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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케이블 없는 집은 女배구 못 보나요?” 지상파 ‘겹치기’ 중계 울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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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지상파 3사는 모두 축구 경기를 중계했다. 이날 지상파 3사의 축구 경기 시청률은 25.5%로 집계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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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중 한국팀 박정아가 팀을 승리로 이끈 후 기뻐하고 있다. 이날 지상파 3사의 배구 경기 시청률은 경기 막바지인 5세트 일부만을 중계했는데도 25.7%로, 축구 경기 중계보다 높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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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송나현(30) 씨는 여자 배구 한·일전이 펼쳐진 지난 주말 조부모님의 전화를 받았다. 축구 경기가 아닌 배구 경기를 보고 싶은데 지상파 3사에서 중계하지 않아 보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송씨의 조부모님 댁에는 케이블 등 유료 방송이 설치돼 있지 않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의 올림픽 ‘겹치기 중계’로 인한 시청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IPTV·케이블 등 유료 방송이 보편화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만을 시청하는 일부 가정의 시청권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복 중계’ 문제는 큰 규모의 스포츠대회 때마다 반복됐다. 관련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순차 방송을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가 아니어서 해결방법은 요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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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중 한국팀 이동경이 골대를 향해 힘차게 공을 차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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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야구, 축구, 배구 경기가 동시간대 열린 지난 7월 31일 지상파 3사(KBS·MBC·SBS)는 모두 축구 경기를 중계했다. KBS1은 야구 경기를 중계했다.

같은 시간 열린 여자 배구 경기는 지상파에서 하는 스포츠 채널 등 케이블에서만 중계됐다. 지상파 3사는 축구 경기가 끝난 후에야 부리나케 배구 경기를 편성했다.

특히 이번 여자 배구 경기는 한·일전으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배구 한·일전은 지상파 3사 시청률 총합 25.7%를 기록했다. 경기 막바지인 5세트 일부만을 중계했는데도 모든 경기를 중계한 축구(25.5%)보다 다소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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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일본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중 내내 집중 견제를 받은 한국팀 김연경이 득점 후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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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배구 경기를 처음부터 전부 중계했던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KBS N SPORTS 3.5%, SBS Sports 2.1%)까지 치면, 시청률 격차는 더 커진다. 그런데도 지상파 3사는 인기 종목인 축구와 야구 위주로 중복 편성을 했다.

이러한 ‘겹치기 중계’로 인한 시청권 침해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태권도 이대훈 선수의 은퇴 경기였던 동메달 결정전이나 배드민턴 허광희 선수가 세계 1위를 꺾었던 16강전 경기 등은 인기 종목에 밀려 실시간 중계되지 못했다.

관련 부처인 방통위는 도쿄올림픽이 개최되기 전 지난 7월 14일 지상파 3사에 순차 방송을 권고했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국민 시청권을 보장하고 과도한 중복 편성으로 인한 시청자 권익침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가 무색할 정도로 중복 편성은 계속되고 있다. 방통위의 모니터링도 소용이 없다. 법적으로 방송사의 편성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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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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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방송사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권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행될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국민적 관심이 큰 행사를 ‘볼 수 있을 권리’에서 ‘다양하게·다방면으로 볼 수 있을 권리’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통계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유료 방송 가입 가구는 92.2%로 조사됐다. 대다수 가구가 IPTV·케이블 등 유료 방송을 시청하고 있지만 약 7.8%의 가구는 지상파만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겹치기 중계’로 인해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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