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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전국 첫 ‘펫 추모공원’ 가보니···‘장례 1호’ 유기견에게 전한 한마디 “미안해”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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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물장례식장 중 유일한 공립시설

장례지도사 4명 상주해 장례절차 맡아

임실군수 “반려동물 화장문화 선도할 것”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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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의 공립 동물 장묘시설로 지난 1일 문을 연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 펫 추모공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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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발톱 한번 깎아 준 사람도, 엉덩이 한번 닦아 준 사람도 없었구나. 마음이 아프다. 미안해 미안해.”

지난 2일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자리잡은 ‘오수 펫 추모공원’ 3추모실. 두 명의 장례지도사가 안락사돼 실려온 유기견 하늘이를 염습하고 있었다. 이들은 알코올 솜으로 하늘이의 얼굴과 귀, 발, 털 등을 30여분간 닦아준 뒤 콧구멍과 귓구멍 등을 막아줬다. 장례지도사 박초이씨는 “장례식장이 문을 연 뒤 1호 장례”라며 “유기견은 주인도 없고 이름도 없어 여기서 ‘하늘’이란 이름을 지어줬다”고 말했다. 함께 염을 하던 최명주 지도사는 “평생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한번도 받지 못한 모양이다. 하늘이가 천국에 가길 기도했다”고 전했다.

오수 펫 추모공원은 지난 1일 지자체가 만든 전국 최초의 공립 반려동물 장묘시설이다. 임실군이 오수면 금암리 일대 3만㎡ 부지에 50억원을 들여 지었다. 화장로 3기를 비롯해 염습할 시설과 수의·관 등을 비치했다. 납골당과 수목장도 갖췄다. 반려인을 위한 추모실과 입관실, 참관실, 봉안당, 하늘정원 등도 갖춰져 국내 최대 규모다. 추모공원은 공모절차를 거쳐 (주)동물사랑이 위탁운영 중이다. 이 곳에는 장례지도사 4명이 상주해 장례절차를 맡는다. 화장로를 거친 반려동물 유골을 ‘로시오 스톤’이라는 보석으로 만들어 영구 보관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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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잠들어 있는 수목장과 잔디장을 반려인들이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한 하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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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00여만 마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반려동물 수는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상황은 녹록치않다.

동물들이 생을 마감할 경우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처리 방법은 세가지다. 사체를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담아 내놓거나 동물병원에서 안락사시켜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화장을 시키는 것이다. 가장 위생적인 방법이 화장이지만, 수도권의 화장률은 8%대에 그친다. 대부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불법으로 매장하는 게 현실이다. 동물장묘시설이 확충돼야 하지만, 혐오시설로 치부돼 전국에 분포된 사설 동물장례식장은 56개에 불과하다. 사용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립시설은 오수 펫 추모공원이 유일하다.

오수에 대형 추모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의견(義犬)의 고장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불길에 휩싸인 주인을 구하고 죽은 의견 설화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 실제 오수면에는 의견공원과 반려동물 놀이터, 캠핑장 등을 두루 갖춘 의견관광지가 있다. 심민 임실군수는 “전국 어디에도 들어서지 못하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오수면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반려동물도 아름답고 고귀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공감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임실이 국내 반려동물 화장문화를 정착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동물사랑 김성호대표는 “임실에 선열들이 잠드신 호국원이 있듯이 동물현충원을 조성해 마약견과 군견, 수색견, 맹인안내견 등 숭고한 일을 하다 목숨을 다 한 동물들을 기릴 수 있게 하겠다”면서 “공설 장묘시설 개장을 계기로 가장 위생적인 반려동물들의 화장률을 끌어 올리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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