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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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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XX, 좌파 퇴치!" 한국 정치 민낯 드러낸 '쥴리 벽화' [한승곤의 정치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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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한복판 '쥴리 벽화' 파문

보수 단체 '난방열사' 그림 꺼내기도

인근 상인들 "시위로 장사 못해" 분통

벽화 앞 모여든 시민들 진보-보수 격한 갈등

'정치 혐오','정치 염증' 일으킨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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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벽화 인근에서 보수 유튜버와 세월화 관계자가 서로 유튜버 중계를 하며 대치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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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재인 정부가 뭘 했냐!" , "쥴리가 누구냐고!" , "아니 세월호가 여기는 왜 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한복판에 나타난 일명 '쥴리의 남자' 벽화는 한국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혐오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비판이다. 표현의 자유에 불과하다는 반박이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인권침해라고 반박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지난 30일 쥴리 벽화 전시와 관련한 성명을 내 "여성에 대한 혐오와 조롱은 폭력과 인권침해일 뿐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했다. 여성변회는 "벽화를 제작한 당사자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벽화의 문구만을 삭제한 채 전시를 계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넘은 개인의 인격권에 대한 공격이자 침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쥴리 벽화는 우리 사회에 응축된 진보 보수 등 이념 갈등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견해도 있다. '여성 혐오' 등 각종 논란이 많은 쥴리 벽화 앞에서 상호 존중의 건강한 토론이 아닌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말 자체를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아예 일부에서는 거친 몸싸움까지 벌어져, 극한 이념 대립의 우리 사회 한 단면을 보여줬다는 지적도 있다. 쥴리 벽화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온갖 갈등이 휘몰아치던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72시간을 시민들의 목소리 등 주요 장면으로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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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달결을 팔러 온 사람에 불과하다며 한 보수 유튜버가 보인 계란 묶음.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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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달걀 팔러 왔다니까요." , "쥴리 벽화 앞 차 뺄 수 없습니다." , "난 그냥 여기 누워있을게"

"저는 그냥 달걀 장수에요." , "정치 몰라요." 쥴리 벽화 앞에 서 있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이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그에게 다가가 "그럼 달걀 한판 얼마죠?"라고 질문하자, 그는 고개를 돌렸다. 다시 달걀 한판 가격을 묻자 그는 "16000원이요"라고 말했다.

달걀장수라는 그의 대답은 틀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작년 평균 5267원에 거래되던 달걀 한판(30개들이, 중품)은 최근 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대형 마트가 아닌 쥴리 벽화 앞에서 직거래로 판매하는 것을 고려해 중간 마진이 없는 소비자가격을 고려하면 달걀은 더 낮은 가격에 팔렸어야 했다. 실제 그가 이 가격으로 판매를 했다면 엄청난 폭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그의 정체는 달걀 장수가 아니다.

"자 여기서 나가라고!", "뭐 볼 게 있어!" 그는 보수 성향 유튜버로 한 손에는 유튜버 생중계용 셀카봉을 한 손에는 확성기를 들고 있었다. 이 유튜버는 진보 세력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며, 벽화에 접근하는 시민들을 막아섰다.

또 다른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아예 쥴리 벽화 앞에 정차된 차량 앞에 드러누워, 차를 강제 견인할 수도 없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쥴리 벽화는 차 틈으로만 겨우 볼 수 있었다. 보수 성향의 시민들 입장에서 윤 전 총장 관련 논란이 될 수 있을 수 있는 '쥴리 벽화' 파문을 막는 효과를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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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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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세월호가 여긴 또 왜 오냐고!" 진보-보수, '맞불 유튜브 중계'

"쥴리가 누구냐!" , "쥴리야 나도 좀 놀아보자!" , "여성인권 침해다!"

시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도덕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60대 남성은 "윤석열이 대선에 나온 이상,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혐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50대 남성은 "코로나로 힘든데, 왜 여기서 정치 얘기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그 와중에 세월호 참사와 연관이 있는 한 관계자가 현장에 나타나 보수 성향 유튜버를 촬영하고, 보수 유튜버 역시 세월호 관계자를 중계하며 일종의 '맞불 유튜브 생중계' 상황이 벌어졌다.

현장에서의 진보 보수 갈등이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번졌다. 보수 성향 유튜버의 실시간 상황 중계창에는 쉴새 없이 진보 세력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진보 측 중계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서로를 맹렬히 비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온라인에서 공방이 오가고 오프라인인 쥴리 벽화 앞에서도 확성기를 이용한 고성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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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벽화에 대한 일종의 '맞불' 성격으로 보수 단체에서는 배우 김부선으로 추정되는 그림을 꺼내들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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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수 성향의 시민들은 "세월호가 여긴 또 왜 오냐"며 고성과 함께 비난을 쏟아냈다. 그 과정에서 쥴리 벽화는 여전히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끌고 온 차량으로 인해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거나 진보 성향의 시민들은 여전히 보수 성향 시민들과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정치권 역시 '쥴리 벽화'로 떠들석했다. 윤 전 총장 대외협력특보를 맡은 김경진 전 국회의원은 지난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적인 폭력이고 테러이자 해서는 안 되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가 봐도 저 그림을 올린 것은 지금 범야권 대선 후보인 윤석열 후보 얼굴에 모욕을 주기 위해서 올린 의도라고 추정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집권여당 쪽에 정치적인 이득을 주기 위해서 한 것이다라고 그렇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지적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인해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후보의 가족들을 비방하는 벽화가 걸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이것은 저질 비방이자 정치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는 사이 여권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밀회를 즐겼다고 주장하는 배우 김부선 씨를 추정케 하는 그림도 보수 단체 사이에서 등장했다. 이를 본 보수 성향의 시민들은 "그림 더 올려라!", "저게 누구냐! 김부선 아니냐!" 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로 추정되는 그림으로 인해 쥴리 벽화는 가려져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주장을 위해 특정인을 연상케 할 수밖에 없는 저열한 정치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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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벽화 위에 누군가 문재인 대통령 비방 글을 적어놨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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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XX" , "좌파 퇴치!" '쥴리 벽화'는 지금… '혐오 표현' 얼룩

"'통곡의 벽' 맘껏 표현의 자유를 누리셔도 됩니다."

지난 31일 오전 벽화가 그려진 건물 관계자의 말이다. 전날(지난달 30일) 벽화 속 '쥴리의 남자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등 논란이 된 문구를 지운 데 이어 누구든 벽화에 낙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그러자 시민들이 몰리면서 페인트, 래커 스프레이 등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적기 시작했다.

문제는 대부분 원색적 욕설과 근거 없는 비방으로 벽화가 가득 찼다는 데 있다. 한 진보 성향 유튜버가 논란이 됐던 '쥴리의 남자들' 등 문구를 다시 쓰자,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검은색 래커 스프레이로 이를 다시 지웠다. 이에 앞서 쥴리 얼굴 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문재인 XX" 등의 낙서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재명 부선', '드루킹 특검 가자', '좌파 퇴치', '페미, 여성단체 다 어디 갔냐?' 등의 비난 일색의 문구가 벽화에 쓰여지기도 했다,

또 지난 31일에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충북 청주에 또 다른 '쥴리 벽화'를 그리겠다고 예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 트위터 이용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조만간 청주 쥴리의 남자 벽화 그립니다. 전국적으로 난리가 날 것 같다 예감에(아고 큰일 났네 윤서방)"이라는 글을 올렸다. 컨테이너 박스로 보이는 벽면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림을 그리는 남성의 사진 한 장도 함께 올렸다.

벽화를 중심으로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 치열한 갈등이 치닫는 사이 이를 본 청년들은 정작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 20대 청년은 "저게 뭐길래 이렇냐"며 "(쥴리 벽화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본 한 40대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대선이 지금 1년도 남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이런 모습만 보여주니까 정치를 싫어하죠"라며 "청년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건 우리 세대부터 정치인들의 책임인 것 같아요." 50대 자영업자는 "생산적인 의논을 해도 모자라다"면서 "저게 도대체 뭐냐"고 짧게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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