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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이슈 '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또 文의 ‘선택적 침묵’…언론중재법엔 “국회서 할 일”, 과거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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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전북 군산형 일자리 에디슨모터스 공장 준공식 축사를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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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침묵에 빠졌다. 과거 야당 대표 시절 언론 자유를 옹호했던 그였지만,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닫고 있다. 해외 언론단체까지 반대하는 이슈지만 청와대는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입법부가 하는 일에 행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과거에도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에 대해선 항상 말을 아꼈을까. 아니다.

예컨대 4·27 판문점 선언 비준안은 국회가 처리할 사안이지만, 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처리를 요청했다. 2018년 8~9월 “정상회담을 가질 때 훨씬 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회가 초당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뒷받침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키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국회에 거듭 비준안 동의를 요청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법안 등 여당의 관심 법안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국회의 공수처장 추천을 요구할 때는 “입법부 스스로 법을 무너뜨리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2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자, ‘국회가 논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임에도 불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피고발인 신분인데 운영위에 출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며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민감한 이슈에는 ‘선택적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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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언론 관련 발언.



과거 발언과 비교하면 문 대통령의 언론중재법에 대한 침묵은 사실상 ‘선택적 침묵’이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책 『싸가지 없는 정치』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문제와 ‘의전 정치’를 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극적이다. 사실상 ‘청와대 정부’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주요 갈등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법이 없다. ‘침묵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문 대통령의 ‘침묵’을 ‘선택적 침묵’이라고 묘사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특히 언론중재법에 입장을 내지 않음으로써 암묵적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에 동의한다는 신호를 주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선택적 침묵’은 진영논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공군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선 보도로 사건이 알려진 지 이틀 만에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참모진에겐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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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조화가 지난해 7월 1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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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선 대응이 완전히 달랐다. 사건 직후 청와대는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문 대통령은 사건 6개월이 지난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야 관련 언급을 처음 했는데,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인 박 전 시장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이에대해 한 야권 인사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 군 지휘부는 ‘자기 편’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없이 질타할 수 있었지만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은 ‘자기 편’이라 그럴 수 없었던 것”이라며 “그래서 자기편에만 관대한 이중성이란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선 여론의 비판이 문 대통령까지 향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민감한 이슈는 여당이나 장관이나 참모들이 발언해 문 대통령으로 향하는 비판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갈등 때도 문 대통령이 침묵함으로써 대부분의 비판은 추 전 장관이 받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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