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미투' 변호사 "성범죄 피의자 사망해도 판단은 내려야"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이은의 변호사가 로펌 대표변호사의 초임변호사에 대한 성폭행 및 피의자 사망 관련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2021.5.31 /사진=뉴스1

로펌 대표에게 성폭행을 당한 초임 변호사 A씨 측이 피의자의 사망으로 공소권이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려달라며 서초경찰서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19일 오전 서초경찰서에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피의자 B씨의 사망으로 수사 결과에 대한 판단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피해자가 법조계 내부에서 심각한 2차 피해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서초경찰서는 피해자의 절박한 요청에 따라 자세한 수사결과를 기재해 불송치 통지서를 보냈다"며 "그러나 통지서에는 피의자가 살아있었다면 이 사건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을만한 입장이었는지에 대한 수사기관의 1차적 판단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는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 해당 사건의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는 점, 고소와 피의자 사망으로 피해자가 혼자 떠안게 된 향후 예견되는 2차 피해 우려, 이 사건의 발생과 처리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 등을 감안할 때 부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판단을 내려줘야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나 피해자의 변호사는 모두 법조인으로 피의자 사망시 고소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라며 "수사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피해자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전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수사기관은 성범죄 피의자가 사망하는 경우 그대로 수사를 종결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면서 피해자에게 수사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그 결과 피해자들이 의심받고 마치 억울한 피의자를 죽게 만든 것처럼 호도되고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 배상을 받기도 어려운 지경에 내몰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앞서 로펌 대표인 B씨는 지난해 같은 로펌에서 근무하던 후배 변호사 A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고소돼 약 5개월에 걸쳐 경찰 수사를 받았다. B씨는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틀 후인 지난 5월 2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 서초경찰서도 지난달 21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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