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가계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조이기가 제2금융권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카드사 카드론(장기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잇달아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카드론 대출자 상당수는 다중채무자이고 금리 수준도 높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가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연체가 발생할 수 있는 '약한 고리'라는 판단에서다.
23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우리·하나카드 등 5개 신용카드사의 상반기 카드론 잔액은 24조783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2조2499억원)보다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롯데카드와 현대카드까지 합하면 상반기 카드론 증가율은 통상 증가율인 10% 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5월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은 전년 대비 14%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카드론 잔액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카드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카드사에 전달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비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카드사의 마이너스카드 상품도 들여다보고 있다.
고금리 상품인 카드론은 연쇄 부실을 낳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7개 카드사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달 기준 연 12.66~13.96% 수준이다.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와 비교하면 3~4배 높다. 여기에 카드론 대출자 대부분이 다중채무자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카드사 한 곳의 카드론이 연체되면 금융권 연쇄 부도까지 우려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여러 카드사에서 카드론을 한도까지 최대로 받아놓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카드론은 본인이 발급받은 여러 회사의 신용카드를 활용해 최대 한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통상 카드사별 카드론 평균 이용 금액은 1000만원이 가장 많다. 카드사 3곳의 신용카드만 있다면 한 번에 3000만원 규모 카드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최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시기를 앞당기고 1·2금융권의 기준을 동일하게 하겠다는 배경에는 카드론이 있다고 분석된다. 원리금 상환 능력을 따져서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준다면 현재와 같은 카드론 남발이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카드 업계도 당국 경고에 카드론 한도를 줄이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은 시중은행에 비해 최대 대출 한도가 낮은 편이지만 급격한 대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다중채무자와 고DSR 회원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연체율 등을 낮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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