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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같은 전문직 양성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그 손해배상액 산정은 일반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과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의대생 A씨(당시 24세)의 부모가 가해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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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과속차량에 치인 의대생…10여일 만에 사망
사고는 2014년 9월 발생했다. 새벽 시간 혈중알코올농도 0.170%의 만취 상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한 B씨는 편도 2차로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를 받고 만다. 제한속도 50km인 도로를 시속 약 70km로 달린 과속운전이었다. 병원에 실려 간 A씨는 열흘여 뒤 사망했다. A씨의 부모와 조모, 외조부모는 보험사를 상대로 약 1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보험사가 A씨 유족들에게 100%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고가 B씨의 일방적인 과실이었기 때문에 책임 비율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문제는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정할지였다.
당시 A씨는 한 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가족들은 “사고가 없었더라면 A씨는 약 1년 6개월 뒤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받아 만65세까지 의사로 수입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수입을 A씨의 손해배상액을 책정하는 일실수입(사고 피해자가 잃어버린 장래의 소득)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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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일반 대졸자 평균 월수입으로 산정”
하지만 1·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사람이 장래 얻을 수 있는 수입의 상실액은 손해가 발생할 당시 그 피해자가 종사하고 있던 직업으로부터 얻는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만약 사고 당시 무직자거나 학생이어서 일정한 수입이 없었다면 보통 일반 사람이면 누구나 종사해 얻을 수 있는 일반노동임금을 기준으로 하되, 피해자의 학력이나 경력을 참작해 그 수입을 책정할 수는 없다. 다만 장차 피해자의 수입이 증가할 것임이 상당한 정도로 확실시되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면 예외적으로 이를 참작할 수 있다.
1심은 “A씨가 장차 대학을 졸업하고 반드시 의사국시에 합격해 의사로 종사하며 가족들 주장에 상응하는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일반노동임금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2014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A씨가 대학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치고 만 60세가 될 때까지의 일실수입을 정했다. 법원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직종 대졸 이상 학력으로 연령이 25세~29세인 남자의 전 경력 월평균 수입은 284만3409원이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3억9000여만원의 재산상 손해와 A씨에 대한 위자료 6500만원을 상속법에 따라 계산하면 보험사가 A씨 부모에게 각 2억4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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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문직 통계소득으로 산정해야"
2016년 대법원에 접수된 이 사건은 5년여 만에 다시 심리하라는 판결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특정한 기능이나 자격 또는 경력이 있어 장차 그에 대응하는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 통계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판례를 들었다.
재판에는 A씨 의대 성적이 제출됐다. A씨는 유급이나 휴학 없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당시 학교에 사실조회를 한 결과 3학년 2학기까지 유급이나 휴학 없이 등록한 학생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은 92%~100%에 달했다.
대법원은 “A씨는 장차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로 종사할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고, 일반 대학 재학생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하급심이 대졸이상 전직종 평균소득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A씨의 일실수입 산정 방법은 환송 후 2심이 진행되는 서울중앙지법 합의부에서 다시 따지게 된다.
한편 2014년 근로실태조사 보고서의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의 월평균 소득은 365만9416원이었고, 보건복지부의 '국민 보건 의료 실태 조사' 2016년 기준 전국 보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의 월평균 임금은 1304만원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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