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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김재규 변호한 ‘1세대 인권 변호사’ 강신옥 전 의원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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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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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민청학련 학생들을 변론하다 구속된 강신옥 전 의원(당시 변호사). 군사정권 시절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강신옥 전 의원이 31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은 정치나 권력의 시녀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검찰관들은 나라 일을 걱정하는 애국학생들을 내란죄,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등을 걸어 빨갱이로 몰고 사형이니, 무기니 하는 형을 구형하고 있다. 이것은 법을 악용하는 ‘사법살인’행위가 될 수 있다.”

유신 정권 시절인 1974년 7월, 전국민주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피고인들을 변호하며 이 같은 변론을 펴다가 긴급조치를 비방하고 재판부를 모욕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던 ‘인권 변호사’ 강신옥 전 의원이 31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1936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강 전 의원은 서울대 재학 중에 고등고시 행정과(10회)·사법과(11회)에 합격했다. 1962년부터 서울지법에서 1년 남짓되는 짧은 판사 생활을 했다. 법복을 벗고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뒤 1967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강 전 의원은 이후 ‘2차 인민혁명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국가 권력에 의해 날조된 이들 사건에서 피고인들을 변호하며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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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학련 사건 구속자의 석방을 요구하며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가족들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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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의원은 민청학련 사건 재판에서 김지하 등 피고인 10명의 변호인으로 나서 “유신헌법은 비민주적인 악법이다. 지금 나의 심정은 피고인석에 있는 저들과 함께 서서 재판을 받고 싶을 정도”라며 “악법은 지키지 않아도 좋으며 악법과 정당하지 않은 법에 대하여는 저항할 수도, 투쟁할 수도 있다. 학생들인 피고인들에게 그 악법을 적용하여 다루는 것은 역사적으로 후일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론 후 강 전 의원은 구속됐고 1,2심에서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가 구속 7개월만인 1975년 2월15일 대통령 특별조치로 구속 집행이 정지돼 풀려났다.

강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그는 평소에도 “박 전 대통령 암살은 파렴치한 권력 다툼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김재규 전 중정부장이 유신 철폐를 위해서 자기 생명을 던진 것”이라며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6년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전신 격인 정법회를 만들어 인권변론 활동을 이어가다 1988년 정계에 진출했다. 이후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02년 대선 때에는 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 창당기획단장’을 맡았다가 이듬해 정계에서 은퇴했다.

유족으로는 강한승(쿠팡 대표이사), 강동승(연세힐 피부과 원장), 강정은, 홍윤오(대한전문건설신문 주간)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8월3일 오전7시10분, 장지는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시안 가족 추모공원이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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