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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메타버스의 미래 그리고 우려...가상서 느끼는 五感, 범죄 위험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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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당장 수년 뒤인 2025년 관련 매출만 2800억달러(약 3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PwC 역시 2019년 455억달러 규모였던 관련 시장이 오는 2030년 1조5429억달러(178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국가 간 이동과 여행, 각종 모임에 제한이 생기면서 메타버스 진화 속도가 10년 이상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메타버스는 이제 ‘소통’ ‘놀이’의 공간을 넘어 ‘경제 활동’의 공간으로 우리 일상에 바짝 다가왔다. 인터넷 세상에서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모임, 취미 활동, 쇼핑, 공연 감상, 업무 등 다양한 현실 활동이 구현되는 분위기다. 또 메타버스 속에 가상 화폐, 클라우드, 스마트헬스 등 신기술이 접목되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놀라울 정도로 큰 산업 성장성 때문”이라며 “XR 시장 규모가 3년 후 6~10배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정도의 성장률이라면 텐배거(10배 수익) 종목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영향력이 빠르게 커져가는 지금, ‘메타버스 이코노미’는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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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디지털 현실 넘어 ‘오감’ 구현

▷테슬라 슈트, ‘가상의 촉각’ 만들어내

아직까지 메타버스 확산세가 가장 빠른 분야는 이용자가 여럿 모이는 게임, SNS 등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지난 3월 발간한 ‘메타버스 비긴즈: 이슈와 전망’ 보고서에서 “게임, SNS 등 서비스 플랫폼은 참여자의 수익 모델이 존재하고 전 세계 가입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등 플랫폼 경쟁력이 높아 메타버스 확산의 동력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인터넷·모바일 시대는 키보드와 터치 방식을 주로 활용했지만 메타버스 시대에는 공연·콘텐츠를 음성, 동작, 시선, 촉감 등 오감(五感)을 활용해 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 부분에 관심이 큰 이는 역시 글로벌 공룡들이다. 구글의 경우 지구 전체를 3차원 지도로 만들어놨고, 미국 테슬라에서 개발 중인 슈트는 촉각을 가상으로 구현하고 있다. 뇌를 자극해 미각과 촉각까지 구현하는 개발도 진행 중이다.

우운택 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은 “2007년 스마트폰 등장이 생활에 혁신을 일으켰듯 조만간 새로운 제품 형태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내년부터는 AR·VR 기술이 집약된 안경형 디스플레이가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과 마케팅 역시 메타버스가 활약하기 좋은 분야로 꼽힌다. 공간 제약이 없는 메타버스 세계를 통해 학생이나 고객에게 몰입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과학 실험이나 제품 체험 등 직접 경험해보기 힘든 것을 가상현실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로 직접 환자를 마주할 기회가 줄어든 의료진과 의대생을 위해 메타버스를 이용한 비대면 교육 방법을 선보였다. 가상 강의실에 입장해 수업을 듣고 가상 수술실에서 수술 과정을 참관하며 실시간 토의를 나누는 식이다. 광고를 보는 소비자들은 15초짜리 일방적 광고보다 가상 공간에서 제품을 체험해본 2시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오현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미래전략센터 책임연구원은 “메타버스는 교육, 게임, 인터랙티브 미디어(대화형 매체) 등의 학문·교육 분야에서의 접목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홍보·마케팅 분야에서도 전통 미디어의 일방적 소통 한계를 극복하고 몰입도 높은 광고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상 화폐가 메타버스에 접목하기에 적합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메타버스 서비스는 가상 화폐 한 종류인 대체 불가 토큰(NFT)으로 거래가 가능하도록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가상 화폐는 개인 대 개인 간 거래 내역을 비롯한 데이터 정보를 분산해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메타버스라는 생태계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면 가상 화폐는 경제 활동에서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이전까지는 달러 기반 혹은 신용카드 기반으로 일종의 ‘게임 머니’를 결제해서 가상 세계 플랫폼 혹은 게임에서 주고받았다. 이는 철저히 그 세계 안에서만 거래됐다.

지금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가상 공간에서 획득한 재화를 현실 세계에서 유통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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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내 소프트웨어(SW) 전문가 교육 과정을 마친 LG전자 임직원들이 가상 공간에서 메타버스 수료식을 진행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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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만의 전유물?

▷가치관 혼란·신종 범죄 우려도 여전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 가상 공간에서 활발한 소셜 활동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 게임을 통해 가상현실을 접해왔던 Z세대를 중심으로, 게임을 넘어 SNS 형태의 3차원 가상현실로 발전한 모양새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유니버스’가 우리 삶의 일부로 들어온다면 현실에서의 ‘본캐(본래의 캐릭터)’와 가상 세계에서의 ‘부캐(본캐와 다른 성격의 부캐릭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생활을 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메타버스에 기반한 서비스 이용자가 아직 10~20대에 치중돼 있는 점은 한계다.

닐슨코리아가 올 초 앱 이용자 연령별, 성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 제페토 서비스 이용자 비중은 7~12세 50.4%, 13~18세 20.6%고, 성별로 보면 남성 23%, 여성 77%다. 로블록스는 7~12세 49.4%, 13~18세 12.9%고, 남성 45%, 여성 55%다. 10대 이용자 비중이 60~70%에 달한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메타버스 열풍에 대해 “메타버스가 1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만, 사실 주 이용 고객 연령대와는 괴리가 있다”며 “아직은 미래 잠재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 성격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메타버스가 10~20대를 중심으로 반짝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게임에 국한된 콘텐츠 탓에 코로나19 종식 이후 오프라인 활동이 늘어나면 메타버스가 반짝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 된다는 것은 너무 고평가됐다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으로는 메타버스 세계관 확산과 함께 발생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이용자가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로 생활하는 동안 개인 정보가 운영자에게 수집될 가능성이 높다. 메타버스 특성상 주 이용층으로 꼽히는 10대가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제페토는 익명의 이용자가 아동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개인정보 노출이나 사기, 명예훼손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현실 도피 등 온라인의 자아에 집착하게 될 가능성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어린 연령대를 대상으로 명품 소비 심리를 조장하거나 범죄 욕구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상당한 만큼 기업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0호 (2021.08.04~2021.08.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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