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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먹튀 논란' 머지포인트

[오연주의 현장에서] 아무도 책임 안 지는 ‘머지포인트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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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30대 주부 A씨는 요즘 ‘머지포인트’를 자주 사용하던 편의점 앞을 지나갈 때마다 속이 쓰리다. A씨는 아직 환불받지 못한 피해금액이 20만원 정도로 100만원대를 넘는 피해자들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싶지만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 보기가 곤란해졌다. A씨는 “새 알뜰비법이라고 권한 나 때문에 사용을 시작한 지인들이 꽤 있어 중간에서 괜히 난처한 입장”이라며 “대기업 가맹점에, 대기업에서 하는 온라인몰까지 판매를 하니 당연히 믿었는데 마치 내가 다단계 피해자를 모은 느낌처럼 찜찜하다”고 말한다.




머지포인트 대규모 환불사태가 일어난 지 열흘이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 환불을 못 받고 속앓이하는 A씨와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환불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달 한국소비자원의 머지포인트 관련 소비자피해 상담 접수 건수는 13일 누적 기준 249건에서 일주일 뒤인 19일 누적 기준 992건으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그러나 상담을 해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들이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그 어디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이뤄진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지만 ‘머지런’ 사태 앞에서 무력했다. 머지포인트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무턱대고 제휴를 맺고 판매했던 곳들도 책임 앞에서는 팔짱을 낀 채 거리를 두고 있다. 머지런 사태 전날까지 머지포인트를 판 e-커머스업체도 있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것은 앞장서 제휴를 끊은 대기업 가맹점 대신 이른바 ‘폭탄돌리기’를 당한 자영업자들, 아무것도 모르고 막판까지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들이다.

일각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사업구조인데 싸다는 이유로 덮어놓고 머지포인트를 이용한 소비자 탓을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머지포인트에 대한 신뢰감을 준 장본인은 대기업 가맹점, e-커머스업체들이다.

비판의 중심에 선 e-커머스업체들은 일단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며 이들 업체에 대해 분노를 표하는 것은 이들이 팔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팔았기 때문이다. 머지포인트는 오픈마켓에 올라온 수많은 상품 중 하나가 아니다. 업체들이 각종 ‘딜’과 할인 이벤트를 하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한 상품이다. 머지포인트의 선풍적인 인기에 눈이 멀어 소비자들을 현혹했다는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규제할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후약방문 성격이 짙지만, 신생 핀테크 업체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처리돼야 되는 법안이다.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A씨처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이들은 언제 또 생겨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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