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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 꺾인 풍운아? 세상을 뒤흔든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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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들

유필화 지음, 흐름출판 펴냄

고대 살라미스海戰 대승 이끌고도

죽음 맞이한 테미스토클레스처럼

혁신가들의 '빛바랜 승리' 되짚어

통찰력·책임감·신뢰의 의미 고찰

서울경제


고대 아테네의 영웅 테미스토클레스는 확신했다. 거침없이 확장하는 페르시아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육상 전투에 탁월한 페르시아군에 해상 전투력을 키워 맞서야 한다고 외친 그는 ‘과격파’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도편추방제(도자기 파편에 이름을 적어 해외추방자를 정하던 그리스 정치제도)를 이용해 정적을 없애가며 10년을 준비했다. 해상 전투에 유리한 삼단노 군선을 확보했고 해군을 양성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침공한 페르시아 군대는 20만 명이었고 그리스는 각국 병력을 다 합쳐도 2만명이 안 됐다. 스파르타의 최정예 부대 300명이 장렬히 싸우다 모두 전사한 테르모필레 전투의 패배 이후, 테미스토클레스는 더 강력히 해전(海戰)을 주장했다. 페르시아군이 아테네 도시 전체를 불태워버린 후에야 비로소 그의 작전이 실행됐고, 살라미스 해전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압승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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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토클레스의 전술을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와 비교하고 ‘손자병법’의 원칙과 견준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학장은 △상대방의 경쟁 우위가 없는 곳을 쳐라 △상대가 쉽게 반격하기 어려운 곳을 쳐라 △반드시 뚜렷한 경쟁 우위를 갖춘 다음 공격하라는 전략이 “현대의 경영전략론에서 이야기하는 공격의 기본 지침”이라 설명한다.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다. 위대한 승부사 테미스토클레스는 긴장을 늦추지 말고 수비 성벽을 쌓자고 제안했지만, 아테네의 ‘온건파’는 우방이 된 스파르타를 자극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결국 도편추방에 의해 나라 밖으로 쫓겨난 테미스토클레스는 자신에 대한 견제가 계속되자 페르시아의 새 젊은 왕 밑으로 들어가 작은 속국의 지방 장관이 됐다. 페르시아 왕은 원수가 수하에 들어온 것을 자랑하듯 널리 알렸다. 테미스토클레스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신간 ‘위대한 패배자들’은 앞을 내다보는 혁신가였음에도 쓸쓸한 죽음을 맞은 테미스토클레스처럼 위대한 성과를 거뒀으나 결국에는 패배자 혹은 잊힌 승자로 생을 마감한 인물 8명을 조명한다. 인문경영 분야의 ‘구루’라 불리는 저자답게 이들 위인의 철학과 전략을 동서양 고전과 역사적 사건을 버무려 재해석한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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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영웅 관우와 더불어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무인(武人)인 악비는 금나라의 침공으로 멸망 위기에 내몰린 송나라를 구한 맹장이다. “언제쯤 평화 시대가 올까요?”라는 질문에 “문신이 돈을 좋아하지 않고, 무신이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 천하가 태평하게 된다”고 답했다는 충신 악비는 모반의 누명을 쓰고 황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적국 금나라의 사신이 ‘보물 같은 존재’를 제거한 것은 실책이라며 의아해 했을 정도다. 저자는 국가전략적 관점에서 악비의 행동을 분석해 “악비의 뜻대로 계속 진군했다면 군사적 열세였던 송에 더 큰 재앙이 덮쳤을지 모른다”면서도 그가 “멈춰야 할 때와 나아갈 때를 알았더라면” 황제의 눈 밖에 나지 않고 장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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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을 이끈 민중 선동가이자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고 내전을 승리로 이끈 레온 트로츠키는 혁명가부터 군지휘관까지 모든 자질을 갖춘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결국 스탈린과의 정치 투쟁에서 지고 이국 땅에서 암살당했다. 트로츠키의 패배에 대해 책은 “뛰어난 엘리트형 지도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패인(敗因)이 됐다며 △겸양의 부족 △전략적·장기적 관점에서 확실한 우호세력 확보의 실패를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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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한국전쟁의 진정한 은인이지만 잊힌 영웅 매슈 리지웨이, 일개 병사로 시작해 15년 만에 황제 자리에 오른 ‘광기의 독재자’ 주원장, 개혁개방의 혁명가지만 소련을 찢어놓은 무능한 사람으로 기억된 미하일 고르바초프 등의 파도 같던 생애가 다양한 일화와 함께 물처럼 책장 사이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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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초점은 승패가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패자들은 승자 못지않은 능력과 탁월함을 갖췄기에 단지 마지막 순간 패배자였다는 사실 만으로 그들의 강인함과 통찰력, 책임감과 신뢰, 리더로서의 가치를 폄하할 수 없다”면서 “저마다의 삶에 최선을 다해 경주한 피와 땀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마침 도쿄올림픽이 한창이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 다리 부상으로 평균보다 1시간이나 늦게 결승선에 도달한 뒤 “내 조국은 출발하라고 나를 보낸 게 아니라 완주하라고 보냈다”고 말한 탄자니아의 마라토너 존 스티븐 아쿠와리 같은 위대한 꼴찌의 사연이 책 속 위인들의 삶에 겹쳐진다. 1만8,0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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