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美 이르면 10월부터 돈줄 조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핵심 인사가 10월부터 통화 정책을 점차 정상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이르면 10월부터 채권 매입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의결권이 있는 인사다.

월러 이사는 "8~9월 일자리 증가분이 각각 80만명 선에 이른다면 미국 경제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이 이런 조건을 충족할 경우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월러 이사는 "이 같은 일자리 증가가 이뤄지면 상당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고, 9월에는 (테이퍼링) 계획에 대한 발표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테이퍼링을 조기에 시작하고, 속도를 내서 2022년에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을 할 수 있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 핵심 인사가 테이퍼링의 시기와 조건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실제 테이퍼링은 이르면 연말께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월러 이사의 시간표는 이보다 더 빠른 것으로, 연준이 매우 심도 있게 검토해 왔음을 드러낸 것이다.

美 7월 신규고용에 쏠린 눈…80만명 돌파땐 테이퍼링 '성큼'

연준, 10월 유동성공급축소 시사

6월 비농업 부문 신규일자리
시장전망 크게 웃도는 85만개
7월·8월도 고용늘면 논의 속도

2분기 성장률 전망 하회 불구
잇따라 테이퍼링 시그널 보내
"필요땐 내년 금리인상" 언급도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핵심 인사가 2일(현지시간)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긴축정책 가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2022년 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테이퍼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월러 이사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일자리가 8~9월에 각각 80만개 늘어날 경우 이르면 10월부터 채권 매입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언급하는 일은 자주 있다. 하지만 연준 내부 고위 인사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정책 방향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자칫 연준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비쳐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러 이사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구성하는 위원 11명 중 한 명이다.

그간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그가 이런 매파적(긴축정책 선호) 의견을 냈다는 데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월러 이사는 인디애나대, 켄터키대, 노트르담대 교수를 거쳐 2009년 세인트루이스 연은에 합류했고 부총재를 지냈다.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2020년 2월 하원 청문회를 통과한 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20년 12월 상원 인준을 받았다. 그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달 30일 "테이퍼링을 빠른 속도로 진행해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가까운 두 사람이 연이어 내년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물론 두 사람의 의견이 연준 내 다수 의견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불러드 총재는 현재 FOMC 위원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에 들어가기 전에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월러 이사가 이날 한 언급은 연준이 갑작스럽게 테이퍼링 일정을 앞당길 경우 시장에 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월러 이사의 언급은 파월 의장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8일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강한 일자리 증가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최대 고용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까지 아직 갈 길이 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가 8~9월에 각각 80만개 일자리가 증가된다면 테이퍼링 조건이 충족된다고 언급한 것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좀 더 상세하게 부연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월러 이사는 8~9월이 통계 발표 시점(7~8월 실적)인지, 통계 대상 시점(8~9월 실적)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9월에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 전자를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시장 관심은 일자리 지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6일 발표될 7월 고용동향은 이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컨센서스는 78만8000개다. 이를 웃도는 80만개 이상 일자리가 증가한다면 테이퍼링 논의는 더욱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달 2일 발표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자리는 시장 예상치보다 14만4000개 많은 85만개가 늘었다. 연준은 매우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이 같은 정책 변경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연준은 7월 FOMC 성명에서 "'앞으로 열릴 회의들(in coming meetings)'에서 진전 정도를 계속 평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씨티은행은 "정책 결정문에 '앞으로 열릴 회의들'이라는 표현이 추가된 것은 9월 FOMC 등 모든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주요 투자은행도 시간이 갈수록 조기 테이퍼링 돌입에 무게를 두는 해석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재봉쇄 정책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계적 정상화 과정이 현재처럼 지속된다면 일자리 지표는 월러 이사가 제시한 기준선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