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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윤's 스톡] 개인투자자들의 희망, 로빈후드의 화살은 명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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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시장의 신성으로 꼽혔던 로빈후드가 초라한 데뷔식을 가졌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미국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 회사인 로빈후드는 첫 거래에서 급락했다. 나스닥 상장 첫날 로빈후드의 주가는 공모가인 38달러 대비 8.37%나 떨어진 34.82 달러를 기록했다. 주가는 33.35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다. 계좌수 2250만개···"투자의 민주화" 사명

종목코드 ‘HOOD’로 뉴욕증시에 데뷔한 로빈후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가장 수혜를 입은 기업 중 하나다. 개인투자자들의 희망으로도 불렸던 로빈후드는 수수료 무료를 내세우며 금융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분기 기준으로 로빈후드의 계좌 수는 무려 2250만 개에 달한다.

로빈후드는 코로나19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기업 중 하나다. 수수료 면제와 모바일 거래를 기반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로빈후드의 성장세는 2020년부터 금융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주식트레이딩 회사의 순위를 매기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준인 DART에서 경쟁사들보다 압도적 우위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봉쇄로 대부분의 외부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미국인들의 온라인 활동은 급증했다. 2020년 3월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정책으로 시장에 풀린 돈의 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온라인 주식투자에도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몰렸다. 2020년 초에 확보한 신규 계좌만 무려 300만 개에 달했다.

당시 미국 현지 언론은 이용자들의 평균 연령이 31살이며, 대부분이 경험이 없이 부채를 안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위험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로빈후드는 월가를 뒤흔들었던 게임스톱 사태의 진앙이 되기도 했다. 게임스톱을 비롯한 밈 주식은 개인투자자들의 옵션거래 등이 늘면서 폭등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 때문에 로빈후드는 한때 밈 주식의 매매를 제한하기도 했다. 결국 로빈후드를 향한 비판 여론은 커졌으며, 로빈후드가 개인투자자가 아닌 공매도 포지션을 많이 보유한 기관투자자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로빈후드는 투자자들의 매매 정보인 '투자자 주식 주문 정보판매'(PFOF)를 통해 지난 1분기에 3억3100만 달러의 이익을 내기도 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로빈후드는 이번 IPO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나섰다. 로빈후드는 '투자를 민주화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밝히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IPO 참가 자격인 최소 보유 자산 요건도 없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자사 앱을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모주 물량의 최대 35%를 할당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열풍이 거세지만, 미국은 IPO 당시 기관들이 공모주 물량을 대부분 가져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일부 금융업체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을 IPO 투자 참여의 기회를 늘리고 있다.
아주경제


예상보다 초라한 데뷔···규제 속 성장이 과제

올해 미국 증시에서 상장 기업들은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플로리다대학의 제이 리터 재무학 교수에 따르면 올해 미국 증시 상장 기업의 첫날 주가 상승률은 무려 평균 33%에 달한다.

그러나 상장 첫날 하락하면서 로빈후드는 체면을 구겼다. 이처럼 로빈후드가 약세를 보인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위법한 일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향후 수익 창출의 불투명성도 높아졌다.

로빈후드는 주식거래 제한과 허위정보 제공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로빈후드에 5700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낼 것을 명령했다. 고객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도 1260만 달러에 달한다. 이른바 게임스톱 사태가 발생했을 때 변동성이 심한 일부 주식의 거래를 임의로 제한하는 것은 물론 허위 정보를 제공하면서 고객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혐의다.

FINRA는 당시 성명에서 “로빈후드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3월 시스템 정지 등으로 수백만 명의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면서 적격자가 아닌데도 이 회사로부터 옵션거래를 승인받은 수천 명의 고객들은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고 지적했다.

로빈후드는 벌금과 배상액 지급에는 합의하면서, 플랫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교육 지원, 고객 지원팀과 법률팀 강화 등으로 고객을 위한 금융 민주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로빈후드는 상장을 앞두고 FINRA로부터 다시 조사 요청을 받았다. 증권 중개회사 임원은 FINRA에 등록돼야 하지만, 블라드 테네브 로빈후드 최고경영자(CEO)와 바이주 바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아직 등록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로빈후드의 희망 공모가는 38~42달러, 공모가는 밴드 최하단인 38달러로 다소 보수적으로 책정됐다. 이날 정해진 공모가 기준으로 기업가치는 320억 달러 수준이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였던 350억 달러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이다. 최근 잇단 악재가 공모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매주 20여 개 회사가 미국 증시에서 IPO에 나섰다. 올해 미국 IPO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kaxi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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