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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독일·영국도 3차 접종 예고…백신 싹쓸이 2라운드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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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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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인구 대비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 현황. 듀크대 글로벌보건연구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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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선점한 부국들이 ‘부스터 샷’으로 불리는 3차 접종에 돌입하고 있다. 백신을 세 번 맞아야 델타 변이 방어 효과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 세계 인구의 70%가 1차 접종도 못 한 상황에서 부국들이 3차 접종 물량을 또다시 쓸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독일 보건당국은 2일(현지시간) 다음달부터 노인, 요양원 거주자, 면역 취약자에게 3차 접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옌스 슈판 보건장관은 “이들에게서 백신 효과가 떨어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독일은 기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회 접종자나 얀센 백신 1회 접종자에게도 예방적 차원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부스터 샷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영국도 다음달부터 50대 이상 중장년층 3200만명에게 3차 접종을 시작해 12월 초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프랑스도 75세 이상 노인과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올가을부터 3차 접종을 시작한다. 일본 정부도 내년부터 3차 접종 시작을 검토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특정 집단에 대한 3차 접종을 검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부터 60세 이상 노인에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3차 접종을 시작했다.

유럽국가들은 기존 백신의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 떨어질 수 있다는 제약회사의 발표를 일부 수용했다. 화이자는 지난달 28일 자사 백신의 효과가 2개월마다 평균 6%씩 감소할 수 있다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3차 접종 허가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부국들의 백신 접종률이 둔화하면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이 나오는 것도 3차 접종 추진의 배경이 됐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 70만회분을 한국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연합(EU)과 이스라엘은 사전 계약을 통해 각각 전체 인구의 3.5배, 2.5배의 백신 물량을 선점한 상태다.

부국들의 3차 접종은 백신 공급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달 22일 성명에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1차 접종을 받기도 전에 부국에서 3차 접종을 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12일 “전 세계의 심각한 백신 공급 격차가 탐욕 때문에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3차 접종이 꼭 필요한지를 판단하려면 추가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잘랄 베그 미국암치료센터 박사는 지난달 31일 NBC방송에 “부스터 샷은 노인이나 면역 취약 환자 말고는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며 “화이자가 부스터 샷으로 수십억 달러어치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과는 미미하고 글로벌 제약사의 주머니만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3차 접종이 승인되면 제약사는 백신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실제 EU는 2023년까지 공급키로 한 백신 21억회분에 대해 재협상하면서 납품 가격을 대폭 올려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에 납품하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가격이 각각 25%, 1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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