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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음주차량에 사망한 의대생…대법 "전문직 수입기준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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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교통사고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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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같은 전문직 양성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그 손해배상액 산정은 일반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과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의대생 A씨(당시 24세)의 부모가 가해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음주 과속차량에 치인 의대생…10여일 만에 사망



사고는 2014년 9월 발생했다. 새벽 시간 혈중알코올농도 0.170%의 만취 상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운전한 B씨는 편도 2차로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를 받고 만다. 제한속도 50km인 도로를 시속 약 70km로 달린 과속운전이었다. 병원에 실려 간 A씨는 열흘여 뒤 사망했다. A씨의 부모와 조모, 외조부모는 보험사를 상대로 약 1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보험사가 A씨 유족들에게 100%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고가 B씨의 일방적인 과실이었기 때문에 책임 비율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문제는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정할지였다.

당시 A씨는 한 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가족들은 “사고가 없었더라면 A씨는 약 1년 6개월 뒤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받아 만65세까지 의사로 수입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수입을 A씨의 손해배상액을 책정하는 일실수입(사고 피해자가 잃어버린 장래의 소득)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 “일반 대졸자 평균 월수입으로 산정”



하지만 1·2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사람이 장래 얻을 수 있는 수입의 상실액은 손해가 발생할 당시 그 피해자가 종사하고 있던 직업으로부터 얻는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만약 사고 당시 무직자거나 학생이어서 일정한 수입이 없었다면 보통 일반 사람이면 누구나 종사해 얻을 수 있는 일반노동임금을 기준으로 하되, 피해자의 학력이나 경력을 참작해 그 수입을 책정할 수는 없다. 다만 장차 피해자의 수입이 증가할 것임이 상당한 정도로 확실시되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면 예외적으로 이를 참작할 수 있다.

1심은 “A씨가 장차 대학을 졸업하고 반드시 의사국시에 합격해 의사로 종사하며 가족들 주장에 상응하는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일반노동임금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2014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A씨가 대학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치고 만 60세가 될 때까지의 일실수입을 정했다. 법원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직종 대졸 이상 학력으로 연령이 25세~29세인 남자의 전 경력 월평균 수입은 284만3409원이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3억9000여만원의 재산상 손해와 A씨에 대한 위자료 6500만원을 상속법에 따라 계산하면 보험사가 A씨 부모에게 각 2억4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문직 통계소득으로 산정해야"



2016년 대법원에 접수된 이 사건은 5년여 만에 다시 심리하라는 판결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특정한 기능이나 자격 또는 경력이 있어 장차 그에 대응하는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 통계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판례를 들었다.

재판에는 A씨 의대 성적이 제출됐다. A씨는 유급이나 휴학 없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당시 학교에 사실조회를 한 결과 3학년 2학기까지 유급이나 휴학 없이 등록한 학생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은 92%~100%에 달했다.

대법원은 “A씨는 장차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로 종사할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고, 일반 대학 재학생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하급심이 대졸이상 전직종 평균소득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A씨의 일실수입 산정 방법은 환송 후 2심이 진행되는 서울중앙지법 합의부에서 다시 따지게 된다.

한편 2014년 근로실태조사 보고서의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의 월평균 소득은 365만9416원이었고, 보건복지부의 '국민 보건 의료 실태 조사' 2016년 기준 전국 보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의 월평균 임금은 1304만원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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