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교류재개 꿈틀 속 '남북경협=민족거래' 인식 고민 던진 국책연구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KDI 북한경제리뷰 7월호

"제재에 경협 제약…현실 반영한 목표·체계 숙의를"

뉴스1

개성공단 즉각 재개를 촉구하는 기업인들. (자료사진) 2021.4.27/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남북 경제협력(경협)이 10년 넘게 중단되면서 남북경협을 '민족 간 내부거래'로 규정해 온 우리 인식에 혼란이 일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면 대북제재 등 변화한 국제현실에 발맞춘 숙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30일 KDI 북한경제리뷰 7월호에 실은 '남북경협과 대북정책, 우리의 인식과 개념은 얼마나 현실적일까?'에서 이러한 생각을 밝혔다.

먼저 이 연구위원은 한국과 북한이 그간 남북경협을 국가 간 거래가 아닌 민족 간 내부거래로 정의해 왔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남북경협에 관한 사항은 외부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협의해 결정한다는 인식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2016년 이후 이런 현실에 본질적 제동이 걸리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남북경협 자체가 외부 제재로 인해 실행 불가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직관적으로 이런 현실은 민족 간 내부거래라는 남북경협의 원칙 또는 성격을 정하는 측면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분석했다.

지금껏 민족 간 내부거래로 규정했던 남북경협을, 이제는 국가 간 거래에 통용되는 국제질서와 어떻게 연관지을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이 연구위원은 "현재의 현실은 민족 간 내부거래라는 남북경협의 성격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국제질서와 기준 등과는 어떤 연관을 갖는지를 다시금 전면적으로 고민하게끔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그간 남북경협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져 온 4가지 인식 틀은 Δ'남북경협은 실현가능하다' Δ'북한의 긍정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Δ'한국 경제의 새 도약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Δ'통일비용을 해결하는 합리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등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남북경협은 장기간 중단됐다. 이후 기존 인식은 상당한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북한 내부와 국제 환경이 남북경협을 실현하기 더욱 힘든 상황으로 변해 가고 있고, 남북경협을 통한 북한의 긍정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증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경제 성장을 한국의 미래 성장에 활용한다는 기대 역시 지난 30여년의 경험을 보면 실현성이 높지 않았다. 통일비용 절감도 지난 30여년간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졌다.

특히 2016년 이후 대북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민족 간 내부거래 원칙에 대한 의문은 고조돼 갔다. 남북경협이 독자 협의로 결정되기보다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른 직접적 제약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처럼 남북경협에 대한 인식과 개념들이 혼란에 직면하면서 이를 통한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의 수행 역시 장애에 직면하게 됐다"며 "그간 한국사회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일상적인 남북경협을 매개로 하는 것이었는데, 현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경협의 재개가 매우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남북경협을 둘러싼 인식 혼란을 극복하려면 3가지 주제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Δ민족 간 거래로 규정되는 남북경협에 있어 제재와 같은 국제적 요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Δ변화한 현실을 반영한 남북경협의 진정한 목표(체계)는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Δ남북경협의 재개와 발전을 직접적으로 목표하는 경협의 전략적 방향성을 설계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주제들이 바로 그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남북경협과 관련한 우리의 사고와 현실의 차이가 언제부터인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면서 "부디 이러한 차이가 더욱 부정적으로 확대돼 남북경협은 물론 북한과 통일에 대한 경제적 논의 자체를 좌절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