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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남양유업 매각, 대주주 변심 탓에 무산?…홍원식 전 회장, 돌연 지분 거래 일정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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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수 예정 한앤컴퍼니 “계약 파기 불가”…‘노쇼’ 대비 법적 대응 준비
홍 전 회장 “시간 더 필요”…위약금·소송 등 부담, 파기 가능성은 낮아

“극적 봉합이냐, 법적 분쟁이냐….”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달 돌연 인수·합병(M&A) 거래 일정을 연기한 후 침묵을 이어가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각대금 마감기한이 오는 31일인 만큼 홍 전 회장은 이달 안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 남양유업을 인수하기로 한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는 “계약 파기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도, 홍 전 회장의 ‘노쇼’(계약 미이행) 강행에 대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4일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에 따르면 남양유업 대주주 홍원식 전 회장 측은 거래종료 절차를 연기한 지난달 30일 이후 6일째 한앤컴퍼니에 아무런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앞서 홍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릴 예정이던 임시주주총회를 일방적으로 9월14일로 연기했다. 한앤컴퍼니와의 주식매매계약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홍 전 회장과 한앤컴퍼니는 지난 5월27일 한앤컴퍼니에 오너 일가 지분 전체를 넘기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임시주총에서는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안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투자은행(IB)과 유통업계에서는 불가피한 외부 변수가 없음에도 홍 전 회장의 변심으로 매각이 표류해 사실상 계약이 파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이 위약금 등을 물고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측이 작성한 계약서의 ‘세부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M&A 계약 시 계약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귀책 사유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계약상 위약금은 귀책 사유자의 상대방이 거래를 종결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것으로, 남양유업이 활용할 수 있는 조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앤컴퍼니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제3의 매수자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큰 비난을 받았고, 홍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홍 전 회장 등 대주주 일가는 한앤컴퍼니에 지분 52.6%(37만8938주)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남양유업 자산가치의 절반 수준으로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헐값에 팔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매매계약 후 주가가 뛸 것을 예상해 한앤컴퍼니는 계약서에 ‘제3자의 등장을 이유로 경영권을 다시 매각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전 회장이 계약 파기를 강행한다면 남양유업은 법적 분쟁뿐만 아니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도 감내해야 한다.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불매운동에 나서거나 단체로 손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홍 전 회장 측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 받아들여져 다시 계약이 이행될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다. 홍 전 회장이 사정을 설명하고 한앤컴퍼니 측이 연기된 주총 일정(9월14일)에 합의한다면 매각 일정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도 결별 수순을 밟는 법적 분쟁보다 나은 방법이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딜(거래)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가격 등의 조건이 한앤컴퍼니와 맞지 않아 전략적으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홍 전 회장 측이 판을 엎은 것으로, (남양유업을) 팔아서 얻는 이익과 계약이 깨져서 나가는 손해 등을 종합해 득실을 따져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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