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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수도 코 앞까지 온 탈레반…美, 군병력 일시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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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군·경찰 도망가거나 탈레반으로 이탈

탈레반, 수감자 수백 명 풀어줘 혼돈 키워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지역 점령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아프간 주도(州都·주의 수도) 34곳 가운데 탈레반이 점령한 주도는 일주일 만에 13곳으로 늘어났다. 미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빠르면 한 달 안에 아프간 수도 카불이 함락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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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에서 아프가니스탄 군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아프간군은 몇 주간 텔레반 공격에 방어했지만, 12일 밤 함락됐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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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AP통신은 탈레반이 아프간 주요 대도시인 칸다하르와 헤라트를 연이어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수도 카불 남서쪽으로 150㎞ 떨어진 도시 가즈니를 차지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다.

아프간 서부와 남부에 위치한 두 도시는 수도 카불 다음으로 큰 도시다. 두 도시에서는 몇 주 전부터 아프간군과 탈레반 간 치열한 교전이 오갔다. 하지만 이날 무서운 기세로 달려든 탈레반 급습에 아프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칸다하르에서는 탈레반의 공세에 아프간 보안군과 경찰은 상당수 탈영했고, 일부는 탈레반으로 소속을 바꿨다. 탈레반은 방어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 칸다하르 중앙 교도소를 습격한 뒤 수백명의 수감자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도시를 점령했다. 쏟아진 죄수들과 반군이 뒤엉키면서 아프간은 열세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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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탈레반, 대도시 점령지역 13곳으로 확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아프간 보안군과 경찰은 총독 관저로 피신하거나 도시 탈출을 강행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칸다하르 공항으로 가는 골목 곳곳을 차단해 이들을 잡아들였다. NYT는 탈레반이 남부 경제 중심지이자 1990년대 무장 세력의 주요 거점이었던 칸다하르를 차지함으로써 권력 복귀를 선언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헤라트도 반나절 만에 함락됐다. 탈레반은 이날 밤 경찰 본청과 민병대 거점을 덮쳐 기세를 잡았다. 밤사이 계속된 교전 소리에 헤라트 주민들은 한밤중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헤라트 경찰 대변인 사미 누스랏은 “주택과 건물은 탈레반 공격으로 불에 타고 순식간에 무너졌다”며 “탈레반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허공에 총을 쏴댔다”고 말했다.



"30일 안에 아프간 정부 붕괴 가능"…미국 아프간 대사관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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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로 무장한 아프간 보안군.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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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무서운 속도로 수도 카불 포위망을 좁혀가자 미 국무부도 아프간 주재 대사관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또 아프간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는 즉시 떠나라고 권고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아프간 내 치안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는 안보를 위해 카불에서 민간인 수를 추가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주 내 대사관 직원 수를 핵심 외교 인력 수준으로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아프간 내 대사관 직원과 민간인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3개 보병 대대 병력 3000명을 일시적으로 파견할 계획이다.

다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인력 축소는 대피(evacuation)가 아니다”라며 대사관의 외교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행정부 관리들 사이에서는 탈레반의 공세에 카불이 90일 이내에 함락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미 관리들은 아프간 정부가 30일 이내에 붕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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