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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선 국면 ‘뛰는 후보’ 위에 ‘튀는 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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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당대표들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대선 후보를 돕고 당을 관리하는 이른바 ‘병풍’ 역할이 전통적 모습이었지만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주류’로서 당권을 잡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첫 ‘30대 0선 대표’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두 대표 모두 ‘튀는 캐릭터’와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양당 내에선 ‘자기정치’와 ‘대선 관리자’ 사이를 오가는 이들의 ‘당대표 정치’를 놓고 비판과 경계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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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5일 ‘밥상물가’ 점검을 위해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 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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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송영길, 경선 연기·재난지원금 등서 존재감
대선 주자들 “대표가 자기정치” “원팀에 방해” 불만

곧 취임 100일을 맞는 송영길 대표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시각은 복잡하다. 당대표로서의 활발한 활동이 당의 저변과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호평과 “자기정치를 한다”는 불만이 동시에 새어나오면서다.

‘대선 경선 일정 연기’ 문제에서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지난 6월부터 일부 후보 측에서 제기한 경선 연기 여부를 놓고 송 대표 등 지도부가 최종 결론을 내는 데 시간을 들이자 불만이 쇄도했다. 경선 연기 찬성 후보뿐 아니라 원칙론을 주장했던 후보 측까지도 “당대표가 전권을 쥐고 결정을 미루느라 분열만 일어났다”는 뒷말을 했다.

경선이 본격 시작된 뒤에도 송 대표의 존재감은 오히려 커졌다. 지난달 1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전격 회동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의의 물꼬를 트자 일각에서는 야당의 자중지란을 이끌어낸 송 대표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 그러나 ‘전 국민 지급이냐, 선별 지급이냐’를 놓고 여권 내부가 엇갈려 있는데도 당대표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 후보 측에선 “대표만 부각되다 보니 송 대표의 행보가 되레 ‘원팀’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달 22일 송 대표의 대선 정책준비단 구성을 놓고 “자기정치를 하기 위한 것 아니냐”라는 의심도 나왔다.

당내 불만은 ‘대선 관리’에서의 당대표 역할 문제로 터져나왔다. ‘이심송심’(송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밀어준다) 논란이 대표적이다.후보들 간 네거티브전이 격화되면서 ‘후보검증단’ 설치를 송 대표에게 요구하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일단 지난 4일 “후보들과 1 대 1 만남을 순차적으로 하겠다”고 중재에 나섰다. 송 대표는 “엄정하고 중립적이고 공정한 자세로 경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뒷받침하고 경선이 끝난 뒤에 모두가 승복해서 원팀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각 후보들과 함께 민생현장을 방문하는 일정도 시작했다.

당내에선 송 대표의 이 같은 ‘당대표 정치’를 ‘자기정치’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통상 대선 국면에서의 당대표의 모습이 아니라 여권의 ‘차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중진 의원은 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능력을 도약시킬 기회로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 대표와 후보 진영 간의 신경전이 깊어지면 야권과의 본선 대결에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결국 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10월이 되면 송 대표의 역할도 한 페이지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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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면서 준비해온 서류를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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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싸움꾼’ 역할로 논쟁 중심에
대선 주자들과의 주도권 다툼 ‘리스크’ 우려도

취임 두 달을 맞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 안팎에서 부딪치고 있다. 밖으로는 ‘싸움꾼’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안으로는 대선 주자들과 기싸움이 한창이다. 대선 국면에서 ‘관리형’보다 ‘돌출형’의 길을 가고 있다. ‘이준석 리스크’로 결론 날지, ‘하이 리턴’으로 돌아올지 의견은 엇갈린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쟁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뛰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이제 전범몰이까지 하느냐”고 공격했다. 전날 안 대표가 ‘합당에 예스냐 노냐’라는 이 대표의 물음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장교 같은 발언이란 취지로 말하자 반박한 것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의 설전도 ‘진행형’이다. 이 대표가 기획한 ‘토론배틀’로 선출된 양준우 대변인의 발언이 ‘여성혐오 옹호 논란’이 됐고, 장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자 맞선 것이다.

당 내부적으로도 대선 주자들과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대선 주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이날에는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 등 여론조사 지지율 상위권 주자들의 불참으로 공식 행사가 ‘반쪽’이 됐다. 6일에도 서울 신촌에서 대선 주자들이 참여하는 당원 모집 행사를 계획 중이다. 매주 수요일 대선 주자들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날 저녁 당직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이 대표 등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당의 여려 일정에 변동이 생기게 됐다.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에는 특유의 정치 스타일과 본인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대표까지 당선됐다. SNS에 대응해 이슈를 주도하고 주목을 받았던 스타일이 당대표가 된 뒤에도 유지된 것이다.

당내 기싸움 양상은 이 대표 스스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준석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그 후보가 스포트라이트도, 당권 행사도 모두 독차지한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정해진 시간 내에 성과를 내려다보니 조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 등이 대표적 사례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대표의 입장이 당 입장처럼 비칠 수 있는데,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당이 정기 모임까지 기획하자 대선 주자 캠프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한 대선 주자 캠프 관계자는 “당대표만 돋보이려고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도 “국회의원 3명 모으는 것도 힘든데, 대선 주자들을 계속 오라고 하면 되느냐”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박순봉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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