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지구별여행조합'의 발이 묶였다. 틈만나면 배낭을 싸던 여행족들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발이 묶이니 손이 분주해졌다. 그간 여행을 다니며 기록삼아 찍은 사진과 글들이 생각과 함께 정리될 기회여서다.
유난히 더운 여름 누군가에겐 여행 에세이가 시원한 마음의 휴식처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지구별여행자 열세 명이 지난 7월말 '그래도 여행은 꽃핀다'를 출간했다.
일반 여행기가 아니다. 40대 직장맘부터 60대 은퇴자까지, 인생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지구별여행자들은 여행중에 겪은 에피소드 대신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된 인생의 편린을 담았다.
마라톤이 가져다 준 성찰, 부부의 내밀한 이야기, 잘 나가던 회사를 판 여행광, 역기러기 가족, 80대 아버지를 위한 깜짝 여행, 60대 애처가의 편지, 남편의 타임캡슐, 초보여행자의 성장기, 남다른 가족애 등 소재도 다양하다.
한 저자는 "여행에서 얻은 만족이 내가 스스로 포기한 금전의 가치보다 항상 더 컸다"면서 "내가 간절히 원하는 한 가지를 얻기 위해 그만큼 소중한 한 가지를 내려놓은 것일뿐, 내 결정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저자는 경복궁 한복판에서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두리번거리는 이방인을 돕고 싶다고 했다. 여행중에 현지인의 도움을 받았던 그는 "내가 받았던 호의를 돌려주고 싶다. 공짜로 넘기기엔 염치가 없다"고 밝혔다.
삶보다 여행이 특별할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의 일상이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쩍 쉼표가 필요해진 상실의 시대. 이 책은 우리가 아직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도 여행은 꽃핀다/최기의 외 12명 지음/슬기북스/1만5000원
김유경 기자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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