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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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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물가냐, 코로나·경기냐'…고민 깊어지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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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금통위 당시 예상보다 코로나 재확산 길어져

가계대출·집값·물가 불안은 '여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한국은행이 일찌감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구체적 인상 시점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불균형'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한은이 당장 이달 기준금리를 올려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민간소비 등 경기가 받을 타격과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을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여전히 만만찮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 7월 금통위, 6명 "코로나 더 지켜봐야" vs 1명 "금융안정 위해 금리 인상"

이런 의견 대립은 이미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0.5%)에서 유지했다. 작년 7, 8, 10, 11월과 올해 1, 2, 4, 5월에 이어 아홉 번째 동결이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1년 만에 '매파'(통화 긴축·금리 인상 지지) 성향의 목소리도 나왔다.

회의록을 보면, 유일하게 '기준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낸 금융위원회 출신 고승범 위원이 근거로 제시한 것도 역시 '금융 안정' 문제였다.

그는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최근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된다"며 "금융안정에 더 가중치를 둬 기준금리를 현 0.50%에서 0.75%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머지 6명 위원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안과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 등을 거론하며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위원은 "경제의 전반적 회복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이번 코로나 확산세가 향후 성장경로에 미칠 영향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위원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 감염병 재확산 등에 따라 단기적 경기 흐름이 제약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기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보건 위기 전개 양상과 대내외 경제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 금리 동결론…코로나 4차 유행에 소비자·기업 체감경기 줄줄이 꺾여

7월 금통위 이후 20여 일간, 코로나와 경기 상황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우선 예상보다 코로나19 4차 유행과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길어져 한 달을 넘기면서 경기 타격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15일 금통위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게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최근 개선되던 민간소비가 분명히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방역대책, 백신접종 확대 계획이 이행되면서 확산세가 진정되고 정부의 추경 효과가 더해진다면 경기 회복세를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후 확산세는 진정되지 않았고, 소비, 생산을 이끌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뚜렷하게 위축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2로, 한 달 전보다 7.1포인트(p) 낮아졌다. 올해 들어 처음, 6개월 만의 하락이다.

7월 모든 산업의 업황 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87)도 3월(83) 이후 5개월 만에 떨어졌다.

아직 7월 실적이 반영된 경제성장률이나 산업활동 지표 등이 집계, 발표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실물 경제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 금리 인상론…가계대출 계속 늘고 집값·물가 뛰어

반대로 가계대출이 계속 늘고 물가가 오르는 점은 여전히 한은의 조기 금리 인상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천81억원으로, 한달 새 다시 6조2천9억원 불었다.

앞서 5월 이례적으로 3조546억원 줄어든 뒤 6월(1조2천996억원)과 7월(6조2천9억원) 두 달 연속 늘었을 뿐 아니라 증가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노력에도 불구, 증가세가 크게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더구나 최근에는 카드, 상호금융 등 은행 외 2금융의 대출이 불어나는 속도도 심상치 않다.

가계대출과 밀접한 집값 오름세도 걱정거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6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앞 주보다 0.36% 또 올랐다. 2012년 5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 2주째 이어졌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107.61, 2015년=100)도 작년 같은 달보다 2.6% 뛰어, 4월 이후 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했다.

물론 기저 효과 등이 반영된 결과인데다 한은의 기존 전망에서 크게 벗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물가 관리가 제1 책무인 한은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한은은 7월 금통위 직후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 경로를 상회해 당분간 2%대 초중반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지난달 15일 금통위 이후 리포트를 낸 증권사 19곳 가운데 6곳은 올해 남은 세 차례(8·10·11월) 금통위 가운데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8월로, 13곳은 10월 또는 11월로 예상하고 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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