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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라디오에 지역소식 실어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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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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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마포FM 스튜디오에서 송덕호 대표가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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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통화 중이어서….” 라디오 생방송이 진행 중인 스튜디오. 인터뷰할 상대방과의 전화 연결이 끊어져 버려 다시 걸어보니 통화 중이라는 안내음성만 나온다. 하지만 진행자는 당황하는 기색조차 없다. 평일 아침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13년 동안 생방송을 진행해온 경험 덕분이다. “생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이런 일도 간혹 있죠.” 차분한 목소리가 그대로 전파를 타고, 몇초 지나지 않아 전화 연결이 원활하게 재개됐다.

마포FM은 서울 마포구 일대와 서대문구 일부 지역을 방송권역으로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이다. 매일 오전 9시 송덕호 마포FM 대표가 직접 진행하는 <송덕호의 마포 속으로>는 마포FM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다. 프로그램 소개만 봐선 지역 소식을 알려주는 지상파 라디오 방송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확실한 차이가 있다. 기본 2명의 인터뷰가 들어가는데, 마포와 어떻게든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평범한 동네 주민이나 구청 공무원도 나오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이 나올 때도 많다.

“라이브가 훨씬 더 편해요. 녹음을 하면 꼭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생기거나 시간을 넘겨 편집해야 하는데, 라이브는 제 시간에 딱 끝나니까.” 송 대표의 말처럼 공동체라디오의 묘미는 생방송에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방송하러 스튜디오에 들르는 활동가와 출연진으로 매일 방송국이 시끌벅적했다. 말 그대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며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라디오 방송으로 굳건히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공동체라디오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방송은 아니다. 2004년 시범사업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17년 동안 전국에서 7곳의 공동체라디오만이 방송을 계속해왔다. 한정된 범위의 소규모 지역만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FM 라디오 방송인 공동체라디오는 국내에선 대체로 송신소로부터 반경 약 5㎞ 이내에서만 청취할 수 있다. 그만큼 지역에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의 방송을 주민 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 내보내 지역사회 내부의 소통을 더욱 증대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서울의 마포FM과 관악FM, 대구 달서구의 성서공동체FM, 광주 북구의 광주FM,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성남FM, 경북 영주시의 영주FM, 충남 공주시와 세종특별자치시 일대를 가청권역으로 하는 금강FM까지 모두 7곳의 공동체라디오만 설립허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공동체라디오의 존재조차 알기 어려웠다. 대도시에서는 자치구 경계만 넘어가도 전파를 수신할 수 없을 정도로 출력이 낮아 공동체라디오가 있는 지역의 이웃 동네에 살아도 생소할 수밖에 없다.

공동체라디오를 허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주파수를 할당한 2005년만 해도 방송위원회는 전국에서 100곳 이상의 방송국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출력 전파의 한계 때문에 가청권역이 제한되는 문제에 더해 신규사업자 선정에 대해 정부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최초 선정된 방송국 외에 추가로 허가받은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은 한군데도 없었다. 지난 7월 21일에야 방통위는 17년 만에 20곳의 신규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를 새롭게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신규 사업자들이 1년간의 개국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파를 송출하기 시작하면 저마다 지역의 특색과 개성을 살린 공동체라디오가 27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해 자신과 동네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매체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개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뉴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나 장애인, 이주민 등 정보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보편적이고 간편한 미디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동체라디오는 존재의의가 있다. 이에 더해 공동체라디오 활동가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공동체라디오만의 고유한 기능이 있다. 바로 ‘재난방송’으로서의 역할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연이은 쓰나미 피해가 일본 동북지역을 강타했다. 미야기현 시오가마시에 있는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베이웨이브(BAY WAVE)’ 스튜디오에도 바닷물이 밀려들어왔다. 베이웨이브는 방송 기자재를 시청으로 옮기면서 동시에 임시 재해방송국으로 전환했다. 전기가 끊겨 통신망이 불안정해진 지역에서 고립된 주민들에게 피난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도구는 라디오였다.

국내에서도 공동체라디오가 재난방송 역할을 한 사례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1월 말부터 관악FM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 뉴스에서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 관악구 관내의 코로나19 발생 및 전파 속보를 구체적으로 내보내 왔다. 코로나19 상황만을 모아서 전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관악구는 물론 인근 자치구 소식까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공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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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영 중인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7곳에 신규 허가를 받은 20곳을 더해 전국의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이 27곳으로 늘었다.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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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공동체라디오의 역할은 각 방송국이 지향하고 자임하는 특성과 해당지역의 개성에 따라 고유한 색깔이 더해진다. 이번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광주 광산구의 고려방송은 소련에 거주하던 고려인 동포와 후손들이 국내로 이주한 뒤 형성된 고려인 공동체에서 만든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이다. 이들은 과거 2개월간 한시적으로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집단 거주지를 중심으로 소출력 라디오 시험방송을 송출한 적이 있다. 이후 주파수 할당 신청이 반려돼 궁여지책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려인 공동체와 주변 지역주민들을 위한 방송을 해오다 이번에 설립 허가를 얻었다.

“우리 고려인 공동체는 자체 언론을 갖는 게 100년 넘는 세월 동안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고려방송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의 이천영 이사장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감격에 젖어 있다고 말했다. 고려방송의 방송 편성계획에는 다른 공동체라디오와 구분되는 특징이 눈에 띈다. 방송을 만들고 듣는 주 청취층을 고려해 러시아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상당부분 포함한 것이다. 러시아어로 러시아문학을 소개하거나 한국 안의 관광명소를 알려주는 등의 방송이 기획돼 있다. 이 이사장은 “물론 앞으로 라디오로 방송을 듣게 될 지역주민들을 위해 고려인 공동체를 소개하거나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정보를 알려주는 내용의 프로그램도 새롭게 편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를 가청권역으로 하는 안산공동체라디오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온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이주민을 고려한 라디오 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방송국이 자리 잡고 있는 안산 원곡동 일대는 주민의 80%가 해외에서 온 이주민일 정도로 ‘한국 안의 지구촌’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지역이다. 출신 국가도 한두 나라에만 집중돼 있지 않고 여러 대륙에 걸쳐 고루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체라디오가 이들 이주민과 한국인 주민들을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안산은 특히 토박이 인구가 전체의 3%밖에 안 될 정도로 한국인이라도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온 이주민들이 많은 도시거든요. 서로 다른 이주민들이 모여 있으니 오해도 많이 생기지만 그만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소통할 여지도 크다고 봐요.” 정혜실 본부장은 안산이라는 도시의 특성이 그만큼 개성 있는 공동체라디오 방송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와 전북 전주시에서 신규 허가를 받은 수원FM과 전주공동체라디오는 그동안 지역 현장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계속해온 풀뿌리 활동가의 힘으로 공동체라디오까지 설립한 대표적인 방송국이다. 특히 수원은 2014년부터 마을공동체를 효과적으로 꾸려가기 위해선 지역 내 소통 창구 역할을 할 마을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 기혼여성 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활동을 이어가다 결국 공동체라디오까지 세운 곳이다. 수원FM의 서지연 이사장은 “결혼한 여성들이 주축이 된 만큼 마을에 대한 애정과 다음 세대의 지역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며 “청소년과 어르신,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기존 미디어에서는 소외되는 청취자층에 더욱 친화적인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은 팟캐스트나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이용해 마을미디어 네트워크를 차츰 구축해온 경험이 있다. 전주공동체라디오는 이런 네트워크의 강점을 살려 공동체라디오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곳이다. 최성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소장은 시민 참여 미디어운동에 앞장서다 이번에 설립된 전주공동체라디오의 방송본부장까지 맡게 됐다.

“사실 공동체라디오를 비롯해 마을미디어 분야를 그동안 지켜봐 오면서 비영리로 운영되는 방송국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고민도 많았죠.” 최 소장의 고민은 전주뿐 아니라 기존·신규 방송국 모두를 아우르는 공동체라디오 모두의 현실적 고충이다. “고정 경상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세울 수 있게 탐색하는 기간을 3년에서 5년까지로 보고 있어요. 여기에는 지자체 등과 공공협약을 맺어 공간이나 인력 지원을 받는 방안이 포함돼 있고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지자체의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직 세계적 수준에 발맞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나마 최근 들어 공동체라디오와 관련된 제한이 다소 완화되고 지원은 늘면서 신규 방송국 개국과 함께 새로운 전성기가 도래할 것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한계도 남아 있다. 현재 방송법상 공동체라디오는 10W 이하로만 출력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마저도 대도시 지역에선 허가된 방송권역을 넘어가면 안 된다는 이유로 대부분 방송국이 3W 수준으로만 전파를 송출하도록 규제받고 있다.

송덕호 대표는 공동체라디오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주된 이유로 법적으로 개념과 범주를 명확히 해놓지 않은 점을 꼽는다.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관계당국의 실무자들도 공감하고 있으나 제도적으로 지원 가능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더 빠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공동체라디오는 고유한 공익성이 있기 때문에 민영과 공영 사이 제3영역에 속하는 방송형태임에도 법적으로는 이런 범주를 정해두지 않고 있어 자생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며 “방통위에서도 신규 사업자 허가 이후 자립이 가능할 때까지 초기 지원책을 이어서 내줘야 신규 공동체라디오도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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