되는 글을 기고했다. 이에 박씨는 A씨의 글이 기고된 직후부터 작년까지 지속해서 자신의 블로그 등에 A씨가 2000년께 자신과 교제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고 A씨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도 공개했다.
A씨는 박씨의 글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고소했지만,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박씨도 A씨의 글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맞고소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 부부와 박씨는 서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피고가 A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A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박씨가 공개한 이메일 일부 내용에 비춰볼 때 서로 호감이 있었다고 볼 만한 표현들이 있지만, 전체 내용으로 볼 때 A씨가 박씨를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 A와 피고는 10년 넘게 교류가 없다가 A가 산문을 기고하면서 스토킹, 성범죄, 표절 관련 내용을 언급하자 피고는 이에 해명하려는 목적에서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가 게시한 글은 원고 A와 연인관계를 언급하는 것에 그칠 뿐 성적 행위를 암시하는 등 표현까지 포함하지 않았다"며 A씨 부부가 청구한 배상금 총 2억여원 중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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