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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라면값 인상에..소비자도 마트도 라면 사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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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라면값 올라 인상폭 100원도 안되지만

지난주 대형마트 라면 판매량 두 자릿수 이상 증가

라면 구매 몰리는 마트도 물량 확보 비상 걸려

주문량 폭증하는 농심, 불가피하게 "공급량 제한"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라면 값이 이달 들어 오르자 라면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봉지당 100원이 안되는 인상폭이지만 그간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지친 소비자에게는 천금과 같은 지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라면을 확보해야 하는 대형마트도, 라면을 대는 라면 회사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데일리

지난달 26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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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값 인상 직전 판매량 껑충


4일 대형마트 A사에 따르면 지난달 25~31일 판매한 라면(봉지·컵)량이 전년 동기보다 21% 증가했다. 의무휴업을 하지 않은 전전 주(11~17일)와 비교하더라도 15% 늘었다. 다른 대형마트도 사정이 비슷했다. 대형마트 B사 관계자는 “7월 마지막 주 라면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는데 특히 오뚜기 라면 판매량은 4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두 마트 측은 라면 값 인상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7월 말 라면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달 1일부로 오뚜기가 라면 값을 올리기 직전과 오는 16일 농심이 라면 값을 인상하는 데 대한 각각 대비 차원이라는 것이다. 대표상품 기준으로 인상 가격은 100원이 채 안 된다. 오뚜기 진라면은 86원(684원→770원), 농심 신라면은 60원(676원→736원) 오른다.

성수기 겹쳐 라면 사기 더 어렵고

라면 수요는 라면 값 인상을 제외하고도 결정적인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증가했다. 라면 값이 통상 라면 성수기로 여기는 7월 말부터 8월 초에 공교롭게 겹쳐서 오른 게 원인이다. 요즘은 휴가철 야외 활동이 잦아지면서 컵라면 등 용기 라면 판매가 활황을 띤다. 여름철 봉지 라면은 열기 탓에 국물 라면 판매량이 주춤하지만 빈자리를 비빔면이 채우기 때문에 균형이 맞는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라면 수요가 폭증하는 데에 기름을 부었다. 내식 수요가 증가한 덕에 이맘때 맥을 못 쓰던 국물 라면 판매량까지 꾸준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휴가를 포기하거나 이동을 최소화한 영향도 있다.

상황이 이렇자 대형마트도 사정이 빠듯하다. 밀려드는 라면 구매 고객을 감당할 만큼 물량을 넉넉히 확보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한다. 대형마트 운영 전략상으로도 라면은 값이 오르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는 게 이득이다. 인상 이전에 구매한 물량을 인상한 가격으로 판매해 이득이 남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얻는 이득이 마트의 이익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꿀맛 같은 전략을 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난달부터는 라면 발주가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재기 앞두고 신라면 공급 제한

라면 값 인상을 앞둔 농심도 고심이 깊다. 사실 라면 값 인상을 앞두고서라도 주문량이 늘면 마다할 일은 아니다. 가격 인상분을 못 반영하지만 박리다매로 이어지면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발주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너무 몰리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농심은 유통사별로 평년 이맘때 매출을 따져 최소 10%에서 20%까지만 공급량을 늘리는 제한을 뒀다. 예컨대 한 달에 신라면 100박스를 떼가던 유통업자가 이달 200박스를 주문하더라도 110~120박스만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농심 관계자는 “주문량이 늘었지만 생산량은 한계가 있어서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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