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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선 주자보다 존재감 키우는 여야 대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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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야 당대표들의 존재감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전면에 나서면 이들을 돕고 당을 관리하는 이른바 ‘병풍’ 역할이 당대표의 전통적인 모습이었지만 대선을 6개월 여 앞둔 2021년 대선 국면에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주류’로서 당권을 잡는 파란을 일으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첫 ‘30대 0선 대표’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두 대표 모두 ‘튀는 캐릭터’와 행보로 대선 후보들 못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양당 내에선 ‘자기정치’와 ‘대선 관리자’ 사이를 오가는 이들의 ‘당대표 정치’를 놓고 비판과 경계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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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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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곧 취임 100일을 맞는 송영길 대표를 바라보는 민주당 내부의 시각은 복잡하다. 당대표로서의 활발한 활동이 당의 저변과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대선 주자들 진영에선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불만이 새어나오면서다.

‘대선 경선 일정 연기’ 문제에서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지난 6월부터 일부 후보 측에서 제기한 경선 연기 여부를 놓고 송 대표 등 지도부가 당내 의견 청취를 이유로 최종 결론을 내는데 시간을 들이자 불만이 쇄도했다. 당대표로서 불편부당하게 원칙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경선 연기 찬성 후보뿐 아니라 원칙론을 주장했던 후보 측까지도 “당대표가 전권을 쥐고 결정을 미루느라 분열만 일어났다”는 뒷말을 했다.

경선이 본격 시작된 뒤에도 송 대표의 존재감은 오히려 커졌다. 지난달 12일 이준석 대표와 전격 회동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의 물꼬를 트자 일각에서는 공전하던 재난지원금 문제에 대해 야당의 자중지란을 이끌어낸 송 대표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 그러나 일부 후보 진영에선 곧바로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민 지급이냐, 선별지원이냐’ 여부를 놓고 여권 내부가 엇갈려 있는데도 당대표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일부 후보 측 의원들은 당시 “후보들 입장이 갈리는 문제라면 야당 대표를 만나기 전에 적어도 후보들 의견은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다른 한쪽에선 “대표만 부각되다 보니 송 대표의 행보가 되려 ‘원팀’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달 22일 송 대표가 대선 정책준비단을 꾸린 것을 놓고 “자기정치를 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의심하는 말들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점점 쌓인 당내 불만은 최근 ‘대선 관리’에서의 당대표 역할 문제로 터져나왔다. ‘이심송심’(송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밀어준다) 논란 등 송 대표가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경선을 운영한다는 비판이 각 후보 진영으로부터 쏟아졌다. 후보들 간 네거티브전이 격화되면서 ‘후보검증단’ 설치를 송 대표에게 요구하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일단 지난 4일 “후보들과 1 대 1 만남을 순차적으로 하겠다”고 중재에 나섰다. 송 대표는 “엄정하고 중립적이고 공정한 자세로 경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뒷받침하고 경선이 끝난 뒤에 모두가 승복해서 원팀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각 후보들과 함께 민생현장을 방문하는 일정도 차례로 하기 시작했다.

당내에선 송 대표의 이 같은 ‘당대표 정치’를 ‘자기정치’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통상 대선 국면에서의 당대표의 모습이 아니라 여권의 ‘차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중진 의원은 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송 대표는 자신이 리드하는 대선판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대선 결과가 향후 당대표의 입지를 결정하겠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능력을 도약시킬 기회로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대선 경선을 잘 중재하고 여권의 승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지만, 이 때문에 후보 진영과의 신경전이 깊어지면 야권과의 본선 대결에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 대표가 쥐고 있는 당 주도권이 자칫 여권의 ‘대선 리스크’가 되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은 이유다. 당 관계자는 “경선이 펼쳐지면서 혼란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결국 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10월이 되면 송 대표의 역할도 한 페이지가 마무리 될 것”이라며 “그 뒤부터는 자연스럽게 송 대표도 당 대선 후보와 함께 대선 승리를 위해 원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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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5일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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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취임 두 달을 맞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당 안팎에서 부딪히며 잡음을 내고 있다. 당 밖에선 ‘싸움꾼’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의당과 합당을 두고 감정 싸움 중이고,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는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 대한 여성혐오 문제를 두고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도 대선 주자들과 기싸움이 한창이다. 대선 국면에서 ‘관리형’보다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돌출형 대표’의 길을 선택한 걸로 보인다.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이준석 리스크’로 결론날지, 혹은 ‘하이 리턴’으로 돌아올지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이 대표는 연일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쟁에서도 최전방 공격수로 뛰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이제 전범몰이까지 하느냐”고 공격했다. 전날 안 대표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 대표가 합당에 대해 ‘예스냐 노냐’로 물은 것을 두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장교 같은 발언이란 취지로 말하자 반박한 것이다. 앞서 국민의당 한 인사가 이 대표를 향해 ‘애송이 철부지’라고 공격했고, 이 대표 역시 맞받아치면서 합당 논의 자체는 멀어지고 말싸움만 남는 형국이다.

장혜영 의원과의 설전도 ‘진행형’이다. 이 대표가 기획한 ‘토론배틀’로 선출된 양준우 대변인의 발언이 ‘여성혐오 옹호 논란’이 됐고, 장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자 맞선 것이다.

당 내부적으로도 대선 주자들과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대선 주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이날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전날에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 등 여론조사 지지율 상위권 주자들이 불참하면서 당 공식행사는 ‘반쪽짜리’가 됐다. 이 대표가 불쾌감을 표하면서, 이 대표와 대선주자간 대결구도처럼 비쳐졌다. 국민의힘은 6일에도 서울 신촌에서 대선 주자들이 참여하는 당원 모집 행사를 계획 중이다. 매주 수요일 대선 주자들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이냐, 불참이냐’의 기싸움이 벌어지는 셈이다. 다만 이날 저녁 당직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이 대표 등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여러 당 일정에 변동이 생기게 됐다.

이 대표가 이처럼 안팎으로 전면에 나서는 것은 특유의 정치 스타일과 본인의 의도가 모두 반영돼 있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당대표까지 당선됐다. 그의 전당대회 캠프 실무진은 2명이었다. 본인이 즉각적으로 SNS에 대응해 이슈를 주도하고 주목을 받았던 스타일이 당대표가 된 뒤에도 유지된 것이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대선 국면에서도 활용하려는 시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30대 당대표’로 국민의힘에 젊은 정당 이미지를 주는 데 일조했다. 젊은층 남성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기자에게 “국민적 인기로 선출된 당대표라 당 내부에서도 쉽게 흔들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 주도권 싸움 양상은 이 대표가 의도한 결과로 보인다. 이 대표 스스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준석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는 의미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당대표보다는 대선 주자들에게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가 공식 선출되면 대선 후보는 당헌당규상 모든 당무의 우선 결정권을 쥐게 된다. 스포트라이트도, 실제 당권 행사도 모두 대선 후보가 독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의 공을 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정해진 시간 내에 성과를 내려다보니 조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앞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 등이 ‘이준석 리스크’의 대표적 사례다. 이 대표가 빠르게 판단내리고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발언을 내놓은 결과물들이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대표의 입장이 당 입장처럼 비칠 수 있는데,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와의 주도권 싸움도 반발이 시작됐다. 당이 지속적으로 대선 주자들을 모으는 행사를 기획하자 대선 주자 캠프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대선 주자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10명이 넘는 주자들이 모이는 행사에 왜 가야 하느냐”며 “서로 공방전이 치열해서 화해하는 자리도 아니고, 사진 찍고 당대표만 돋보이려고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도 “국회의원 3명 모으는 것도 힘든데, 하물며 대선주자들을 계속해서 오라고 하면 그게 되느냐”며 “계속 주자들이 안 나오면 이 대표의 리더십 타격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두·박순봉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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