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 캔터·매건 투히 공저 '그녀가 말했다' 번역 출간
NTY 기자 조디 캔터와 매건 투히는 '그녀가 말했다'(책읽는수요일 펴냄)에서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과 성적 착취에 대한 폭로 기사를 2017년 10월 5일에 보도하기 전부터 얼마나 끈질기게 추적했는지를 보여준다.
두 기자의 와인스타인 취재는 가장 기대했던 취재원인 배우 로즈 맥고언이 전화 통화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맥고언은 2017년 5월 캔터 기자의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이메일에 "성차별 문제에 있어 NYT는 자성이 필요하다"며 도와주고 싶지 않다는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캔터 기자가 메일을 보내기 수개월 전 맥고언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영화 제작자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으며 그 사람이 와인스타인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상황이었다.
2013년부터 기업을 포함한 기관 내에서 여성이 겪는 일들을 탐사보도했던 캔터 기자는 맥고언에게 다시 이메일을 보내면서 자신이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의 성차별 문제를 밝혀내 정책을 바꾸게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취재를 시도한다.
결국 맥고언은 기사로 쓰지 않는다는 '오프더레코드'를 전제하고 1997년 선댄스 영화제 기간에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두 기자에게 언급했다.
이후 맥고언은 변호사를 고용했고, 와인스타인으로부터 합의금 10만 달러를 받았으나, 그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스튜디오에서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주고 돈으로 입막음해요. 기밀 유지 협약서를 안 쓰는 사람이 없어요. 선을 넘으면 안 돼요, 곧바로 대체되니까." 그녀가 말했다.
취재를 이어가던 두 기자는 와인스타인 관련 기사를 터뜨리려면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증거나 증인 없이는 고전적인 "그가 말했다, 그녀가 말했다" 식의 논쟁이 끝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증거는 피해자들의 공식 발언이겠지만, 문서의 형태로 남은 합의금 거래가 증거로 더해진다면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란 판단에, 전·현직 직원들과 피해자들을 통해 관련 법적 기록과 이메일, 회사 내부 문건 등을 확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들의 취재 움직임을 파악한 와인스타인은 화려한 변호인단과 사립 탐정을 고용하며 기사화를 막기 위해 갖은 수를 썼다. 이에 따라 기사 집필이 결정된 9월 29일부터 첫 보도가 나간 10월 5일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 책의 6∼7장은 첩보물 같은 인상을 준다.
두 기자는 온갖 압력에도 마침내 약 30년 동안 와인스타인과 관련해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혐의들을 밝혀낸다.
아울러 책에는 와인스타인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여성에 대한 태도와 브렛 캐버노 미국 대법관 후보자의 성폭행을 폭로한 크리스틴 블레이지 포드에 대한 취재와 관련한 내용도 다룬다.
저자들은 "이 책은 3년간 이어진 취재, 그리고 런던에서 팔로알토를 종횡무진하며 진행한 수백 건의 인터뷰에 바탕을 두고 쓰여 있다"며 "이 책은 협력 취재의 연대기"라고 소개한다.
송섬별 옮김. 460쪽. 1만6천 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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