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문을 못 열 정도" 런던 레스토랑 구인난에 '손짓'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손님 많은 요일이나 저녁만 영업…미쉐린 식당도 마찬가지"

김신태 D&D 총지배인 "한국 청년들 '포크 문화' 직접 보고 배워가길"

"손님 많은 요일이나 저녁만 영업…미쉐린 식당도 마찬가지"

김신태 D&D 총지배인 "한국 청년들 '포크 문화' 직접 보고 배워가길"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QR코드를 찍으면 메뉴가 뜹니다. 주문까지 온라인으로 직접 하세요."

영국 식당과 바에선 이렇게 손님에게 온라인으로 메뉴를 확인한 뒤 결제까지 하라는 곳이 드물지 않다.

영국의 요식업계가 오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끝에 문은 열었지만, 이제는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BBC는 최근 식당, 술집 등 환대업종(hospitality)에 빈 일자리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많다고 보도했다.

올해 2분기에 빈자리가 10만2천 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 증가했다.

연합뉴스

런던 포틴 힐스(14 Hills) 레스토랑
[촬영 최윤정]


구인난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코로나19 여파다.

브렉시트로 유럽 출신 인력도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일하려면 비자가 필요해졌다.

또 코로나19 봉쇄 중에 아예 일이 쉬운 플랫폼 노동 등으로 '전직'한 경우가 많다고 영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자가격리자 급증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통계로는 한 주에 100만 명 이상이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영국의 식당 및 호텔 전문 기업 D&D 그룹에서 오프닝·리모델링 전문 총지배인(managing director)으로 있는 김신태(48) 씨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력 확보 어려움을 털어놨다.

런던의 식당들이 직원을 구할 수 없어서 손님이 많은 요일에만 문을 열거나 할 정도이며, 심지어 미쉐린 가이드의 별을 받은 식당들도 점심에는 영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김신태 총지배인은 전했다.

물론 영국이 방역 규제를 풀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재택근무를 많이 하는 등 아직 생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탓도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

김신태 D&D그룹 총지배인(managing director)
[촬영 최윤정]


김 지배인은 당장 9월 중순 런던에 새로 여는 대형 레스토랑에서 일할 직원들을 뽑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있는 한국 청년들이 많이 와서 '포크 문화'를 직접 보고 배워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분야에서 채용하는데 그중에서도 셰프, 소믈리에, 파티시에 등이 수요가 많거나, 배울 것이 많거나, 한국인들이 강점이 있는 분야라서 런던에서 일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소개했다.

김 지배인은 "20여 년 전에 영어를 배우고 호텔학교에 다니려고 왔다가 지금에 이르렀다"며 "이제 한국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어 시간을 단축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지금'이 어떤 것인지는 건물 입구에서 '김'이라고 이름을 대자 직원들의 눈빛과 몸짓이 바로 바뀌는 데서 느낄 수 있었다.

김 지배인은 사보이호텔 레스토랑에서 영국 최고의 요리사 고든 램지 밑에서 일했고 미쉐린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의 지배인도 맡았다.

그는 "채용된 청년들에게는 워킹홀리데이 기간에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D&D 그룹 운영 레스토랑 포틴 힐스(14 Hills) 웹사이트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의 요식업은 '워라밸'(삶과 일의 균형)이 좋거나 편한 일자리는 아니다. BBC는 브렉시트 전부터도 빈자리가 늘고 있었다면서 노동 시간과 강도를 한 이유로 들었다.

김 지배인은 신입 직원들에게 통상 주 40∼50시간을 일하고 시간당 세전 12파운드(약 2만 원) 남짓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오픈 팀에 함께 있는 직원들도 일이 쉽지 않지만 일단 잘 해내면 연봉 앞자리가 바뀌는 걸 알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