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4단계 연장은 사실상 사형선고”… “유행 억제만이 살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영업자들 호소에 전문가들 우려

“치명률 기반 거리두기로 전환해야”

자영업자 단체, 전국 차량시위 예고

방역 전문가 “유행 촉진 피해 키울 것

차라리 더 강화해 포장 손님만 받게”

저녁시간 영업 비중 큰 간이주점

1년 새 14% 줄어 감소율 가장 높아

통신판매업 무려 34.7% 늘어 1위

한식전문점·부동산중개업도 증가

세계일보

4일 오후 경기 수원통닭골목의 한 치킨가게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하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전에도 어려웠는데, 4단계 거리두기 이후에는 매출이 반 토막이 났어요.”

서울 강남구 선릉역의 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4일 “저희 같은 고깃집은 저녁시간에 단둘이 와서 식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루에 거의 한 팀만 오고 그런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의 중식당 사장인 B씨도 “4단계 적용되고 이전보다 매출이 4분의 1 정도로 줄었다”며 “이쯤 되니까 4단계 거리두기를 연장하는 게 방역에 진짜 도움이 되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든다. 휴가 갈 사람은 비수도권으로 다 가고 확진자는 줄지도 않고 그냥 우리만 죽어간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만간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4단계 거리두기 연장은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확진자 증가세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4단계 거리두기 연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영업자 단체들은 전국 단위 차량시위까지 예고하고 나선 상태다.

고장수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공동대표는 “전국 단위 차량시위는 비대위가 준비하는 대책 중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라며 대규모 인원이 밀집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1인 시위 외 집회는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고 대표는 “4단계가 연장되면 그건 영업제한이 아니라 사실상 ‘영업금지’나 마찬가지”라며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무슨 짓을 못하겠냐”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4주째 이어진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불 꺼진 골목 사이로 한 자영업자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확진자 수에 기반한 현행 거리두기 방식을 ‘치명률 기반’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변이 바이러스로 더는 거리두기 조치가 작동하지 않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확진자 수 세기에 기반한 자영업 규제 일변도의 방역 방식에서 ‘치명률 기반 방역수칙 전환’과 ‘업종별 확진자 수 발생비율 분석을 통한 업종별 방역수칙 재정립’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역 전문가들은 “결국 코로나19 유행을 촉진해 결과적으로 자영업자 피해를 키울 뿐인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행 방역 수준을 유지해 유행을 억제하는 게 자영업자의 살길을 여는 방법”이라며 “이분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손실보상 같은 경제적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차라리 방역수칙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 식당이나 카페가 포장 손님만 받도록 유도하는 게 자영업자분들께 더 도움되는 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전국 호프집과 노래방이 1년 새 1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4일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과 호프집에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 있다. 이재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호프집·노래방 ‘울상’… 통신판매·펜션 ‘방긋’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전년도 매출에 10%에 불과한 매출로 큰 손실을 봤다. 사채와 제2금융권 대출로 근근이 버티다 임대보증금마저 밀린 월세와 관리비 체납액으로 공제하다 결국 폐업신고를 했다.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사연을 올렸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영업 제한 등으로 호프집은 1년 만에 1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방과 다단계업체도 줄었다. 반면 코로나19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통신판매업체는 30% 넘게 급증했다. 카페와 편의점도 늘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일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월별 통계에 따르면 우리 생활과 밀접한 품목(용역)을 판매하는 100가지 업종의 사업자는 지난 5월 기준 264만425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244만8536명)보다 8.0% 증가했다. 사업자 수가 가장 많은 한식전문점이 40만2404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 늘어나는 등 사업자 수 상위 10개 업종 모두 증가해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종별로는 온도차가 뚜렷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사적 모임 인원이 제한되고 영업시간도 제한되면서 주로 저녁 시간 영업에 비중을 두는 호프집·주점·노래방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5월 기준 간이주점 사업자는 1만1612명으로 1년 전보다 14.0% 줄어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호프전문점도 2만784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5% 줄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구내식당(-6.2%), 예식장(-5.7%), 노래방(-5.2%)도 감소율 상위 5위 업종에 이름을 올렸다.

사업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호프전문점으로 1년 동안 3636명 감소했다. 간이주점(-1900명), 노래방(-1554명), 구내식당(-1316명), 여관·모텔(-729명) 사업자도 휴·폐업이 속출했다. 기타음식점(-656명), 여행사(-630명), PC방(-327명), 목욕탕(-236명), 담배 가게(-231명)도 문을 닫는 사업자가 많았다.

세계일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첫날인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한 카페.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자는 40만919명으로 전년 동월(29만7469명) 대비 34.7%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펜션·게스트하우스도 1만8089명으로 1년 전(1만4826명)보다 22.0%나 늘었다. 교습소·공부방(19.3%), 커피음료점(16.8%), 기술 및 직업훈련학원(15.1%)도 증가율 상위 5위 업종에 포함됐다.

통신판매업자는 10만3450명 늘어 사업자 증가폭도 가장 컸다. 한식전문점(1만1953명)과 커피음료점(1만981명)도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1만명 넘게 늘었다. 부동산중개업(8996명), 실내장식가게(7345명), 교습소·공부방(6890명), 피부관리업(5402명), 패스트푸드점(4573명), 편의점(3669명), 미용실(3275명) 사업자도 증가했다.

전체 100개 업종 중 등록업체 수가 1년 전보다 감소한 업종은 20개였다. 나머지 80개 업종은 업체 수가 늘었다.

다단계판매업체도 지난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2020년도 기준 다단계판매업자 주요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다단계판매업자 수는 122개로 전년 대비 6.2%(8개) 감소했고, 다단계판매원 수도 827만명으로 0.8%(7만명) 줄었다. 122개 다단계판매업자의 매출액 합계는 4조9850억원으로 전년(5조2284억원) 대비 4.7% 감소했고, 후원수당 총액도 1조6820억원으로 전년(1조7804억원)보다 5.5% 줄었다.

김승환, 구현모, 장한서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hwa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