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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메타버스판 유튜브’ 로블록스·제페토 아시나요…오큘러스 VR, 유니티 CG 독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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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말 그대로 ‘또 하나의 세상’이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다 보니 수많은 기술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투입된다. 한 기업이 나 홀로 주도하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는 이유다.

메타버스 만들기에 뛰어든 ‘메타버스 기업’은 크게 3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각자 제공하는 기술과 서비스가 한데 모여야 경쟁력 있는 메타버스 구축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산업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또 분야별로 주목받는 기업에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매경이코노미

미국에서 개발한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선두 주자로 뽑힌다. <로블록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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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간’을 만드는 기업

▷로블록스, 제페토에 페이스북까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자는 가상 세계 속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콘텐츠 산업에 빗대면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로블록스, 네이버제트(제페토), 에픽게임즈(포트나이트), 마이크로소프트(마인크래프트)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로블록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전 세계 이용자가 2억명이 넘는다. 원하는 게임을 골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이지만 기존 게임 회사와 차별점이 많다. 게임사가 만든 게임을 일방적으로 플레이하는 기존 게임과 달리 로블록스에서는 유저가 직접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게임 생성 툴’ 프로그램인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해서다.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과거 유행했던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나 ‘심즈’ 같은 도시 건설 게임을 떠올리면 편하다. 유저는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곳에 도로를 깔고 건물을 올리고 상점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유저가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해 만든 게임이 무려 5000만개, 개발 유저 수도 800만명에 달한다.

개발자는 게임 머니뿐 아니라 실제 돈도 벌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상점을 만들어 아이템을 팔거나 게임 머니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현재 로블록스 개발자에는 ‘100로벅스(R$·로블록스 화폐 단위) = 35센트’라는 환율이 일괄 적용된다. 로블록스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로블록스가 게임 개발자에게 지급한 돈이 3억2900만달러(약 3800억원) 정도 된다. 일 년에 수백만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는 개발자도 있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경제 활동이 가능한 셈”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에 뛰어든 게임사는 로블록스뿐 아니다. 3인칭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운영하는 에픽게임즈 역시 포트나이트를 메타버스화(化) 했다. 에픽게임즈는 최근 포트나이트에 게임뿐 아니라 SNS, 음악 감상 등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결과는 대성공. 트래비스 스콧 같은 초대형 가수가 콘서트를 여는 장소로 활동할 정도로 인지도를 빠르게 키웠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히트곡 ‘다이너마이트’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공개한 공간도 포트나이트였다.

네이버제트 ‘제페토’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서비스를 선보인 지 3년도 채 안됐지만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가 벌써 2억명에 달한다. 이는 넷플릭스 이용자 수와 비슷한 수치다.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가 ‘게임’ 기능에 치중돼 있다면 제페토는 ‘SNS’ 기능이 강하다. 자신이 꾸민 ‘아바타’를 기반으로 게시물을 작성할 수도 있고 가상 공간에서 다른 이들과 만나 모임을 하거나 대화를 할 수도 있다. 가상 공간에서 찍은 셀카를 매일 업로드하거나 일기를 쓰는 이용자도 많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저는 아이돌 화장법부터 그들이 입는 의상이나 신발 등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아바타에 반영한다. 아바타를 잘 꾸미고 제페토 내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할수록 영향력을 갖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단순 SNS 기능뿐 아니라 자유롭게 콘텐츠를 창작할 수도 있다. 내가 꾸민 아바타들을 출연시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도 만드는 것이다. 스튜디오와 고가의 제작·촬영 장비, 인력들이 필요한 현실 콘텐츠와 달리 가상 공간 촬영은 보다 손쉽다. 교복을 입힌 아바타로 학원물을 만들고 사복을 입힌 아바타로 시대극을 만드는 식이다. 제페토 내부에서 창작된 콘텐츠만 10억건, 수십만 회 조회 수를 자랑하는 콘텐츠도 많다.

이처럼 플랫폼 사업은 메타버스를 직접 운영하는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앞다퉈 신규 메타버스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페이스북도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 것을 천명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최근 “5년 안에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을 메타버스로 재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단순 계획뿐 아니다. 페이스북은 이미 2019년부터 VR 제품 개발 업체인 오큘러스를 20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관련 기술에 집중 투자해왔다. 하반기 내에는 VR 아바타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을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에 이어 SK텔레콤이 뛰어들었다. 지난 7월 SK텔레콤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를 공개했다. 이프랜드에는 대형 콘퍼런스홀과 야외 무대, 루프톱 등 18종의 가상 테마 공간이 마련됐다. 문서와 영상 등 자료 공유가 가능해 회의나 발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차별화했다.

국내 게임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컴투스는 영상시각효과 전문기업 위지윅스튜디오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컴투스의 지식재산권(IP)과 위지윅스튜디오의 기술을 합친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펄어비스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활용한 게임 신작 ‘도깨비’를 개발 중이다.

대형 게임사 중에서는 엔씨소프트 행보가 두드러진다. 메타버스와 K팝을 접목한 ‘유니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돌마다 가상의 ‘플래닛’을 제공, 팬들이 해당 가상 세계에서 가수와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머지 3N도 메타버스에 열심이다. 넷마블은 자회사 넷마블F&C를 통해 메타버스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역시 메타버스 개념을 적용한 ‘MOD’ ‘페이스플레이’ 등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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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교한 CG와 XR

▷유니티·자이언트스텝 등 ‘각광’

플랫폼만 있다고 메타버스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 즐길 거리, 즉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이다. 콘텐츠를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한 그래픽 기술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메타버스 열풍에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 있다. 현재는 ‘가상 세계’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현실과 동떨어진 다소 조잡한 그래픽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늘어날 것이다. 고도화된 CG(컴퓨터 그래픽), VR, AR, XR, 홀로그램 기술 등을 통해서다.

메타버스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기업은 단연 ‘유니티소프트웨어’다. 전 세계 게임 엔진 시장의 절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시장에 나온 AR·VR 콘텐츠 60%가 유니티 기술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시가총액은 32조원 규모다.

유니티 주력 기술은 ‘게임 엔진’이다. 실감 나는 게임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다. 게임 엔진은 게임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3D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활용된다. 게임에서는 ‘포켓몬 고’, 넥슨 ‘카트라이더 모바일’, 콘텐츠에서는 디즈니 영화 ‘코코’와 ‘라이온 킹’ 그래픽이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됐다.

국내에서는 ‘자이언트스텝’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광고나 영상 콘텐츠 제작 후반에 진행되는 VFX(시각특수효과)와 리얼타임콘텐츠 제작 사업을 운영한다. 고화질 3D 콘텐츠와 사실적인 처리를 위한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기술 ‘렌더링’이 핵심 역량이다. 버추얼 촬영 스튜디오를 임대·운영하고 직접 제작해 수익을 얻기도 한다. SM엔터테인먼트 콘서트에 활용되는 대형 CG 그리고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가상 인간 캐릭터 ‘아이에스파’가 자이언트스텝의 대표작이다.

이 밖에도 ‘킹덤’ ‘승리호’ 등 영화 제작 후반 CG 작업으로 유명한 ‘덱스터’와 ‘위지윅스튜디오’, 콘텐츠 IP 기획부터 영상 제작·UX 디자인·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원스톱 파이프라인을 갖춘 ‘비브스튜디오스’, VR 콘텐츠 개발과 제작에 특화된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등이 각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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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AR 기술이 더 발달하면 실감 나는 가상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모은다. 사진은 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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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드웨어 ‘오감’을 책임진다

▷VR·AR 기기…메타버스 ‘매개체’

현재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기술과 콘텐츠가 고도화되면서 향후 매개체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수년 내 VR·AR 기기가 스마트폰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게 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

XR 기기 시장 선두 주자는 오큘러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XR 시장에서 오큘러스 시장점유율은 53.5%를 차지했다. 2020년 9월 공개한 ‘오큘러스퀘스트2’가 성장을 이끌었다.

오큘러스의 뒤를 소니가 잇는다. 시장점유율 11.9%로 지난 5월 ‘플레이스테이션 VR 헤드셋’을 공개하며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다른 IT 대기업도 XR 기기 시장에 다시 열을 올리는 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XR 기기를 선보이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VR 헤드셋 상표를 출원했다. 애플 역시 넥스트VR 등 VR·AR용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사 등을 꾸준히 인수하며 다년간 XR 관련 기기를 개발했다. 내년에는 차세대 AR 헤드셋을, 2025년에는 AR 안경인 ‘애플글라스’를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맥스트’가 AR 분야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글로벌 AR 플랫폼 시장점유율은 약 5%로 글로벌 5위 수준으로 파악된다. 현재 삼성전자, 현대차, 대우조선해양 등 제조 업체, 또 이동통신 3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AR 솔루션을 제공한다. 지난 5월 초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디지털뉴딜 사업 ‘확장현실 메타버스 프로젝트’ 주관사로도 선정된 바 있다.

김도형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VR·AR뿐 아니라 센서, 모션 인식 등 기술이 같이 진화할 것이다. 후각과 촉각을 느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VR 기기를 쓰고 소나무밭을 걸을 때 바람이 부는 것이 느껴지고 소나무 향이 나도록 만들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고품질 그래픽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인프라 하드웨어’ 구축도 중요하다. 유저가 언제 어디서든 메타버스에 접속하고 끊김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5G 통신칩,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 기술을 지원하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엔비디아, 퀄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종목이 전 세계 주요 메타버스 ETF에 포함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0호 (2021.08.04~2021.08.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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