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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서울에만 100곳 넘는다" 코로나에 판치는 '변칙 홀덤 도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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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4단계에도 성행 중인 '변칙 홀덤 게임장' 잠입취재

현장에서 칩과 현금 교환하는 '불법 환전'도 포착

업계 관계자 "서울 시내에만 100곳 넘어… 코로나19 특수로 손님 더 늘어"

홀덤 게임장으로 위장한 '불법 도박장' 여전히 성행 중
보드게임 카페로 위장해 도박을 벌이는 '변칙 홀덤 게임장'이 서울 시내에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업장은 보드게임 카페로 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내부에선 보드게임이 아닌 홀덤 게임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게다가 현장에서는 칩과 현금을 교환하는 '불법 환전'도 포착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면서도 "경찰에 단속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합니다.
노컷뉴스

홀덤 게임장에서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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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덤 게임장에서 참가자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서울에만 불법 게임장이 100곳 넘습니다."

보드게임 카페로 위장해 은밀한 도박을 벌이는 '변칙 홀덤 게임장'이 서울 시내에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감염병 예방법 위반과 함께 '불법 도박' 위험성도 크지만, 경찰의 단속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지난 4일 저녁,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서울 중랑구의 변칙 홀덤 게임장을 제보를 통해 직접 찾았다. 수도권에서 거리두기 최고 수위인 4단계가 시행되는 현재, 홀덤펍·게임장은 집합금지 대상이다.

게임장은 네온사인으로 환한 도심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골목 한켠 빌딩에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 게임장 문 앞에 다다랐지만, 정체를 짐작할 수 있는 간판 등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 앞은 '카지노'를 방불케 하는 도박장이 펼쳐져 있었다. 한 테이블에서는 손님 9명과 딜러 1명이 자리에 앉아 카드를 섞으며 게임에 열중했다. 포커 게임의 일종인 홀덤은 각자 2장의 카드를 쥐고, 나머지 5장의 공통 카드를 조합해 가장 높은 조합이 승리를 거두는 방식이다.

참가자 간 거리두기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오후 10시가 넘었지만 자리를 떠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불법 영업부터 영업 시간 제한, 거리두기까지 '도박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변칙 홀덤 게임장은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아침까지 하는 것도 다반사고 며칠 밤을 새기도 한다"며 "손님이 왕이다. 게임이 한번 시작되면 손님이 게임을 그만 한다고 할 때까지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홀덤 게임장은 칩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으면 불법이다. 애초 홀덤펍, 게임장은 술을 마시면서 카드게임을 즐기는 음식점이다. 일반인들도 이용하는 평범한 홀덤 게임장의 경우 음식·음료 값을 받거나, 일정 금액을 입장료 개념으로 받는 게 전부다.

하지만 변칙 홀덤 게임장에는 칩과 현금의 교환이 이뤄졌다. 심야에 입장한 한 중년 남성은 "게임이 가능한가요"라고 묻고는 주머니에서 5만원짜리 10여장을 꺼내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건냈다. 직원은 빨간 칩 다발을 남성에게 건넸다. 판돈을 걸고 게임하는 '도박'의 시작이다.

A씨는 "매장마다 칩 가격은 다른데 이곳에서 빨간 칩은 만원, 파란 칩은 5천원을 뜻한다"고 귀띔했다. 게임이 진행되는 테이블마다 칩을 만지는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들려왔다.

현금에서 칩으로의 교환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게임이 마무리되면 칩을 현금으로도 교환한다. A씨는 "(게임이 시작된지) 2~3시간 뒤에 정산하고 싶을 때 카운터에 가서 직원한테 칩을 갖다주면 정산해준다. 게임 마치고 그만하고 싶을 때 정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 같은 경우는 최소 30만원 이상 배팅해야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며 "그러니까 최소 300만원 이상의 판돈이 걸린 게임이다"고 덧붙였다. 게임장 한 벽에는 '현금 거래 절대 금지'라고 적힌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연막'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손님은 더 늘어, 단속망 피하기 위해 '보안 게임' 형식도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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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저녁 8시 경 텔레그램 홍보방에 1000개가 넘는 '홀덤 게임장' 홍보글이 올라와 있다. 백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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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저녁 8시 경 텔레그램 홍보방에 1000개가 넘는 '홀덤 게임장' 홍보글이 올라와 있다. 백담 기자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이곳과 같은 변칙 홀덤 게임장은 1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오히려 코로나19 특수를 맞아 손님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현재 변칙 홀덤 게임장은 2가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선 운영자가 텔레그램 방을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는 '오픈 게임' 방식이다. 취재진이 직접 들여다 본 텔레그램 홍보방은 반나절 동안에만 '아침 10시 스타트', '생도(생활도박자) 안받습니다', '예쁜 연예인 급 여 딜러 및 서빙 대기중' 등 1천여개가 넘는 홀덤 게임장 홍보글이 올라왔다. 단속을 피해 오전에만 게임을 한다고 홍보하는 글도 보였다.

또 다른 방식은 게임에 이미 많이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비밀리에 운영하는 '보안 게임'이다. 보안 게임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홍보를 하지 않고 운영하기 때문에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기가 훨씬 쉽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보안 게임을 진행하는 업장은 많아지는 추세다. 해당 업주들은 참가를 문의하는 취재진에게 "어디서 알고 연락을 준 것이냐", "전화를 하자"는 등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클럽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콜라텍・감성・헌팅주점, 노래연습장에 대한 특별단속을 통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총 391건(2383명)을 단속했지만, 변칙 홀덤 게임장에 대해선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장이 얼마나 적발됐는지 따로 통계도 마련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홀덤 게임장은 특별단속 대상이 아니다"라며 "신고를 통해 출동을 하곤 한다"고 밝혔다.

신고를 통해 홀덤펍에 출동을 하더라도, '불법 도박'은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3일 밤 논현동의 한 홀덤펍에서 27명이 밀집해 있는 것을 적발해 집합금지 위반 혐의로 구청에 인계했지만, 현장에서 도박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A씨는 "게임에서 돈을 많이 잃은 사람이 신고를 하거나, 주변 경쟁 업장에서 신고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경찰에 단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단속 오더라도 장부나 돈을 빼 놓으면 경찰이 잡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변칙 홀덤 게임장에서 근무할 때 경찰에 적발된 적이 있는데 손님들은 뒤로 다 뺀 뒤에 사장과 함께 경찰을 맞은 적이 있었다"며 "경찰은 물증을 잡지 못했는지 사장에게 '여기 도박 정황 없었다는 진술서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곤 돌아갔다. 그걸 보면서 단속 의지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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