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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뛰고 또 뛰는 '미친 물가'…전기·가스요금까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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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재희 기자, 안재용 기자, 유선일 기자] [MT리포트] 코로나 속 인플레, 돌아온 스태그플레이션 공포(下)]


물가 뛰는데 전기요금까지?...내년 3월 대선 앞두고 올릴까 말까

머니투데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넉달 연속 2%대를 기록하며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를 넘어선 가운데 하반기 전기·가스 요금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가스 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서다.

공공요금을 결정하는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도입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2.6%로 한은 물가안정목표(2%)를 넘어섰다. 국제유가와 농축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결과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 7월 배럴당 약 43.3달러(약 5만원)에서 지난달 72.9달러로 1.68배 뛰었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지난달 9.6%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제유가 상승은 다른 에너지 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LNG(액화천연가스) 등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전기·가스는 다른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동력으로도 사용된다. 전기·가스 요금 상승이 추가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 1~3분기와 같이 공공요금 상승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된다. 전기는 매분기 직전월, 가스는 홀수달에 요금이 결정된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란 전기생산에 쓰이는 석탄과 LNG 등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다. 가스도 LNG 도입단가에 국내 생산·수송비용 등을 더해 도매가격이 결정된다. 전기와 가스 요금 모두 국제유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셈이다. 다만 과도한 물가상승 등을 억제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물가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도시가스 소매가격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최종 결정한다.

전기요금의 경우 지난 2분기 연속 동결돼 4분기까지 현 가격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3분기 연속 요금을 동결할 명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전기를 판매하는 한국전력과 5대 발전사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가스 소매요금 또한 유가 상승으로 도매요금이 올라 인상 압력이 크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태양광 등 생산비용이 높은 구조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 유가까지 올라가고 있어 전기요금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며 "연료비 상승분을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오히려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성태윤 교수도 "물가상승 구조에서 금리 조정을 하지 않고 전기요금 동결로 물가안정책을 펼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특히 연료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것은 특정 기업에 재정부담을 가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6월 올해 3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발표하며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연료비 상승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 입장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승인하기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3분기가 절반 넘게 남아 연료비나 물가 등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도 "전기요금 물가 가중치가 1000분의 17로 높아 물가 상승요인이 되는 건 맞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서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분석해 한국전력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물가상승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입조처는 최근 발표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 등으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제인 2%를 초과한 후 계속 상승세"라며 "연료비 연동제로 소비자물가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솟는 물가, 하반기에도 안심 못하는 3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른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와 폭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이유로 농수축산물 중 달걀, 마늘, 사과, 배, 참외, 돼지고기 등 가격이 많이 올랐다. 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엽채류를 고르고 있다. 2021.08.03.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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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나 치솟았다. 6월(2.4%)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하반기부턴 물가 상승세가 잡힐 것이란 정부의 전망은 빗나갔다. 대개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의 오름세와 전 국민의 88%에 지급될 재난지원금 등에 비춰볼 때 하반기 물가 안정을 장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빗나간 정부의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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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3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달걀을 정리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지난 4월 2.3% 오른 뒤 5월(2.6%), 6월(2.4%)에 이어 4개월 연속 2%대 물가 상승률이다. 2021.8.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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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0.6%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꾸준히 우상향 추세를 보이며 7월 2.6%까지 뛰었다. 지난 5월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인 2.6%를 기록한 후 6월 2.4%로 잠시 주춤했지만 7월 재차 상승폭이 확대됐다.

정부의 예측과는 다른 그림이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통계청이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한 뒤 "7월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 완화 등으로 오름폭이 축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지난 6월 "하반기부터는 기저효과가 완화되고 수확기 도래 등으로 농축수산물의 수급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7월부터 이런 예상이 빗나가자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물가 상방압력이 지속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안정적 물가관리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대전 소재 오정농수산도매시장을 방문해 물가를 점검하고 "농축수산물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고 폭염 지속, 태풍 피해 등 추가 상승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측에 "7000원대에 정체된 계란 가격이 조속히 6000원대로 인하될 수 있도록 특단의 각오로 대응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반기 물가상승 부추길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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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른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와 폭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이유로 농수축산물 중 달걀, 마늘, 사과, 배, 참외, 돼지고기 등 가격이 많이 올랐다. 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2021.08.03.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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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2분기 -0.1%를 기록한 뒤 3분기 0.6%, 4분기 0.4%로 회복됐다. 정부가 하반기 물가안정을 기대한 건 이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해서였다. 그러나 이런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물가 안정세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최근의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는 유가다. 7월 석유류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전년동월대비 19.7% 뛰며 전체물가를 0.76%포인트 끌어올렸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해 7월 배럴당 43.3달러(약 5만원)에서 올해 7월 72.9달러로 약 1.68배 올랐다. 이미 크게 올랐음에도 일각에선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원유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국제유가 강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둘째, 농축수산물 가격 불안이다. 7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9.6% 오르며 전체 물가를 0.76%포인트 끌어올렸다. 8월 이후에도 폭염에 따른 농작물 작황 부진과 가축폐사로 농축수산물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한층 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추석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무 비축물량을 전년대비 3배 이상, 사과·배의 추석 전 계약 재배물량을 전년대비 1.3~2배 확대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르면 이달 중 지급이 시작될 재난지원금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 약 88%에 1인당 25만원씩 총 11조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다만 하반기 중으로 예상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세에 제약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초 정부는 하반기 물가 오름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상승세로 가고 있다"며 "실제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난지원금 지급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조정해 유동성을 회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희 기자 ryuj@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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