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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도로 1m 위에 떠있는 교량 상판…세종 대곡교 공사 중단 두달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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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탁상행정' 비난…"경사 급해져 사고 우려"

세종시 "도로 높이고 미끄럼 방지조치도…내년 공사 재개 예정"

연합뉴스

플래카드가 내걸린 세종시 대곡교 입구
[촬영 박주영 기자]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이게 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든 다리가 맞나요? 내 평생 이런 교량은 처음 봅니다"

지난 11일 오후 세종시 소정면 대곡교 앞.

연결도로 지면보다 1m 높게 올려진 교량 상판 철골 구조물을 바라보던 주민들은 도통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교량은 도로와 연결된 것이 아니라 허공에 떠 있다시피 해, 현재 모습대로라면 차량 통행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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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m 높이 위에 올려진 교량 상판
[촬영 박주영 기자]



시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대곡교가 유실되자 올해 초부터 교량 신축 공사를 벌여왔는데, 문제는 다리의 높이였다.

범람 대응을 위해 물이 흐르는 통로 단면을 넓히도록 하천 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맞춰 교량 건설 계획을 세우다 보니 연결도로 지면보다 2m 60㎝ 높게 설계한 것.

시는 연결도로를 성토해 높이면 차량 통행에 무리가 없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도로 경사가 급격히 심해져 사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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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 높이의 문제점 지적하는 세종시 궁리마을 주민
[촬영 박주영 기자]



실제 교량 바로 앞에 중소업체가 자리 잡고 있어 교량에서 업체 입구까지의 도로를 완만하게 잇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더 큰 문제는 대곡2리와 궁리마을을 잇는 대곡교 건너편 구간이다.

아예 제방을 높여 오르막길을 만들기로 했는데, 겨울철 급경사로 인한 사고 위험이 있다고 주민들은 걱정했다.

안은정(48) 씨는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라 전동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을 삼거리에서 대곡교 입구까지 채 100m도 되지 않는데, 경사가 심한 짧은 구간에 눈까지 쌓이면 어떻게 올라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이 같은 설계가 시의 '탁상행정'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김진웅 이장은 "궁리마을은 분지 지형이기 때문에 제방을 높이면 항아리 지형이 더 심해져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역류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지난번 폭우로 침수된 것도 강수량 문제가 아니라 오수관이 흘러넘쳐 벌어진 일인데, 시가 근본 대책도 내놓지 않고 다리만 높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거센 반발에 시가 지난 6월 공사를 중단하면서 현재 콘크리트 수로관과 비닐에 싸인 철근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40m만 건너면 되는데 좁은 길을 따라 1㎞ 넘게 돌아가야 하는 등 주민 불편도 1년째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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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중단된 교량을 바라보는 주민들
[촬영 박주영 기자]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불편은 하겠지만, 교량으로 올라가는 경사가 기준 안에 들기는 한다"며 "교량을 설계할 때는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천 정비 기본계획에 있는 기준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량 높이는 다소 낮추고 도로를 높이는 한편 미끄럼 방지 포장도 진행할 계획"이라며 "우선 하천 제방 공사부터 완료한 뒤 다리 건설은 내년부터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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