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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먹튀 논란' 머지포인트

"갑자기 주문 몰린다 했더니…" 머지포인트 뒤통수 맞은 상인들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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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서울 강서구에서 분식·도시락 가게를 하는 이모씨(56)는 지난 12일을 잊을 수 없다. 이씨의 가게는 최근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가맹점으로 등록된 곳. 이날 점심까지 그는 고객들로부터 약 210만원 어치의 음식 값을 머지포인트로 받았다. 이씨의 가게 평소 하루 매출은 50만원 정도였다. 이씨는 "머지포인트로 결제가 많이 돼서 쿠폰 같은 것을 주는 행사라도 하나 싶었다"라며 "배달주문은 마포 등 평소 잘 들어오지 않는 먼 지역에서도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건 오후 3시쯤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친구 역시 오전에 머지포인트로 주문이 결제된 건이 전날보다 크게 늘었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사태를 파악하고 가슴이 철렁했다"며 "아들까지 불러 포장을 도와달라고 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문자 하나 남기는 게 어렵나"…상인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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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역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인근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 수백여명이 대기줄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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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지플러스에 대해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용자들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결제·판매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영세업자들의 경우 수입과 직결돼 있어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행여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천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하는 50대 최모씨는 12일 약 65만원어치의 샌드위치를 머지포인트로 팔았다. 평소에 1시간에 1~2건 들어오던 머지포인트 이용사례가 20건이 넘게 들어왔다. 최씨는 "손님들이 대뜸 머지포인트 결제 되냐고 물어봤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데 설상가상"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큰 기대는 안하고 있다"며 "정산을 못 받으면 내 돈으로 메우는 수밖에 더 있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황당하지만 영세업자들은 머지포인트의 태도에 화가 난다고 입을 모은다. 이씨는 "가맹점들에게 전화 한 통. 그마저 어렵다면 문자 한 통 정도만 남겨줘도 피해를 충분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장사하면서 먹고 살기 바쁜데 누가 머지포인트에 들어가 공지를 확인할 수 있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등에 따르면 대기업 가맹점들은 금전적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경우 머지포인트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발권대행사나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거래했기 때문이다. 대행사들은 머지포인트 제휴와 관련해 보증보험, 담보설정 등을 통해 혹시 모를 금전적 피해에 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혹시 모를 미수금이 발생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머지플러스 측이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한 11일 밤 이후 제휴 관계를 빠르게 중단하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들, 환불 사태 모르는 가게 '좌표 찍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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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플러스 건물 2층 사무실에 직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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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머지포인트와 직·계약 관계에 있는 개인사업자는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일부 소비자들 중엔 머지플러스 사태를 먼저 인지한 뒤 이 사실을 모르는 가게들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상에 공유하며 일명 '좌표 찍기'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씨(42)는 이른 아침부터 단체주문이 많이 들어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정씨는 "점심시간 전엔 1인 테이크아웃 고객이 많은 편이었는데 뜬금없이 10잔 넘게 시키는 주문이 연달아 들어왔다"며 "보관이 용이한 보틀 음료를 구입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정씨는 "이미 포인트로 결제를 받은 주문들은 그대로 만들어 판매했다"며 "소비자들도 피해자인데 어쩌겠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8일부터 머지플러스의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내사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맡았다.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는 지난 14일 1차, 15일 2차 등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구글폼으로 환불 신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환불을 해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머지포인트의 이용자이기도 했다는 정씨는 "7월에 판매한 포인트는 8월에, 8월에 판매한 건 9월에 정산을 받는데 걱정"이라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환불에서조차 미루기 바쁜데 영세업자들은 신경이나 쓰겠나 싶다"고 말했다.

사태가 터진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머지포인트는 영세사업장들을 위한 연락창구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사실상 대금 결제를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씨는 "계약을 진행했던 직원 번호로 연락을 했더니 퇴사를 해서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소액이라도 자영업자들에겐 피 같은 돈"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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