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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카카오가 80% 장악한 택시, 타기만 해도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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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카카오T 가맹택시가 서울역 앞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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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로 호출해야 더 빨리 오니 이것만 이용 중인데, 5000원을 더 내라니요. 타기만 해도 8800원(기본요금 3800원+호출료 5000원)을 내야 하는 셈인데 기가 찹니다.”

‘카카오T’라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호출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80%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가 지난 2일부터 원래 1000원이었던 스마트호출 요금제를 최대 5000원까지 대폭 올린다고 밝히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수요·공급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적정한 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공급이 많을 땐 기존 1000원보다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택시를 더 빨리 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5000원까지 더 받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를 종합해 보면, 시장을 장악한 뒤 가격을 올리는 식의 카카오 횡포가 본격화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3월 이른바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법)’ 통과로 렌터카·기사를 함께 부르는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사라지고 택시 위주로 모빌리티 시장이 재편되면서 카카오는 경쟁업체를 밀어내고 택시호출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전국 택시기사 25만명 가운데 23만명이 카카오T에 가입했고, 앱 가입자 수는 2800만명, 월간 이용자 수(MAU)는 1072만명(모바일인덱스, 7월 말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이다. 5명 중 1명꼴로 카카오T를 쓰고 있다는 의미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와 우버의 합작법인인 ‘우티’가 이 시장에서의 유일한 경쟁자이지만, 카카오의 점유율은 80%를 웃돌 정도로 격차가 큰 상황이다.

카카오는 요금을 추가로 받지 않는 ‘일반호출’ 서비스도 운영 중이지만, 앱 화면 상단에 가맹택시 ‘블루(0~3000원)’, 배차를 빨리 해주는 ‘스마트호출(0~5000원)’을 노출하며 사용자들을 유인 중이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썼던 카카오 택시 호출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택시 접수한 카카오, 다음 차례는 3000여 중소기업의 전화콜 대리시장

“기존 300콜이었던 하루 호출 수가 50콜도 요즘 안 나오고 상담 직원 2명 월급도 못 줘 직접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와 티맵은 한 것도 없이 숟가락만 들이대는데 그럼 저희 같은 서민은 어떻게 살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답답한 심정이다. 살려달라.”


5일 오후 2시 대리운전 중소기업 단체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협회)가 최근 전화콜(전화 호출) 방식 대리운전 중개 사업에 진출한 카카오를 규탄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연 자리. 전화콜 업체 ‘고구려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신동조 대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호소했다. 3000여개 전화콜 업체들이 전체 80%가량을 점유하던 대리운전 중개 시장마저 카카오발(發) 균열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는 2016년 7월 카카오T 앱을 통한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평소 기억하는 전화번호로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게 익숙한 취객들을 끌어안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앱 대리 중개 서비스를 해 오던 타다의 운영사 VCNC가 최근 대리운전 시장에서 철수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카카오는 전화콜 대리 시장 장악을 위해 최근 1~2위 업체와 손잡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1577-1577’로 유명한 1577 대리운전의 운영사 코리아드라이브와 합작해 케이드라이브를 세우고 지난 1일부로 전화 중개 서비스를 넘겨 받았다. 2위 업체 콜마너도 지난해 7월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달 19일 카카오T 대리기사들이 콜마너 전화 호출을 공유받을 수 있는 ‘카카오T 전화콜’ 서비스를 출시했다. 장유진 대리운전협회장은 “2016년 이전까지 6000여개가 있었던 전화콜 업체가 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입 이후 절반이 사라졌다”라며 “그나마 남아있던 전화콜 시장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카카오에 밥그릇을 뺏기는 전화콜 대리업체들의 절규지만, 카카오에 이 시장이 완전히 넘어간 뒤에는 대리비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이 울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를 발판으로 퀵·택배, 카풀 중개, 대중교통 예약, 발렛파킹, 주차장 예약 등으로도 사업을 문어발식 확장하고 있다. 앞서 인수한 스마트 주차 관리 시스템인 ‘마이발렛’, 렌터카 중개 업체인 ‘딜카’, 반려동물 택시업체인 ‘펫미업’을 통해 해당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카카오T에 유료 구독 모델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바 있다.

최근엔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 면허도 인수했다. 이를 두고 회사 측은 지난 6월 30일 출시한 퀵·배달 중개 서비스의 운송수단에 경상용차 다마스·라보를 추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업 면허 취득을 통해 물류 사업에 진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카카오를 통해야 손님을 빨리, 많이 유치할 수 있고(택시·대리기사 등 공급자), 이런 이유로 공급이 몰리면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수요자)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모빌리티 시장이 독주 체제로 흘러가고 있어 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모빌리티 같은 네트워크 경제는 독과점이 쉬운 시장이다”라며 “공급자·수요자 모두 독과점 플랫폼에 종속되면 수수료 책정 등을 플랫폼 사업자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온라인 소비 활동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수료(요금) 상승은 결국 물가 상승 등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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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 앱의 중개 서비스들.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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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택배·물류까지? 문어발식 사업 확장, 제동 가능성도

현재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운전 중개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현재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등 동향을 파악하는 중이다”라면서 “기업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동반위 안건으로 올라가기까지 통상적으로 9개월가량이 소요되고 지난 5월 대리운전협회의 신청이 접수된 만큼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쯤 지정 여부가 결론 나지 않을까 한다”라고 했다. 동반위가 이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카카오의 전화콜 시장 진출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새 수장에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에 반기를 들고 있는 리나 칸 위원장이 임명된 것도 카카오로선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우리나라 공정위는 FTC 기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불공정거래로 보고 제동을 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칸 신임 위원장은 개별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장악한 IT 공룡기업 ‘아마존’의 사례를 통해 최저가, 인수·합병(M&A)을 무기로 주요 경쟁자를 모두 제거, 시장을 독점한 후 소비자를 상대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플랫폼 기업의 폐해를 분석한 논문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을 묵과하면 과거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석유, 철도 재벌들의 독점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는 규모의 경제로 다른 중개 사업자들이 제대로 된 경쟁을 못 하게 하고 있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디지털세를 매겨서 중소기업을 육성시키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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