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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해리포터’ 출판사 회장, 연인에게 1조원 유산 전부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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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가운데 왼쪽이 리처드 로빈슨, 오른쪽이 루체세다 - 회사 홈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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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의 출판사로 잘 알려진 스콜라스틱의 회장이 죽기 전 모든 유산을 가족이 아닌 30년 연하 연인에게 넘긴다는 유언장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 연인은 이 회사에서 30년 간 일해왔으며 현재는 이사회 의장을 지내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유족들이 반발하면서 상속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84세였던 리처드 로빈슨 주니어 당시 회장은 지난 6월 가족들과 산책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그는 2018년 작성한 유언장에서 12억 달러(약 1조3800억 원)에 이르는 이 회사 경영권과 모든 개인 재산을 이올 루체스(54) 스콜라스틱 이사회 의장에게 넘긴다고 적었다. 로빈슨에게는 두 아들과 전 부인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유산을 한 푼도 못 갖게 됐다.

스콜라스틱은 ‘해리포터’와 ‘매직 스쿨버스’, ‘헝거게임’ 등 세계적인 히트작을 내놓은 교육 전문 출판사다. 팬데믹으로 최근 들어 실적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시가총액은 비슷한 수준으로 20년 내내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1920년 스콜라스틱을 창업한 아버지에 이어 로빈슨 전 회장은 2대째 경영을 맡고 있었다.

유산을 상속받게 된 루체스는 1991년 스콜라스틱 캐나다 법인에 입사해 2014년 최고전략책임자, 2018년 스콜라스틱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와 로빈슨과의 관계는 회사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둘은 회사 경영 문제로 서로 다투는 일도 있었지만 로빈슨이 루체스를 대체로 신뢰했고 사실상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로빈슨은 유언장에서 루체스에 대해 “나의 파트너이자 가장 친한 친구”라고 묘사했다.

유언장 내용이 공개되자 가족들은 충격에 빠졌다. 장남인 벤은 “아버지의 유산 상속 계획을 봤을 때 상처에 소금을 붓는 것 같았다”고 했고 차남 리스도 “예상밖이고 충격적”이라고 했다. 두 아들의 어머니인 전 부인 헬렌 벤햄 역시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로빈슨과 2003년 이혼했다가 최근 그와 정기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등 서로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유족들은 법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WSJ는 유족들이 루체스와 합의를 해서 의결권 있는 주식을 이전받는 형식으로 경영권을 일부 되찾아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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